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참여가 민주주의 지지에 미치는 영향

Abstract

사회과 교육에서 주요 목표로 삼고 있는 정치참여가 민주주의 공고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험적인 논의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본 연구는 시작되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연구 문제의 여섯 가지의 연구 질문을 설정하였다. [연구 문제1] 정치참여가 민주주의의 지지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 연구 질문 1. 정치참여는 추상적이고 원칙적인 차원의 민주주의 지지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 연구 질문 2. 정치참여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차원의 민주주의 지지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연구 문제2] 민주주의 공고화에 핵심적인 민주주의 지지의 유형은 무엇인가? - 연구 질문 3. 민주주의의 태도적 공고화에 기여하는 민주주의 지지 유형은 어떠한 특성이 요구되는가? - 연구 질문 4. 이러한 특성에 부합하는 민주주의 지지 유형은 무엇인가? [연구 문제3] 민주주의 공고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개인적 요인들은 무엇인가? - 연구 질문 5. 어떠한 요인들이 민주주의 공고화에 핵심적인 민주주의 지지 유형을 높일 수 있는가? - 연구 질문 6. 이러한 요인들의 경향성이 정치 교육 연구에 주는 함의는 무엇인가? 이러한 연구 문제와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 사용하는 핵심적 개념인 정치참여와 민주주의 지지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본 연구에서는 정치참여를 사회 구성원이 정치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규정하는데, 그 이유는 민주주의 지지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참여의 유형을 포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학자들도 가장 넓게 지지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지지는 다차원적으로 구성되는 개념인데, 본 연구에서는 민주주의 체제(Democratic System)에 대한 지지, 민주주의 체제의 수행능력(Democratic Performance)에 대한 지지, 민주주의에서 작동하는 정치 제도(Political Institution)에 대한 지지, 민주주의 공직자(Democratic Authorities)에 대한 지지로 유형화하고 있다. 이러한 네 차원의 민주주의 지지 유형들 중에 민주주의의 태도적 공고화와 가장 관련성이 높은 것은 현실보다 이상에 가까운 민주주의 체제의 원칙에 대한 지지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정치 엘리트의 비민주적 시도에 막대한 비용을 부과하려면,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무조건적이고 확고하게 지지해야 하는데, 이러한 무조건적 지지는 이상과 신념 차원의 것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정치참여와 민주주의 지지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기 위해, 우선 정치참여의 효과에 관련된 이론을 고찰하였다. 고전적 민주주의 이론과 수정 민주주의 이론 그리고 참여 민주주의 이론을 검토한 결과, 고전적 민주주의의 참여에 대한 입장은 다소 논쟁적이지만 수정 민주주의 이론은 일반 시민들의 정치참여 효과에 부정적이고, 참여 민주주의 이론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논의의 실증적인 근거가 미약하였기에, 경험적인 선행 연구 결과를 검토해본 결과, 정치참여의 시민성 고양효과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본 연구는 민주주의 공고화에 핵심적인 조건 중 하나가 시민들의 민주주의 지지라고 상정하고 있으므로 민주주의 지지와 관련된 선행연구 역시 고찰하였다. 지금까지 민주주의 지지 연구는 주로 다차원적 민주주의 지지보다는 민주주의 만족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들 연구 검토로부터 민주주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인적 요인들은 사회적 신뢰, 정치적 상황 인식, 정치적 관심, 경제적 상황 인식, 이전 선거에서의 승패, 이념, 교육, 수입 등임을 파악하였다. 그 이후 관심사가 가장 유사한 정치참여와 민주주의 지지(규범 차원)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들을 검토하였다. 그 결과, 정치참여가 정치적 관용이나 반대할 자유 같은 민주주의적 규범 지지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 정도의 사례를 제외하면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표본 추출 및 분석 방법의 측면에서 엄밀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를 충분히 신뢰할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본 연구는 앞서 제기한 연구 문제와 연구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론적 논의 및 선행연구 검토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연구 가설을 설정하였다. ￮ 가설 1 : 정치참여에 적극적일수록 민주주의 체제를 선호할 것이다. ￮ 가설 2 : 정치참여에 적극적일수록 민주주의 수행 능력 평가 에 긍정적일 것이다. ￮ 가설 3 : 정치참여에 적극적일수록 민주주의 만족도가 낮을 것이다. ￮ 가설 4 : 정치참여에 적극적일수록 민주주의에서 작동하는 제도에 대한 신뢰가 낮을 것이다. ￮ 가설 5 : 정치참여에 적극적일수록 공직자에 대한 만족도가 낮을 것이다. 이와 같은 가설들을 검증하기 위해,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 Wave4)의 25개국 17,000여명의 데이터를 이용한 다섯 개의 다중 회귀 모형을 설정하였다. 모형에 들어갈 종속변수는 민주주의 지지로 설정되었고, 이를 다시 민주주의 체제 선호, 민주주의 수행 능력 평가, 민주주의 만족도, 민주주의 제도 신뢰, 공직자 만족도 등으로 유형화하여 각각 한 회귀식 내의 종속변수로 위치하게 하였다. 그리고 이들을 설명하기 위한 독립변수로 정치참여를 설정하고, 다른 요인들이 통제된 상태에서도 영향력이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사회적 신뢰, 집권당 지지 여부, 이념, 가계 경제 상황, 정치적 관심, 학력, 소득, 성, 연령, 국가 등도 독립변수로 투입하였다. 그리고 이들에 대해 STATA 12.0을 이용하여 다섯 번의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가설 1, 2, 3, 4, 5 모두 검증되었다. 이와 같은 다섯 개의 회귀분석 결과를 비교하며, 정치참여뿐만 아니라 다른 독립변수들이 미친 영향력을 함께 고찰할 경우 다음과 같은 경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개인의 정치참여 성향, 학력, 소득이 높을수록 민주주의 체제 자체와 민주주의 수행능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면 민주주의 및 공직자 만족도, 제도에 대한 신뢰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정치참여를 많이 하고, 학력이 높으며, 소득이 높은 사람일수록 민주주의의 이상적 차원에 대한 지지는 높은 반면, 민주주의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현실적 차원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는 비판적 시민상의 특징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게 한다. 둘째, 우파적 이념과 가계 경제 상황 인식은 민주주의의 구체성과 현실성이 증가할수록 지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변수로 나타났다. 이는 이념이 우파에 가까울수록 그리고 가계 경제 상황에 만족할수록 민주주의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의회, 정부 정당과 같은 정치제도들을 신뢰하고 현직 공직자들에게 만족함을 의미하다. 따라서 이런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현 상황의 안정성을 높이고, 민주주의가 현실에서 작동하는 데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셋째, 사회적 신뢰 및 집권당 지지, 그리고 정치적 관심은 민주주의 지지 대상의 차이에 상관없이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각각 해석하면, 우선 사회적 신뢰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세계관을 형성하여 모든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정치적 관심은 정치적 효능감을 증진시키고, 정치적 효능감이 모든 유형의 민주주의 지지를 제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집권당 지지는 두 개의 차원에서 해석될 수 있다. 먼저, 구체적․현실적 차원에서 정당 지지는 정치 현실에 대한 만족도를 증가시킨다. 추상적․이상적 차원에서 그것은 데이터와 관련이 있는데, 본 연구 데이터는 최소한 집권당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의 민주주의 국가로 한정되어 있다. 이러한 나라들에서 민주주의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집권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통계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와 질문에 답을 하면 다음과 같다.

[연구 문제1] 정치참여가 민주주의의 지지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 정치참여는 민주주의 지지의 대상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 지지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난다. - 연구 질문 1. 정치참여는 추상적이고 원칙적인 민주주의 지지 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 정치참여는 추상적․원칙적 차원의 민주주의 지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 연구 질문 2. 정치참여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민주주의 지지 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 정치참여는 구체적․현실적 차원의 민주주의 지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연구 문제2] 민주주의 공고화에 핵심적인 민주주의 지지의 유형은 무엇인가? : 추상적․원칙적 차원에 가까운 민주주의 지지 유형 - 연구 질문 3. 민주주의의 태도적 공고화에 기여하는 민주주의 지지 유형은 어떠한 특성이 요구되는가? : 민주주의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확고한 지지일 필요성이 있 다. 따라서 그 지지는 불편부당성을 조건으로 한다. - 연구 질문 4. 이러한 특성에 부합하는 민주주의 지지 유형은 무엇인가? : 독립변수들의 표준화 계수를 비교할 때, 당파성 및 이념성의 영향을 적게 받는 민주주의 지지 유형은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지지와 민주주의 수행 능력에 대한 지지이다.

[연구 문제3] 민주주의 지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개인적 요인들은 무엇인가? : 정치참여, 사회적 신뢰, 집권당 지지, 우파적 이념, 가계 경제 상황 인식, 정치적 관심, 학력, 소득, 연령 - 연구 질문 5. 어떠한 요인들이 민주주의 공고화에 핵심적인 민주주의 지지 유형을 높일 수 있는가? : 민주주의 체제 선호와 민주주의 수행 능력 평가에는 정치참여, 사회적 신뢰, 집권당 지지, 정치적 관심, 학력, 소득, 연령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 연구 질문 6. 이러한 요인들의 경향성이 정치 교육 연구에 주는 함의는 무엇인가? : 이론적 측면에서는 참여 민주주의 이론에 한층 힘을 실어주고 있으며, 실천적 측면에서는 사회과 교육에서 추구하는 참여교육의 유용성을 더 강력하게 정당화한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볼 때, 후속의 정치교육 연구에서는 더 다양한 정치 참여 형태를 포괄할 필요성이 있음을 역설하고, 앞으로 보다 엄밀한 사회과 교육 연구가 가능하려면 범사회과 차원에서 시민교육과 관련된 데이터를 생성하는 데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할 것을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