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학교로 - 평생직업능력개발 체제에서 기술계 학원의 형태변환에 관한 사례연구

Abstract

본 연구는 평생직업능력개발 체제라는 새로운 직업능력개발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한 기술계 학원의 형태변환 양상을 밝히고 그 특성을 명확히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기술계 학원은 해방 이후 수십 년 간 실용지식 분야에서 산업인력 양성을 수행해 온 민간의 직업능력개발 기관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지식기반 경제의 등장 등 경제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로부터 촉발된 산업‧노동 구조의 연쇄적인 변화로, 직업능력개발의 패러다임이 평생직업능력개발 체제로 전환되면서 기술계 학원을 둘러싼 직업능력개발 환경이 크게 변화하였다. 평생직업능력개발 체제는 변화된 경제사회의 특성을 반영하여, 평생학습의 개념을 기반으로 평생에 걸쳐 필요한 직업능력 수준을 유지‧강화할 수 있도록 직업능력개발을 수평적‧수직적으로 확장하였으며, 고숙련‧고역량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자 한다는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주로 고등학교 졸업자를 대상으로 기술기능 자격증 취득을 위한 단기 교육을 실시해 온 기술계 학원은 점차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기술계 학원들이 폐원이나 휴원을 택하였다. 반면 일부 기술계 학원은 평생직업능력개발 체제의 특성에 적응하고 수요자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형태변환을 시도하였다. 이 과정은 직업능력개발과 고등교육, 그리고 평생학습의 기능과 제도를 융합하는 방식을 활용하여 전개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책 및 관심에서 배제되어 온 민간 사설학원인 기술계 학원의 특성 상 이 집단에 초점을 맞추는 연구는 많지 않았으며, 평생직업능력개발 체제에서의 변화 형태에 주목한 경우도 찾기 힘들었다. 이에 본 연구는, 기술계 학원은 평생직업능력개발 체제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형태를 변환해 왔는가라는 연구문제를 설정하고, 기술계 학원의 변환형태 및 과정을 확인하기 위하여 서울에 위치한 B 항공직업전문학교(구 A 항공학원)를 대상으로 사례연구를 실시하였다. A 항공학원은 1990년에 설립된 기술계 학원이다. 항공 관련 직업에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단기 자격증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업을 얻기 위해 학원을 찾는 수요가 많았고, 자격증만으로도 평생 직업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꾸준히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수요자의 요구가 변화하고 경쟁기관이 부상하면서 수강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평생직업능력개발 체제에서는 고숙련의 지식을 필요로 하여 자격 취득 목적의 단기교육을 운영하는 기술계 학원의 매력이 떨어졌고, 고등교육이 보편화되면서 고등학교 졸업 후 입직을 원하는 수요 자체가 줄어들었으며, 직업능력을 학력으로 인증하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져 학원에 대한 선호가 낮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고등교육 기관이나 직업능력개발 기관은 점차 경쟁력을 갖추어 나갔다. A 항공학원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단계적으로 변화하여 나갔다. 학점은행제를 도입하여 고등교육의 학위 부여 기능을 갖추고 2-3년의 장기 교육과정을 운영하였으며, 기술계 학원에서 직업전문학교로 전환하여 B 항공직업전문학교가 되면서 학교라는 명칭을 획득한다. 또 평생교육원을 설립하여 직업전문학교와 함께 운영하는 방식으로 한 기관 당 이수학점의 제한이 있는 학점은행제를 보완하여 통합적인 학사관리 체제를 만들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하여 A 항공학원은 기술계 학원으로서 평생직업능력개발 체제에서 가지고 있었던 한계점을 극복해 나갔다. 교육과정 면에서는 학점은행제라는 평생학습의 제도를 도입하여 단기 자격증 취득 위주의 프로그램을 학위과정과 자격과정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으로 전환하였다. 기관의 명칭도 학원에서 학교가 되었기 때문에, 수강생 인식의 측면에서 고등교육 기관과 유사한 형태를 확보하였다. 그리고 평생교육원을 함께 운영하여 학위를 부여하는 체제를 갖추어 갔다. 즉, A 항공학원의 변화는 평생직업능력개발 체제의 특성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평생학습의 제도를 도입하여 고등교육의 학위를 부여하고, 직업전문학교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학교라는 형태를 입혔으며, 평생교육 기관을 활용해 이 형태를 완성했다. 이는 직업역량을 고등교육의 학위로 인증할 수 있으면서 전문성 있는 교육을 원하는 수요자들의 요구에 응답하는 변화였다. 따라서 기술계 학원이 학교가 되었다는 것은 단순히 명칭의 전환이 아니며, 기존의 제도들을 활용하여 평생직업능력개발 체제의 특성을 이식하는 융합적 형태변환이었다. A 항공학원의 변화는 또한 비형식‧비학위과정을 제도화, 체계화, 전문화하여 교육 생태계를 확장하였다는 의미를 갖는다. 학원 교육을 학위과정과 연계해 제도화하고, 교육과정과 절차를 체계화하였으며 2-3년제의 교육과정을 정착시켜 전문화시켰다. 여러 제도와 형태를 융합하여 고등교육과 직업능력개발 기관의 비형식교육 사이에 존재하는 틈을 메꾸면서 평생학습의 형질을 획득한 것이다. 이는 이미 존재하는 제도를 융합하여 자생적으로 변화한 것이라는 점에서 독특성을 갖는다. 즉, 기술계 학원의 변화는 여러 가지 방식을 활용하여 자생적으로 형성된 고등평생학습의 복합체이자 교육 생태계의 확장적 형태인 것이다. 기술계 학원의 변화 과정을 밝힌 본 연구에서 직업능력개발의 평생학습적인 형질이 드러났으나, 여전히 직업능력개발과 평생학습이 별개의 영역으로 이분화 되어 다루어지고 있는 현실이 확인되었다. 그간 경제성이나 실용성의 측면만이 강조되어 온 직업능력개발에 평생학습적 특성과 의미가 더하여 드러남으로써, 평생학습의 관점에서 직업능력개발의 가치 지향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제시되었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직업능력개발의 교육과정과 내용에서부터,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에까지 이르는 향후의 방향을 제시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