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부패와 행정효율성의 관계에 관한 연구 : DEA를 적용한 지방정부의 종합적 행정효율성과 청렴도의 관계를 중심으로

Abstract

본 논문은 반부패, 청렴관리의 실질적 필요성에 대한 근거를 찾기 위해 우리나라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부패가 행정효율성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 경험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 연구는 다음의 몇 가지 측면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먼저 지방정부의 부패를 분석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지방정부는 주민의 생활에 밀접한 공공서비스 전달 행정을 수행하여 부패로 인한 파급효과가 중앙정부와 비교할 때 더 직접적이므로 부패 연구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대상이나 지방정부 부패의 파급효과에 대한 이해를 돕는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우리나라 지방정부는 지방정치인 및 공무원과 토호세력의 유착구조와 지방행정의 폐쇄성 등으로 인하여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정부의 권한과 기능이 확대되면서 이러한 지방정부 부패는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 왔다. 행정학 분야에서도 다수의 연구들이 지방정부의 사례들을 바탕으로 지방정부의 부패실태를 진단하고 원인과 대응방안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지방정부 부패의 원인 분석과 대응방안 마련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부패가 과연 어떤 부정적 파급효과를 가지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본 논문은 지방정부 부패와의 관계적 맥락 하에서 지방행정의 종합적 효율성을 고려함으로써 기존의 부패연구에 기여하고자 하였다. 부패영역에서 경험적 연구가 소홀했던 것은 부패 측정문제 외에도 현실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부패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유형화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본 논문에서는 먼저 지방정부 수준에서 어떠한 부패가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례를 검토하여 우리나라 지방정부 부패의 개념과 특성을 이해하고 이러한 부패들이 행정효율성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에 대한 논리적 설명모형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다음으로 지방정부 부패와 행정효율성의 관계를 계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 기존의 부패연구들에서 노정되었던 방법론적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먼저 부패측정상의 문제에 대하여, 부패에 대한 인식을 측정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외부청렴도 및 내부청렴도 점수를 기초적으로 활용하고, 관측된 부패수준을 나타내는 공무원 징계자료를 검토하여 보완적으로 활용하였다. 이러한 분석은 부패연구에서 부패척도의 불완전성을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한편, 인식된 부패와 관측된 부패를 구분하여 부패척도 선택이 분석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방법론적인 지식을 제공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부패연구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던 행정효율성을 주요 변수로 고려하되, 자료포락분석 방법으로 지방행정의 종합적인 효율성을 측정함으로써, 단일 변수를 이용한 효율성 측정이나 주관적 판단에 의한 효율성 측정방식보다 효율성 개념의 측정 타당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크게 세 가지 연구 질문에 답하고자 하였다. 첫째, 지방정부의 인식된 부패인 청렴도가 기술적 효율성과 관련이 있는가? 둘째는 인식된 부패가 지방정부의 주민생활 만족도와 관련이 있는가? 셋째는 지방정부의 관측된 부패가 기술적 효율성과 관련이 있는가? 이를 위해 2008년부터 2014년까지의 7개년도 광역자치단체 및 기초자치단체에 대하여 실증 분석을 실시하였다. 연구의 주된 방법으로 지방정부의 효율성과 부패간의 관계에 대한 패널회귀분석을 실시하되 효율성의 특성을 고려하여 토빗회귀분석을 적용하였다. 공공기관의 효율성 측정 방법으로 널리 받아들여진 자료포락분석(DEA) 방법으로 기술적 효율성을 계산하고, 공공서비스의 질적 측면을 포함하는 효율성을 고려하기 위하여 서울특별시에서 측정하는 주민생활 만족도를 활용하였다. 인식된 부패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점수를 활용하였고, 관측된 부패는 지방자치단체별 공무원 징계자료를 활용하였다. 또한 부패의 순기능에 대한 기능주의적 견해가 시사하듯이 지역의 발전정도에 따라 효율성과 부패의 관계가 달라질 것으로 가정하고, 지역발전도를 조절변수로 고려하였다. 분석에 앞서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부패사례를 조사한 결과, 부패 유형을 크게 두 범주로 나누어 파악할 수 있었다. 하나는 행정조직 외부에서 부패의 구매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부패로 인허가 관련 부패, 입찰 및 계약과 관련된 부패, 공유자산 매각 및 도시계획과 관련된 부패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정부조직 내부에서 발생하는 인사권 남용과 세무관리 및 보조금 지급업무 등 재정운용과 관련된 부패이다. 이들 부패를 부패거래와 관련된 구성요소별로 분석하였는데, 인허가 관련 부패와 입찰 및 계약과 관련된 부패, 공유자산 매각 및 도시계획과 관련된 부패는 비교적 관찰가능성이 높은 반면 인사권의 행사나 세무행정, 보조금 행정 등의 재정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패는 내부 구성원들에 의해 인지될 수 있지만 은밀히 행해져 관측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전자는 외부청렴도와, 후자는 내부청렴도와 논리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행정효율성은 투입대비 산출의 기술적 효율성과 산출물의 질적 측면을 포함하는 만족도를 모두 고려하고자 하였다. 선행연구와 관련이론을 검토하여 부패는 레드테입 형성, 가격왜곡효과, 수량왜곡효과, 조직내외의 부정적 인식을 통해 행정효율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기능주의적 측면에서 주장하듯이 오히려 지역발달과 행정의 원활한 수행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음을 정리하였다. 먼저 기술통계 분석을 실시한 결과 지방자치단체의 유형별로 지방정부가 직면한 자원과 행정수요가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지역발전도 또한 서로 다른 지방자치단체 유형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차이와 DEA 효율성을 비교하여 실제 행정효율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외부청렴도와 내부청렴도가 높거나 낮게 나타나는 지방정부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관측되었는데, 이는 이론적 검토에서 지적하였듯이 외부청렴도와 내부청렴도가 서로 다른 측면의 지방정부 부패를 측정하고 있음을 실증하는 것으로 보았다. 뿐만 아니라 DEA로 도출한 효율성점수와 주민생활만족도도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효율성과 만족도는 단일한 차원의 변수라기 보다는 독립적인 차원임을 제시한다. 부패와 효율성의 관계 분석에서는 먼저, 221개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인식된 부패인 청렴도와 기술적 효율성의 관계를 토빗-패널회귀분석으로 검토하였다. 외부청렴도는 낙후된 지역인가와 무관하게 기술적 효율성과 정의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지방정부 유형별로 살펴보면 구지역에서는 효율성과 관련이 없지만 시, 군 지역에서는 효율성과 정의 관계에 있었다. 내부청렴도는 낙후지역에서만 효율성과 음의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열악한 행정환경에서는 행정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자원의 편법적 배분이나 인사비리가 부분적으로 행정의 비효율을 치유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지만 지역발전에 따라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지방정부 유형별로는 구 지역에서 내부청렴도가 효율성과 정의 관계를 보이는 반면 시, 군 지역에서는 효율성과 음의 관계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 차이는 구 지방정부와 시, 군 지방정부가 직면한 자원과 행정수요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판단하였다. 즉 자치구 지방정부는 행정을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할 필요성이 높고 재량적 자원배분의 가능성이 낮은 환경이므로 일선관리자가 고객인 민원인이나 민원기관과 저지르는 부패가 행정 전반의 기술적 효율성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청렴도와 주민생활만족도의 관계를 분석해 보았다. 주민생활만족도는 10점 척도의 연속형 변수이므로 시간고정효과를 고려한 패널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결과 외부청렴도는 서울시 자치구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1년 후의 주민생활만족도와도 유의미한 정의 관계에 있으나, 내부청렴도는 효율성과 약한 정의 관계에 있을 뿐, 주민생활 만족도와 유의미한 관계를 발견할 수 없었다. 거꾸로 말하면 지역주민이 생활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지역은 지역정부에서 경험하는 행정서비스의 청렴도가 높은 지역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찰된 부패인 지방공무원의 징계건수는 지방정부의 효율성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를 보여주지 못하였다. 이상의 분석 결과는 부패 연구에서 다음과 같은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첫째는 부패인식척도의 타당성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민원인이나 민원기관이 경험한 부패 또는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인식이 실제 지방정부의 부패 수준을 적절히 드러내는 척도임을 인정할 수 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객관적으로 관측된 징계건수라는 실측자료보다 부패수준을 더 적절히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본 논문은 부패연구에서 부패의 대리변수로 관측된 부패보다는 청렴도 점수를 활용하는 것의 타당성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외부에서 인식한 부패와 내부에서 인식한 부패가 실제로 부패의 다른 측면을 측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둘째, 지방정부가 얼마나 부패했는가에 대한 인식이 그 지방정부가 얼마나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의 부패연구는 부패문제를 당위적인 관점에서 점근하거나, 부패인식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밝히거나, 또는 부패인식 변화의 효과에 대한 연구라 하더라도 부패정도를 단순히 조직문화적 차원에서 고려하거나 경제발전 또는 해외직접투자 등 거시적, 재정적 변수와의 관계를 고찰하는데 그쳤다. 실제로 부패한 조직이 부패를 통해 일을 잘 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인지는 학술 연구의 사각지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 연구는 부패가 실제로 행정의 기술적 효율성과 효과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임으로써, 부패가 공무원들의 행태와 자원배분을 통해 어떻게 실질적으로 정부조직의 서비스 생산을 위한 투입과 산출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이론적 주장들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에 대한 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셋째, 지방정부의 성과를 분석할 때 행정효율성과 시민만족도는 서로 다른 차원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시민만족도와 행정효율성을 유사한 개념으로 간주하기도 하지만 본 연구결과는 지방정부의 성과의 상이한 차원을 대표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시민만족도를 효율성의 대리변수로 이해하거나 그 반대로 활용하는 연구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본 논문의 연구결과로부터 반부패 정책 설계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먼저 부패의 긍정적 기능에 대한 주장이 정당화 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낙후된 지역사회에서는 지방정부의 정책집행 절차가 미흡하거나 의사전달체계가 원활히 작동을 못하고 신뢰에 기반한 관계가 제도화되지 않을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에는 적법한 절차와 규율을 우회하여 편법적인 방법으로 정책집행을 추진함으로써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높은 행정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 논문의 실증분석 결과 이러한 효과는 낙후된 환경의 지방정부에 한정되는 것이며, 그러한 방법으로는 기술적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어렵다. 즉 부패의 순기능은 발전된 지자체에서는 정당화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지역주민이 지역정부가 청렴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생활 만족도가 긍정적으로 형성된다. 반대로 이해하면 공공서비스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금품, 향응 등을 제공하거나 지방정부가 불투명하고 무책임한 업무처리를 한다고 인식하는 곳에서는 지역주민의 생활환경 만족도도 낮게 형성된다. 즉 공정하고 투명하고 적법한 업무처리가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지역주민의 신뢰와 지속가능한 상호관계를 추구하는 지방정부에서는 공공서비스 생산의 양적 측면 뿐만 아니라 서비스 전달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부패요소를 없애기 위한 제도 마련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