Browse

허구적 대상에 대한 추상적 실재론 연구 - 밀주의에 기반한 혼합논제를 중심으로
Study on Abstract Realism of Fictional Objects

Cited 0 time in Web of Science Cited 0 time in Scopus
Authors
이종희
Advisor
오종환
Major
인문대학 미학과
Issue Date
2012-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허구적 대상밀주의존재부정문장혼합논제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미학과, 2012. 8. 오종환.
Abstract
본고의 목표는 허구에 관련하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상적 이해에 걸맞는 허구적 대상의 이론을 구성하는 것이다. 여기서 제안하는 추상적 실재론은 홈즈 같은 허구적 이름이 추상적 대상을 지시한다는 주장이다. 최근에 이 주제에 대해 큰 호응을 끌어낸 켄달 월튼의 체하기 논변은 이런 이름이 아무 것도 지시하지 않는다는 반실재론의 입장에 서있다. 이는 쉽게 답하기 어려운 치명적 약점들을 지닌다. 그러나 우리는 반실재론에 대한 반론이 아니라 실재론에 대한 심각한 반론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통상 참으로 받아들여지는 홈즈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장은 홈즈의 지시체가 없음을 뜻하므로 반실재론 편에서의 강력한 논거로 간주되는데, 이러한 생각을 논파함으로써 실재론의 옹호점을 찾으려는 것이다.
추상적 대상으로서의 허구적 대상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은 이는 솔 크립키이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직접지시론, 즉 밀주의 이론을 출발시킨 사람이고, 또 밀주의의 최근의 가장 강력한 옹호자인 내이선 솔먼 역시 존재분정 문장에 대한 분석을 거쳐 같은 생각을 제시한다. 홈즈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포함하여 존재부정문장은 간단히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을 안고 있다. 이 문장은 홈즈가 가리키는 대상이 없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없는 그 무언가(의 있음)에 대해 단언한다. 하나의 주어에 대해 같은 술어를 동시에 단언하면서 부인한다는 점에서 역설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전통적 해법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문장에 쓰인 이름이 언급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는 직관을 무시한다. 반면 밀주의에 기반한 화용론적 접근들은 이 직관을 존중하는 대신 다소 복잡한 방식으로 해결을 시도한다. 그러나 홈즈란 이름의 지시체를 인정하지 않는 이러한 해법들은 모두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름에 대한 다른 이론들과 반실재론적인 밀주의 전략이 실패한다면 남은 선택지는 실재론적인 밀주의 해법을 받아들이는 것이 된다. 결국 반실재론을 위한 논거로 생각되었던 이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반대의 이론, 즉 홈즈란 표현에 지시체를 할당하는 실재론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점은 직접지시론이 본고가 주장하는 실재론의 논리적 구조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드러내주는데, 직접지시론은 허구적 대상들이 어떤 특성을 가지느냐를 설명할 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직접지시론이 고정지시론을 함축한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이름이 대상에 직접 붙는다는 것은, 문제의 대상이 일정한 기술이나 의미를 만족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 따라서 각 가능세계에서 기술을 만족시키는 서로 다른 대상이 아닌, 고정된 하나의 대상을 가리키게 됨을 뜻한다. 이때 우리의 현실 세계에서 허구적 이름이 붙는 대상으로 진짜 사람을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나폴레옹이나 런던 같은 이름들이 아니라면 허구 속 이름이 가리키는 대상은 구체적 대상일 수 없다. 데이빗 루이스의 구체적 실재론은 바로 이 점에서 직접지시의 이론과 양립할 수 없다. 우리의 세계와 전혀 다름없는 구체적 실재성을 띤 가능 세계에 홈즈와 매우 닮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형이상학적인 생각을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느냐와 무관하게, 우리는 홈즈란 이름이 현실에서 붙어있는 대상에 주목해야 하고, 이 대상은 허구적 캐릭터로서의 추상적 대상이지 결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피와 살을 가진 진짜 인간일 수 없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구체적 실재론에서는 어차피 우리 세계에는 홈즈를 충분히 닮은 사람이 없어 그 기준이 될 수 없으니만큼, 각각의 가능세계를 살고 있는 수많은 홈즈적 개체들이 모두 동등하게 홈즈란 이름의 지시체로 자격이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구도는 직접지시의 논변을 벗어난다.
이처럼 추상적 실재론은 밀주의의 논리적 귀결로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 본고의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추상적 실재론은 문학작품이나 국가 등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상식적 수준의 의미에서 홈즈가 하나의 문학적 캐릭터로서 존재한다는 명백하고 소박한 직관에서 출발한다. 이 입장에서의 기존 논의들이 대부분 허구적 존재자가 일종의 추상적 대상이라는 생각을 막연히 제안하는 데 그치는 반면, 본고는 허구적 이름이 지시하는 대상의 본성에 대한 설명 및 동일성 및 개별화의 조건 등을 따지는 실질적인 존재론을 마련하고자 한다. 추상적 대상 이론이 그러한 이론을 정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자체가 곧 허구적 실재론의 타당성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논거로서 작동할 것이다.
여기서 제시하는 혼합논제는 마이농주의에서 속성집합의 요소를, 에이미 토마슨의 인공품주의에서 체하기 요소를 가져와 결합한 것이다. 마이농주의는 우리가 허구적 대상들을 일정한 속성들로써 개별화한다는 생각을 반영한다. 홈즈는 탐정임, 베이커가 221B에 거주함, 영리함같은 속성들과 연결됨으로써 군의관이었음, 홈즈의 조수임 따위의 속성과 상관된 왓슨 캐릭터와 구분된다. 혼합논제는 여기에 반실재론으로부터 유래한 개념인 체하기 요소를 덧붙이는데, 이는 단순한 속성집합 뿐 아니라, 그 속성집합을 어떤 허구적 등장인물에 연결시켜 주는 일정한 이야기하기가 있어야 허구적 대상이 생겨난다는 주장이다. 이야기하기란 곧 이러저러한 성격을 가진 누군가가 이런저런 행동을 하였다고 보고하는 체하기이다.
추상적 대상의 영역을 존재론적 의존이라는 개념을 통해 확장한 토마슨의 이론은 허구적 대상이 인간 이성의 창조물, 인간 상상력의 생산물로 이해된다는 강력한 일상적 직관을 지지해 준다. 허구적 대상이 추상적 대상으로 이해되더라도 순수한 속성이나 보편자 등의 플라톤적 영역으로 간주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 자체로는 일정한 시공간을 점하지 않는 대상이지만, 그것은 이야기하기 과정, 즉 체하기 행위에 의존하고 있으며 후자는 구전 관행으로서이건 문학작품으로서이건 물리적 아이템과의 연관성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연자의 발화행위나 인쇄본의 발생을 야기하는 작가의 글쓰기는 인과적 연쇄 안으로 들어오는 실제 세계의 부분이다. 체하기 요소는 미학 연구로서의 본고의 의의도 살려준다. 즉 피에르-메나르 사례 같은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이는 여타의 인공품과는 달리 단순하게 구조와 재료의 합성만으로 환원되지 않는 예술 작품의 일부로서의 허구 캐릭터의 특성을 잘 반영한다. 허구 안에서 주어지는 속성(허구내적 속성)이 똑같은 대상이더라도, 그것이 어떤 작가에 의해 어떤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쓰여졌느냐에 따라 서로 구분되는 대상이 결과할 수 있다.
한편 추상적 실재론이 밀주의의 논리적 귀결이라면 이 이론이 허구적 이름들을 직접지시어로 다루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홈즈가 추상적 대상이라면 직접지시론이 주장하는 인과론적 지시의 메카니즘을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을까? 또한 크립키의 고정지시 논변은 고정지시를 가능하게 해주는 속성들, 즉 통세계적으로 동일한 개체를 고정적으로 지시하게 해주는 본질적 속성에 대한 주장으로 이어진다. 이 본질적 속성 개념을 문학적 캐릭터라는 인공적 대상에도 적용시킬 수 있을까? 대답은 이야기하기로서의 확장된 명명식 개념을 통해 추상적 대상에 대한 고정지시를, 퍼지적 본질 개념을 통해 인공품의 고정지시 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구적 대상의 통세계적 동일성이 퍼지적 본질에 의해 마련되더라도 본질적 속성에 해당하는 속성들의 경우에는 현실 세계의 지시체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는 속성들의 무리에 허구적 이름을 고정적으로 할당함으로써 우리의 직관과 부합하는 양상문 해석을 제시할 수 있다. 이때 속성들의 위계를 마련함으로써, 본질적 속성에 속하는 속성들 모두가 반드시 갖추어져야 하는 것들은 아니지만, 그러면서도 어떻게 본질적이라는 이름으로 분류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로써 홈즈가 F가 아닐 수 있었다 같은 양상문을 거짓으로 간주하지 않으면서도, F를 홈즈의 중요한 속성으로 생각하는 직관을 인정해 줄 수 있다.
허구적 이름이 등장하는 양상문장과 관련해서 다양한 형태의 양상문에 대한 해석도 시도해 본다. 양상문장의 참/거짓이 양상성이 부여되는 대상의 정체성이 무엇인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때, 이 주제는 허구적 대상 이론의 타당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실제 고유명에서와는 달리 허구적 인물의 성격이나 그가 겪는 사건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을 함축하는 양상문은 허용되지 않는 것 같다. 즉 탐정이 아닌 홈즈를 상상하기는 힘들다. 이때 소설 속에서 언급된 모든 속성들을 허구적 대상이 필연적으로 가진다고 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탐정임을 포함하여 소설 속에 기술된 모든 속성에 대해 홈즈가 그것을 가지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하는 양상문이 참이라는 직관도 있다. 본고는 2차원적 의미론을 도입함으로써 이러한 두 직관이 어떻게 양립가능한가에 대해 성공적으로 해명할 수 있다.


주요어: 허구적 대상, 밀주의, 존재부정문장, 추상적 실재론, 혼합논제, 존재론적 의존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21630
Files in This Item:
Appears in Collections:
College of Humanities (인문대학)Aesthetics (미학과)Theses (Ph.D. / Sc.D._미학과)
  • mendeley

Items in S-Space are protected by copyright, with all rights reserved, unless otherwise indicated.

Brow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