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narrative) 중심 도덕과 교육과정에 관한 연구

Abstract

본 논문은 이성 및 탈(脫)맥락적 도덕발달 중심의 교육과정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서 내러티브 중심 도덕과 교육과정에 주목하고, 그 개념 확립 및 의의 설정, 수업 설계를 목적으로 하는 연구이다. 기존의 도덕과 교육과정은 콜버그(L. Kohlberg)의 이성적 판단을 통한 추론, 탈맥락적 도덕성 발달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인지의 도덕성이 행동의 도덕성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관계맺음․배려의 미시적 도덕성을 놓치고 있으며, 가상적 딜레마 상황에서의 추론에 매달려 일상의 도덕성을 놓치고 있는 등 실천이론인 도덕교육의 방향으로서 치명적인 약점이 노정되었다. 내러티브 중심 도덕과 교육과정은 내러티브의 개념과 교육적 기능에 근거한 내러티브 접근법을 사용하는 교육과정이며 이론적 바탕으로는 포스트모더니즘, 사회구성주의, 배려윤리, 경험주의를 들 수 있다. 따라서 바탕이론에 영향을 받아 내러티브 중심 도덕과 교육과정은 성(性), 계층, 환경, 문화 등을 고려한 맥락적 도덕성을 강조하며 거대담론과 주류적 논리에 소외되어 온 소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경험과 삶의 이야기를 재조명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내러티브 중심 도덕과 교육과정의 의의는 지금까지의 도덕과 교육과정과의 차이점에서 기인하며 도덕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내러티브의 답변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첫째, 내러티브 중심 도덕과 교육과정은 그동안의 교육과정에서 소외되어 왔던 학습자를 가장 최우선에 두고 학습자 스스로 자아정체성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둘째, 타인과의 관계맺음과 공감능력을 향상시킨다. 셋째, 학습자가 사회구성원으로서 공유된 신념과 가치관, 문화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와 공동체에 참여하도록 만든다. 내러티브 중심 도덕과 교육과정은 통합적, 치유적, 직관적, 배려적 도덕교육이라는 4가지 모습으로 그 효용성을 드러낸다. 첫째, 브루너(J. Bruner)에 따르면 내러티브는 도덕성에 있어 지‧정‧의를 통합할 수 있는 도덕교육적 제재이자 학습법이기에 통합적 도덕교육이 가능하다. 둘째, 내러티브 중심 도덕과 교육과정에서 자주 사용되는 자서전적 내러티브는 개인적 경험의 공론화와 생각의 표출, 감정 표현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므로 이를 통한 치유적 도덕교육이 가능하다. 셋째, 신경과학적 연구를 통해 밝혀진 도덕 판단에 있어 감정과 직관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도덕교육 방법이 내러티브 접근법이므로 이를 통한 직관적 도덕교육이 가능하다. 넷째, 내러티브 중심 도덕과 교육과정은 길리건(C. Gilligan), 나딩스(N. Noddings) 등의 배려윤리에 윤리학적 토대를 두고 대화, 배려를 강조하므로 배려적 도덕교육이 가능하다. 이 논문에서 제시하는 내러티브 중심 도덕과 교육과정의 수업 설계원리는 로리첸과 예거(C. Lauritzen & M. Jaeger)의 내러티브 중심 교육과정의 설계 원리에 따른다. 따라서 수업설계 단계는 맥락의 제시, 탐구질문, 목표필터의 여과, 탐구조사, 완성 및 정리로 이루어진다. 이 설계원리에 따라 내러티브 중심 도덕과 교육과정의 수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내러티브의 종류로서 자서전적, 문학적, 역사적, 쟁점적, 협동적 내러티브를 사용한 수업유형을 제시한다. 내러티브 중심 도덕과 교육과정에서 사용하는 내러티브는 실생활의 맥락 속에서 유용한 도덕 판단능력을 키워주며 도덕적 감정 형성을 돕고, 도덕적 실천능력을 배양시킨다. 내러티브 중심 도덕과 교육과정에서의 평가는 내러티브의 특색을 살려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평가의 주안점은 학습자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내러티브를 표현할 수 있는가, 타인의 내러티브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에 맞추어져야 한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평가 기준에 따라 첫째 라이프 스토리 북을 활용한 평가, 둘째 시각적 내러티브를 활용한 평가, 셋째 내러티브 영상을 활용한 평가 방법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내러티브 중심 도덕과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바람직한 교사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의 자서전적 내러티브를 학습자에게 전할 수 있는 이야기할머니가 되어야 하며 둘째, 학습자들의 내러티브에 적절한 반응(response)을 해줄 수 있고 학급을 반응 공동체로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비고츠키(L. Vygotsky)의 비전을 내러티브로서 실현시켜줄 매개체로서 학습자들에게 대화를 통한 안내된 참여를 제시해야 한다. 넷째, 배려하는 교사(caring teacher)의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