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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온 묘지를 통한 건축의 '시적임'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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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박선영

Advisor
김광현
Major
공과대학 건축학과
Issue Date
2014-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사물긴장시적임르 코르뷔제브리온 묘지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건축학과, 2014. 8. 김광현.
Abstract
본 연구는 건축이 전달하는 시적임의 의미에 관한 연구이다. 본 연구에서는 건축이 전하는 이야기에 주목한다. 사람은 건물을 만들고 그를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만 때로 건물은 도구 그 이상이다. 그리고 어느 건물에서 시적임을 느끼는 순간에 우리는 이에 강한 동의를 구할 수 있다.

건축에서 시를 다루는 경우, 그 갈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시가 갖는 제작물이란 어원의 측면에서 건물 역시 시로 보고 시의 제작 특성을 거울삼아 건물의 제작을 분석한다. 이 경우 만듦의 중심이 되는, 무한한 것을 유한한 것으로 만든다는 특징이 조명되며 시의 효과인 시적임보다 시 자체가 주목된다. 다른 하나는 건물에서 느껴지는 시적임에 주목한 경우로, 이 경우는 정확하게 말하면 시적인 감흥 보다는 시적인 감흥 그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이 경우 이 감흥에 관해선 알 수 없는 애매함, 신비로움으로 바라볼 뿐 그 감흥을 특징짓는 시적인에 관한 분석은 부족한 편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건축가의 제작, 건물, 거주자의 반응을 이어 시적인 감흥, 즉 시적임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는 목적을 갖는다.

먼저, 시적이다는 감흥의 시원을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시적이다는 감흥은 사물, 긴장, 나 자신에서 비롯한다. 우리는 無에서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감흥은 사물에서 시작한다. 이 감흥은 거주자, 독자, 현재 나 자신에 속한 것으로 제작 단계에서 예측 불가능하다. 긴장은 사물을 조명하기 위한 제작자의 장치이다. 긴장은 사물을 조명함으로써 감흥의 가능성을 풍부하게 한다. 이 긴장은 시를 특징짓는 것으로, 시에서 느꼈던 긴장에 대한 기억은 사물에 대한 현재의 감흥을 시적이다고 명명하게 된다.

시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우리 주변의 사물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물은 나 자신과 생활의 척도로, 결국 시를 통해 자극 받는 것은 나 자신이다. 건축 역시 제작물로서 시이며 건물을 비롯해 창문, 벽돌 등 여러 사물을 갖는다. 존재를 드러내는 제작물의 강력한 힘에 매료된 많은 건축가들은 자신의 건축 역시 그런 제작물이 되기를 원한다. 르 코르뷔제와 카를로 스카르파는 이의 대표적인 예로, 본 논문에서 이 둘을 대표적인 예시로 드는 것은 이 두 건축가가 공통적으로 건축의 시화를 지향했으나 그 제작 가능성에 정반대의 견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로서의 건축이 무엇을 드러내느냐에 르 코르뷔제와 카를로 스카르파의 건축은 결정적인 차이를 갖는다. 르 코르뷔제의 건축은 건축은 이래야 한다는 르 코르뷔제의 관념을 드러낸다. 코르뷔제는 자신의 규준으로 사물을 모아 경화시킨다. 그는 제작에 있어 시간, 자연, 거주자 등 붙잡을 수 없는 것의 개입을 인지하지만 결론적으론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그들을 그의 통제 하에 둔다. 이에 그의 건축에서 거주자와 사물의 자율성은 경화된다. 르 코르뷔제가 사물을 자신의 규준에 따라 경화될 존재로 봤다면 스카르파는 사물을 삶의 배경으로 본다. 스카르파의 건축은 사물을 풍부히 드러내는 것에 집중한다. 그 역시 규준을 중시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체를 위한 수단일 뿐 주가 되지는 않는다. 풍부해진 삶의 배경에서 거주자가 무엇을 느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히 그것은 거주자 그 자신에 속한 것이 된다.

브리온 묘지는 많은 비평가들이 스카르파의 걸작으로 꼽는 작품이자 스카르파 역시 시가 될 가능성을 지닌 작품으로 조심스레 기대를 내비치는 작품이다. 이는 경험과 관념이 농익은 말년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묘지라는 특성상 상대적으로 건축에 요구되는 조건이 적어 보다 사물에 대한 집중도가 잘 드러난다. 서로 다른 시간을 가진 사물들을 병치하고 그 사물들을 틈으로 맺는 스카르파의 수법은 브리온 묘지를 채우는 사물들 사이에 긴장을 부여한다. 이에 묘지의 사물들은 섬세하게 조명되며 묘지의 방문객은 자신을 둘러싼 삶과 죽음에 관한 풍부한 이야기를 브리온 묘지에서 전해 받는다. 브리온 묘지가 전하는 이야기는 영감이 되어 삶과 나 자신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때 누군가는 이 순간을 시적이다고 느낄 것이며 브리온 묘지를 시적이다고 표현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건축을 표현하는 시적이다는 표현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시적이라고 표현된 건물이 거주자에 미치는 영향에 있다. 이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역으로 시적이라 표현되는 건물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시적임의 시원이 무엇인지, 시가 무엇인지를 살피는 것이다. 건물이 전하는 시적이다는 감흥은 분명하나 많은 부분 신비화되어 있다. 그러나 시적임을 전하는 건물 역시 제작된 것으로 또 다른 시적인 건축을 위해 건물의 어떤 요소가 거주자에게 시적인 감흥을 일으키고 있는지 살피는 것은 필요하다. 본 논문은 이에 의의를 갖는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24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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