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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말기 소설에 나타난 '청년' 표상 연구
A Study on the Representation of ‘Young man’ in the Last Period of Japanese Imperi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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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정하늬
Advisor
방민호
Major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Issue Date
2014-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일제 말기청년표상정체성세대김남천유진오이효석이태준김동리정비석사회적 장(場)과학기술‘제로의 가치’보편교양이상주의코스모폴리탄세대 논쟁신세대의 정신머뭇거림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국어국문학과(국문학전공), 2014. 2. 방민호.
Abstract
본 논문은 일제 말기의 소설에 주로 ‘청년’인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전시체제와 파시즘이라는 시대적 상황이 요구하는 제국의 이데올로기적 청년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식민지 조선의 ‘청년’이 일제 말기 문학에서 어떻게 표상되는가를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본고에서는 이 시기 소설에서 등장하는 청년상을 추출해 내고, 이 청년들의 정체성 확립 과정을 통해 이 청년들이 그들이 놓인 현실에 어떻게 응전하고 있는지 그 의미를 규명하는 것을 최종적인 목적으로 하였다.
본고에서는 1930년대 중반, 카프의 해산 이후부터 해방 이전까지의 일제 말기의 소설을 대상으로 하여 이 시기 소설에 나타나는 청년의 표상을 분석하였다. 근대 초기 문학의 청년이 조선이라는 ‘민족’의 주체이자 사회와 민족의 선구자로 표상되던 것과 달리, 일제 말기의 청년은 이러한 국가적 목적과 민족 혹은 개인의 목적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과 그에 대한 대응의 표상으로 나타난다. 전시체제였던 일제 말기의 청년은 지배자인 제국의 입장에서는 국가적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계층이었고,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들에게는 조선 민족의 미래를 담보하는 계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제 말기의 청년과 관련된 관 주도 담론이나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들에 의한 문화적 담론들은 이 시기 청년들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 시기에는 카프 해산 이후의 다양한 이념과 가치들이 각축을 벌였다. 이 시기의 헤게모니 쟁투는 ‘청년’이라는 미정형(未定形)의 기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것이었는데, 이는 어떤 ‘청년’을 만드는가에 따라 미래의 성격이 규정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 청년을 둘러싸고 각축을 벌인 헤게모니는 크게 세 개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로, 구(舊)카프 계열 혹은 경향사상을 지니고 있었던 기성세대 문인들은 교양론, 지성론, 세대론 등 청년과 관련된 담론들을 통해 국가가 주도하는 동원을 위한 청년 담론에 맞서 청년들만의 ‘시대정신’을 지녀야 함을 강조했다. 이념지향적 성향을 가졌던 이들은 사회주의라는 보편을 더 이상 논할 수 없는 일제 말기의 상황에서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이념 혹은 사상을 찾아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기성세대는 청년들이 그들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신을 찾아 그것을 지향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두 번째 축은 서양과 동양이라는 세계를 보는 이분법적 시선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일제 말기의 ‘동양’ 담론은 서양의 몰락에 대한 대항 담론으로 또 계속되는 전쟁을 뒷받침하기 위한 사상적 도구로 더욱 강화되어 사용되었다. 이때 일제는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대동아’를 전제로 한 동양론을 강조했고 조선을 일본의 한 지방으로 위치시키려 했다. 이러한 동양 담론과 이에 따른 조선 문화에 대한 인식은 1930년대 이후 식민지 조선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났다. 셋째는 청년 스스로의 정체성 정립에 관한 것이다. 일제 말기, 일제 당국은 노무력이나 국방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청년 양성을 목표로 ‘건강’과 ‘명랑’을 강조한 청년 담론을 제기하였다. 국가가 강조하는 청년들은 신체적으로는 건강하고 정신적으로는 명랑하여 국가의 이상과 목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도 있는 청년들이었다. ‘일본정신’과 멸사봉공, 직역봉공 등으로 강조된 ‘명랑’ 담론은 일종의 국가 규율 담론이었고, ‘명랑’이라는 키워드는 ‘열정’을 강조했던 파시즘의 확산과 맞물려 일제 말기에는 유행의 하나인 것처럼 인식되었다. 이러한 일제의 청년 담론은 1941년 신체제가 시작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1930년대 중반 ‘전향’의 시대를 경험한 기성세대와 달리, 황민화 교육을 받고 자란 청년 세대들은 개인의 정체성 정립 문제와 신체제 수리라는 체제 선택의 문제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식민지 조선의 청년들은 조선인도 일본인도 아닌 애매한 민족적 정체성에서 오는 혼란과 열악한 식민지 조선의 경제 상황에 따른 무력함과 전시 체제의 불안감 등에서 오는 허무주의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상의 ‘청년’이라는 기표를 둘러싼 헤게모니 쟁투는 당시 ‘청년’ 표상의 지형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본고에서 논의의 대상으로 삼은 여섯 명의 작가들-김남천, 유진오, 이효석, 이태준, 김동리, 정비석-은 이 세 개의 헤게모니 축을 대표하는 작가들이다. 이들의 일제 말기 소설에서 ‘청년’ 표상을 통해 나타나는 시대와 현실에 대한 응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Ⅱ장에서는 기성세대 문인들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김남천과 유진오의 소설에 나오는 청년 표상을 살펴보았다. 김남천과 유진오는 일제 말기, 소설 창작과 문학비평을 겸했던 기성세대 문인으로 청년 세대에 대한 기성세대 문인들의 바람을 공유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청년 세대들의 무력감이나 상실감 또한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먼저 1절에서는 김남천의 소설에 나타난 청년 표상을 살펴보았다. 김남천은 당대 현실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방법을 통해 사회적 장 안에서, ‘지식’이라는 보편적인 도구를 통해 시대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찾고자 하는 청년들의 모습과 사회적 현실을 비판적으로 제시한다. 「길우에서」나 『사랑의 수족관』에서는 자신의 일 이외로는 눈을 돌리지 않는 토목기술자를 통해, 『낭비』에서는 문학을 연구하는 청년 학도를 통해, 「경영」과 「맥」에서는 지식인 청년과 직업여성의 삶을 통해 시대정신을 찾는 노력과 사회적 장의 견고함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현실과 비록 실패할지언정 이에 맞서는 시도를 계속해 나가는 방식으로 현실에 응전하는 회의주의적 청년의 표상이 나타난다. 2절의 유진오의 소설에서는 ‘사회주의’가 ‘수난’을 겪고 쇠퇴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을 보여준다. 특히 『수난의 기록』에서는 이념과 생활의 문제가 부딪힐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학연이나 이념단체 등에 소속되지 않은 ‘개인’으로서의 청년 정체성을 획득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화상보』는 그 이후 일제가 구축한 사회적 장 안에서 ‘제로의 가치’를 역설하며 전시 체제라는 현실로부터는 거리를 두고 개인적 삶의 가치를 찾는 청년을 표상하였는데, 이는 활로가 막힌 식민지 조선에서 청년들 역시 생활의 문제를 간과할 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Ⅲ장에서는 이효석과 이태준의 소설을 살펴보았다. 이효석과 이태준은 일제 말기의 ‘동양/서양’이라는 이분법적 인식을 다른 방식으로 보는 문인들이었다. 동양과 서양, 조선에 대한 이효석과 이태준의 제3의 입장은 코스모폴리탄적 사고로 혹은 조선적인 것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하는 청년들로 표상되었다. 특히 일제 말기의 이효석과 이태준의 장편소설에서는 이상주의적 청년이 자주 등장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교양’을 중요한 청년 표상으로 제시하는데, 교양의 문제를 심미성의 문제와 연결시키고, 또 그것을 동양-혹은 조선-의 미(美)와 연결하였다. 1절에서는 이효석의 소설 속에 나타나는 코스모폴리탄적 청년 표상에 대해 논의하였다. 『화분』과 『벽공무한』에서는 서구에서 형성되었지만 근대의 보편적인 교양으로 기능하게 된 ‘구라파적 교양’을 갖춘 코스모폴리탄적 청년의 표상이 나타난다. 이 시기 교양론에서는 원론적으로 구라파적 교양이 심미안과도 연결되는 청년의 중요한 조건인 것으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코스모폴리탄적 청년 표상은 일제 말기에 이효석이 쓴 몇 편의 일본어 소설에서는 조선인과 일본인이 옷을 바꿔 입는 장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모방의 전유를 통해 ‘미’의 보편성은 조선적인 것의 아름다움에 대한 보존 노력으로 연결되고, 그것을 담당할 주체로 청년이 호명된다. 2절에서 살펴본 이태준의 소설에서도 청년은 구라파적 교양을 충분히 갖추고 시대 현실을 꿰뚫어볼 수 있는 눈과 조선적인 미를 찾아낼 수 있는 심미안을 가진 이상주의적 청년으로 표상된다. 『청춘무성』에서는 국가의 필요성에 일정 부분 맞춰져 있지만, 식민지인들의 이상이 담긴 가구(假構)의 공동체를 만드는, 교양을 갖춘 계몽적 청년 표상이 등장한다. 이태준은 특히 지속적으로 ‘조선적인 것’, 혹은 근대 이전의 ‘동양’에 관심을 보였는데, 수필집 『무서록』이나 단편 「석양」, 『별은 창마다』에서는 서구적인 교양뿐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 사물을 대하는 정신을 합하여 ‘조선적 특수성’으로서의 ‘동양’을 사유할 줄 아는 이상주의적 청년의 표상을 제시하면서, 무비판적으로 일제의 동양담론이나 고완 취미에만 물드는 당시의 청년들을 경계하였다.
Ⅳ장에서는 신세대 작가들 중 김동리와 정비석의 소설을 살펴보았다. 일제 말기 세대 논쟁에서 신세대의 유일한 이데올로그였던 김동리는 기성세대 문인과는 달리 어떤 사조나 이론보다도 인간의 인생과 각자의 개성을 중요시하는 것이 ‘신세대의 정신’이라고 강조하였다. 1절에서 살펴본 김동리의 초기 단편소설에서는 일제 말기의 청년 세대가 처한 혼란한 정체성 문제가 니힐리스트 청년 표상으로 나타난다. 그렇지만 청년들에게는 허무주의적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힘이 내재되어 있음을 함께 보여주면서 청년 세대의 ‘신세대의 정신’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었다. 반면 2절에서 논의한 정비석의 소설에서는 청년 세대 내에도 시대감각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비석 소설의 청년들은 계속 머뭇거리는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이들은 당국의 이념에 따라 현실을 그대로 수리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확고한 이념을 갖고 그것을 거부하지도 못한다. 결국 머뭇거리던 끝에 체념에 가깝게 현실을 수리하는 정비석 소설 속의 체제 순응적 청년 표상은 일제 말기 청년들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제 말기 소설에 나타난 청년 표상은 이 시기 식민지 조선의 사회적 문화적 상황과 관련된 다양한 담론들의 쟁투 양상뿐 아니라 그 속에서 활로를 모색하려고 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청년 표상은 일제 말기 소설을 체제 협력 혹은 저항으로 보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 일제 말기의 조선인들의 현실 인식을 그 당시의 시각으로 읽을 수 있다는 새로운 독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Language
Korean
URI
http://hdl.handle.net/10371/121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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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ears in Collections:
College of Humanities (인문대학)Korean Language and Literature (국어국문학과)Theses (Ph.D. / Sc.D._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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