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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부 내 연지(蓮池) 연구 -동지, 서지, 남지, 어의동지, 경모궁지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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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길지혜

Advisor
손용훈
Major
환경대학원 협동과정 조경학
Issue Date
2017-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고지도공역 사업문화경관비보풍수수공간전통 도시한양도성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조경학, 2017. 2. 손용훈.
Abstract
조선시대 한성부 고지도를 보면,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5개소의 못이 있다. 이들은 동지(東池), 서지(西池), 남지(南池), 어의동지(於義洞池), 경모궁지(景慕宮池)로, 공통으로 연지(蓮池)라 부를 수 있는 못이다. 이 연지들은 과거 지도나 지리지와 같은 자료에서 중요하게 기록되었는데, 그에 비해 현재 알려진 내용은 일부 명칭과 조성 배경, 그림에 나타난 경관 정도에 그치고 있다. 현재 연지는 소멸되었고, 연지와 관련해 직접 남아있는 역사기록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연지를 역사적 도시환경 관점으로 고찰함으로써, 현재는 사라진 연지의 과거의 장소적 특성을 파악하고자 한다. 즉 한성부에서 5개 연지의 환경 특성, 역사적 조성 배경과 이후의 관리, 도시적 이용과 실제 이용자에게 인지된 경관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연지라는 장소를 역사적 원형에 가깝게 연구하고자 한다.

첫째, 입지 및 환경 특성에서는 연지 일대의 공간환경과 연지 자체의 물리적 환경, 그리고 현재 도시 현황을 함께 고찰하였다. 연지들은 모두 길과 인접하도록 계획하였고, 이는 연지의 관리나 수계의 연결, 영역의 경계 구분 측면에서 합리적인 방안이었다. 토지 자체는 국가 소유의 공유지로 운영되었다. 5개 연지는 입지조건에서 차이가 있어, 서지, 어의동지, 경모궁지는 산자락 계곡부에, 동지는 습지로 범람이 잦은 곳에 있었다. 남지는 지형이 낮아지는 지점에 있었으나 수계와는 거리가 다소 떨어져 있었다. 연지의 위치와 규모는 동지를 제외한 다른 연지들은 지적원도에 비교적 정확한 필지 형태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연지 형태는 서지, 남지, 경모궁지는 방죽이 있어 뚜렷했지만, 동지와 어의동지는 지정한 부지 범위 안에서 수위 변화에 따라 그 형태가 변화했다. 현재는 서지, 어의동지, 경모궁지의 필지 형태가 보존되거나 확장된 상태였으며, 그중 어의동지가 지역에 장소적 요소가 많이 남아 있었다.
둘째, 연지를 조성하고 관리하는데 나타난 특성을 고찰하고, 소멸 원인을 파악하였다. 5개 연지 중 동지와 남지가 국초 성곽과 함께 먼저 만들어졌다. 이후 태종대 도시 기능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서지가 조성되고 어의동지가 정비되었다. 경모궁지는 정조대 조영되었다. 조성 목적에서 동지와 남지는 도성의 형세를 비보 하는 목적이 컸으며, 서지는 사신을 영접하는 목적으로, 어의동지는 물을 저류하는 유수지로, 경모궁지는 주변 환경을 정비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모든 연지는 매몰과 수축 과정을 여러 차례 거치며 운영되었다. 매몰되더라도 연지 터는 공유지로 보존되어 언제라도 공사를 하면 다시 연지로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수축 공사에서는 주변 다른 공역 사업과 연계하여 흙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중시했다. 연지 공사는 기본적으로 공역 사업으로 진행했으나, 주변에 민가가 많이 들어서면 거주민이 공사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그리고 각 연지는 연의 수확물을 궁, 승정원, 내의원 등 여러 기관에 진상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오랫동안 지속해 온 연지들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모두 소멸하였다. 서지와 남지는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연지를 매립하였고, 동지와 어의동지는 매몰된 연지를 다시 수축하지 못하며 자연스럽게 소멸하였다. 경모궁지는 위의 두 가지 가능성이 다 있다.
셋째, 연지의 이용행태를 중심으로 분석하였고, 연지 경관을 감상한 내용을 고찰하여 실제로 연지에 대해 인지한 내용을 파악하였다. 연지 이용에서 서지와 남지는 국가와 개인의 이용이 모두 활발하게 나타났다. 국가에서는 사신 영접 연회, 사대례 의식, 상언 의식, 기우제 의식, 관 주관 모임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했으며, 개인에게는 송별 모임의 상징적 장소이자 연꽃 감상을 위한 문회, 시회와 같은 모임, 친교 모임 등 다양한 여가 활동과 사회적 활동이 일어나는 공간이었다. 반면 동지, 어의동지, 경모궁지는 개인이 완상하며 잠시 들리거나, 멀리서 조망하거나, 이동할 때 거쳐 가며 감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적극적으로 연지를 이용해 향유하기보다는 자연경관의 일부로 연지를 감상하였다. 연지 경관에서는 연과 연못물에 대해 인상적으로 묘사했다. 연지 주변 경관으로는 서지와 남지는 길, 성곽, 밀집한 민가와 같은 도시적 경관요소가, 다른 연지들은 농지, 산과 같은 자연적 경관요소가 주로 언급되어 각기 다른 성격을 보였다.

한성부에서 다섯 곳 연지의 기능은 자리 잡은 환경에 따라 다른 특성이 있다. 먼저 성문 앞에 위치한 동지, 서지, 남지는 도성을 진입하거나 출입할 때 접하는 랜드마크로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다른 읍치의 못과 구분되는 한양도성 연지의 고유한 입지 특성이었다. 이러한 배치는 연지를 도성의 진·출입 경관으로 의미 있게 해, 성문 앞 만남과 송별 장소로 활발히 이용되게 했다.
또한, 남지, 어의동지, 경모궁지는 영역을 구분하는 경계 지물로 역할을 했다. 주로 가로나 수계가 행정구역의 경계가 되었다고 알려져 왔는데, 연지도 영역을 구분하는 요소로 기능했다. 연지는 한성부에서 동(洞), 궁(宮), 토지이용 등 도시 내 다양한 요소와 영역을 구분해주는 복합적 경계 지물이었다.
국가 차원에서 활용도가 높았던 연지는 서지와 남지였다. 연지 옆 넓은 공터는 범용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기 좋았다. 도성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국가적 기능을 도성 인근에서 지원해주는 역할을 했다.
도성의 수체계 측면에서는 동지가 개천으로 합류하는 지류의 물을 가두는 유수지로의 기능이 강했다. 동지는 저지대 범람이 잦은 곳에서 쉽게 매몰되어 적극적인 연지 조영과 관리가 어려웠다. 그러나 동지 터는 계속 보존되었기 때문에, 습지와 같은 땅을 필요에 따라 못을 파 연못을 수축하는 형식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자연형 못에 가까운 형태였다.
또한, 한성부 연지는 도성의 행락공간으로서 의미 있었다. 여름철 멀리 가지 않아도 도성 가까이에서 연꽃 경관을 즐길 수 있었다. 그중 서지와 남지는 연꽃 감상으로 유명한 행락공간으로 전해진다. 그 과정에서 사대부들이 남긴 시문과 서화는 당대 좋은 장소를 알리는 매체로 작용해, 연지 관련 글과 그림은 이들을 명승으로 더욱 유명해지게 하였다.

이상의 연구 내용을 통해 한성부에서 이들 연지가 갖는 의미를 종합적으로 해석해보면, 조성 초기에는 연지가 비보풍수나 성지로의 역할, 사신 영접 기능 등이 중요시되었다면, 이후의 관리에서는 국용 연 수확물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과원(果園)으로서의 기능이 중시되었다. 국가에서 필요한 연 수확물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도록, 연지의 실용적 가치도 높게 평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연지는 도시환경 차원에서 효과적인 수평적 랜드마크로서 기능하였다. 넓은 면적으로 도시 경계부에서 전이공간의 기능을 하였다. 시각적으로 잘 인지되었으며, 물이라는 자원이 주는 청각적 환기와 연꽃 향을 통한 후각적 자극이 있어 공간 전이를 공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도시구성요소였다.
그리고 한성부 지역민에게는 공공적 가치가 높은 장소였다. 한성부에서 민간 저택 내 연지나 궁궐이나 관아 내 연지와 다르게 공공에 개방되어 있었다. 국가적 행사로 이용되는 시기를 제외하고는 연지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장소였다. 입지 특성상 접근성도 높았다. 특히 도성 밖 연지들은 밤에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한성부의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을 연지라는 대상으로 확장하였다. 일반 건조물과 다르게 연지는 그 속성상 주변 공간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된 전체적인 도시환경의 한 장소였다. 도시와의 연결이 좋으면서 경관적,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공간이었고, 도시에서 멀리 가지 않더라도 가까이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문화경관이었기 때문에, 과거 한성부에서 연지만의 장소적 가치가 높았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24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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