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자살의 시·공간적 확산과 지역환경 요인 분석

Abstract

지난 10년간 한국의 노인 자살은 크게 증가하였고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고령화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노인 자살은 심각한 사회 병리적 문제가 되고 있다. 본 연구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노인 자살의 공간 패턴의 변화와 시·공간적 확산을 분석하고, 노인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환경 요인을 추출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노인 자살의 시·공간적 확산을 분석하기 위해서, 노인 자살자 수를 분기별, 연도별로 집계하여 분석하였다.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노인 자살은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군집적으로 나타났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노인 자살자가 많은 지역 주변에 자살자 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자살의 군집성이 임의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유의한 공간적 자기상관성을 갖고 있었다. 노인 자살의 핫스팟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타났고, 시간이 경과하면서 강원, 충청권으로 확대되어 갔다. 둘째, 노인 자살은 이전 시점의 주변 인접지역의 노인 자살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는 마르코프 연쇄 모형을 이용한 마르코프 변이 행렬을 통하여 해당 시점에 해당지역의 노인 자살자 수가 그 이전 시점의 주변 지역 자살자 수와 유사하다는 것이 확률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인 자살이 시·공간적으로 연관성이 있으며, 노인 자살이 인접지역으로 확산되어 나감을 의미한다. 셋째, 노인 자살의 확산효과를 고려하면서 지역 환경 요인이 노인 자살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하였다. 시·공간 다이나믹 패널 모형을 사용하여 추정한 결과, 시간적 연관성, 공간적 연관성, 그리고 자살의 확산효과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노인 자살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 시점의 노인 자살이 그 다음 시점의 노인 자살에 영향을 미치고, 주변지역의 노인 자살이 해당 지역의 노인 자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전 시점의 주변 지역의 노인 자살이 그 다음 시점의 해당 지역의 노인 자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역시 보여준다. 이것은 한 지역의 노인 자살이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지역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점을 의미하면서 자살의 전염성을 나타낸다. 넷째, 지역 환경 요인이 노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보면, 확산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일반패널 모형과 시·공간 다이나믹 패널 모형의 추정 결과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지역 환경 요인으로 인구·사회·경제적 요인, 사회적 자본 요인, 도시 인프라 요인, 그리고 사회적 접촉 요인과 언론 매체 요인을 선정하였다. 하지만 변수들 간의 다중공선성으로 인하여 최종적으로 선정된 변수는 인구·사회·경제적 요인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도시 인프라 요인에서 도시공원, 사회 접촉 요인에서 인구밀도, 노인 여가시설, 노인 인구 이동률, 그리고 언론 매체 요인에서 지역 신문 매체와 TV 뉴스 시청률이다. 두 분석 모형에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기초 생활 보장 수급자가 많을수록 노인 자살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적으로 어려울수록 노인 자살이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도시공원의 경우, 일반 패널 모형에서는 도시공원과 노인 자살과의 연관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확산효과를 고려한 시·공간 다이나믹 패널 모형에서는 도시공원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자살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자살의 시·공간적 연관성을 고려하면, 도시 공원은 노인 자살을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접촉 요인에서 노인 여가시설의 경우, 확산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일반패널 모형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자살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자살의 확산효과를 고려한 시·공간 다이나믹 패널 모형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노인 여가시설은 노인들의 사회적 교류를 촉진시키고, 삶에 활력을 주는 요소로서 자살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자살의 전염성 측면을 고려하면, 이러한 긍정적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는 노인 여가시설을 통하여 사회적 교류가 촉진된다고 해서 반드시 긍정적 만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만남 속에서 우울증 같은 부정적 감정 역시 전파될 수 있는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자살의 확산효과를 고려하면, 노인 여가 시설이 반드시 자살 감소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자살 감소와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노인 인구 이동률 역시 사회적 접촉 요인으로서 두 모형에서 모두 자살 감소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살의 확산효과를 고려하면, 그 영향력의 크기가 감소한다. 이는 자살의 전염성을 고려할 경우, 사회적 접촉이 갖는 긍정적 효과가 약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결과가 변하는 것은 노인 여가시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접촉의 이중성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TV 뉴스 시청률의 경우, 자살의 시·공간 확산효과를 고려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자살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공간 확산효과를 고려할 경우, 자살 감소에 영향을 미치지만, 통계적으로는 유의하지 않게 나타났다. 즉 자살의 전염성을 고려할 경우, 뉴스 시청률과 자살 감소와의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이는 TV 뉴스의 영향력이 특정 공간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본 연구의 정책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도시 계획적 차원에서 도시 공원을 설립, 관리하는 것은 노인 자살의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공원이 그 지역 사람들만이 아니라 주변 지역 사람들에게도 개방되어 있는 공간이므로, 사람들에게 미치는 긍정적 기능은 파급 효과를 가지면서 나타날 수 있다. 노인 여가 시설의 경우, 도시 계획적으로 그 시설을 설립, 운영하는데 있어서 노인들의 사회적 관계의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 자살의 확산효과를 고려한 경우, 노인 시설이 갖는 긍정적 기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게 나타나는 것은 사회적 만남의 이중적 효과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노인들 역시 하나의 사회집단으로서 만남 속에서 갈등이 형성되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노인 여가시설이 자살 감소에 미치는 긍정적인 역할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노인 시설을 중심으로 다양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놀이 문화를 만드는 등 행정적 차원에서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