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윤리의 윤리학적 정당화와 교육적 과제 연구

Abstract

군(軍)의 역할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지만, 다른 집단과 차별되는 군 만의 고유한 기능은 전쟁 수행 혹은 무력의 관리이다. 이러한 군의 특성과 윤리(倫理)는 근본적인 모순(矛盾)관계에 있는 듯 보인다. 왜냐하면 전쟁 혹은 무력은 내면에 폭력적 성향을 지닐 수밖에 없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를 뜻하는 윤리와 상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시(戰時), 비전투원에 대하여 무자비하게 공격을 가하는 상황이나 무분별하게 무력이 사용되는 상황을 가정해 보았을 때, 이러한 모습이 옳지 않음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즉, 군대윤리라는 개념이 모순된 개념이 아님은 군대윤리가 부재한 상황에 대한 역직관성(逆直觀性)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군대윤리 개념의 성립 가능성을 확인하였다면, 이제는 군대윤리 개념에 대한 정당화(正當化)의 문제가 남는다. 다시 말해, 군대윤리가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이론적 근거가 필요하며, 그 이론에 따른 의의와 한계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군대윤리를 중심 주제로 하여, 이를 윤리학의 주요 이론인 공리주의, 의무론, 덕윤리로 정당화한 뒤, 이를 통하여 현대 사회에 적합한 군대윤리의 이론과 군대윤리적 관점에서의 명령과 복종이라는 논쟁점을 검토하고, 최종적으로는 군대윤리의 교육적 과제로 의무론을 중심으로 한 군대윤리적 의사결정 모델 교육의 필요성과 덕윤리를 활용한 군대윤리 교육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발견한 사항은 크게 네 가지이다. 첫째는 군대윤리를 구성하는 세 영역의 확인이다. 연구자는 군대윤리에 대한 선행연구자들의 정의가 군인 혹은 군대의 특정한 기능에만 집중하거나 지나치게 모호하게 설정된 한계를 지적하고, 군대윤리에 대한 포괄적 영역을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군대윤리는 군대라는 집단 혹은 집단의 행위에 관한 윤리인 ①전쟁윤리와 집단 안의 개인인 군인을 대상으로 하는 ②군인의 공적 도덕성과 ③군인의 사적 도덕성을 아우르는 폭넓은 개념임을 확인하였다. 둘째로 현대 사회에 적합한 군대윤리의 윤리학적 이론을 확인하였다. 즉, 물질 만능주의, 개인주의, 쾌락주의적 가치가 만연한 현대 사회 속에서 군대가 나아갈 방향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군대윤리에 적용된 제 이론들의 적용범위를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검토 결과, 현대 군에 요구되는 윤리적 덕목은 의무론을 중심으로 공리주의와 덕윤리의 장점이 보완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의무론에서 강조하는 선한 동기, 도덕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것, 모든 인간을 보편적이고 존엄하게 대우하는 특징은 전ㆍ평시를 막론하고 군인의 도덕성 함양을 위해 필수적인 윤리 이론임을 확인하였다. 다만, 군인의 사적 영역에서의 도덕성은 구체적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덕윤리가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으며, 공리주의는 부대를 운영하기 위한 규칙이나 규율의 제정 등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셋째로, 군대윤리적 관점에서의 정당한 명령과 복종의 의미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군대윤리적 의사결정 모델을 제시하였다. 명령과 복종 행위는 군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행위이자 기능으로, 이는 전쟁이라는 군인의 특수한 임무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명령과 복종 행위가 이처럼 중요함에도 명령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은 옳지 않으며, 법적ㆍ도덕적 기준을 통과한 명령이 정당한 명령임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군의 정당한 명령에 대한 기준 위에 연구자는 군인의 책임윤리가 더해져야 함을 주장하였다. 여기서 군인의 책임윤리는 법적ㆍ도덕적 판단이 우선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민간인 등의 희생이 필요한 경우, 겸허한 마음으로 이를 수행한 뒤, 작전에 책임질 수 있는 명령권자(수명자)의 자세를 말한다. 또한 군대윤리적 명령과 복종의 행위를 의사결정 모델화하여 제시함으로써 군인이 윤리적 딜레마 상황에서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군대윤리 교육에 있어서 덕윤리의 교육적 의미를 제시하였다. 구체적인 교육적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 논의의 대상을 대한민국 육ㆍ해ㆍ공군 사관학교로 한정하고, 각 학교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요람을 활용하였다. 검토 결과 현재 3군 사관학교의 교육은 다분히 의무ㆍ규칙 중심으로 기울어져 있는 데 반해, 사관학교의 학칙에 제시된 임무나 사관학교의 규모적인 측면을 통해 덕윤리 교육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이에 따라 덕윤리를 적용한 사관학교 교육의 시사점과 한계를 도출하였는데, 시사점으로는 상황ㆍ맥락을 고려할 수 있는 유연한 사관생도ㆍ장교를 양성할 수 있다는 점, 유덕한 품성을 통해 외적 통제 없이도 스스로 도덕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 도덕성을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환경의 조성이 필요함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사관학교와 군에서 덕윤리적 교육은 기존의 규칙ㆍ의무 중심의 윤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완적 성격에서 활용되어야 함을 확인하였다. 비록 본 연구가 군대윤리의 세 영역을 더욱 깊이 있게 분석하지 못한 점, 실증 연구를 진행하지 못한 점, 구체적인 교육 모형을 제시하지는 못한 점 등의 한계가 존재하지만, 군대윤리 연구와 교육을 위한 기초 연구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앞으로 군대윤리에 대한 더욱 활발한 연구와 논의를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