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근로참여 및 직업특성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 빈곤노인과 비빈곤노인 비교

Abstract

최근 노인 빈곤율이 심각한 가운데, 이에 대처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노인의 근로를 장려하는 사회정책들이 실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근로는 과연 노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현재까지 이루어진 연구들은 결과가 일관되지 않으나 근로가 노인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대부분 노인을 하나의 집단으로 간주하고 분석된 연구들이다. 노인 집단은 동질적이지 않다. 특히 경제적으로 양극화가 심각하고,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 상황에 따른 노인집단의 이질성이 상당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빈곤여부에 따라 근로 참여가 노인의 우울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고자 한다. 그리고 한 발짝 더 나아가 노인 우울에 영향을 미치는 직업특성 역시 빈곤노인과 비빈곤노인을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복지패널 8차년도와 9차년도를 분석하였다. 첫 번째 목적인 근로가 우울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8차년도와 9차년도에 지속적으로 근로를 한 노인과 지속적으로 비근로 상태인 노인 3,829명을 대상으로 하였고, 지속적 근로여부를 독립변수로 설정하였다. 두 번째 목적인 노인 우울에 영향을 미치는 직업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임금근로를 하는 노인 401명으로 대상을 축소하였고, 독립변수로는 개인의 근로소득, 근로지속 가능성, 근로시간형태 등 3가지를 사용하였다. 분석은 빈도분석, 상관관계분석, 다중회귀분석을 이용하였다. 분석 결과, 노인의 근로가 우울에 미치는 영향은 빈곤노인과 비빈곤노인에서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빈곤노인에서는 근로가 낮은 우울수준과 관련이 있었고, 비빈곤노인에서는 관련이 없었다. 빈곤노인에서 근로는 노인들에게 사회연결망을 제공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거의 유일한 수단이 되는 반면, 비빈곤노인은 물질적, 사회적 자원에 있어서 비교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근로를 하지 않아도 사회적 관계를 맺고, 활동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근로의 상대적인 효과가 빈곤노인에서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우울에 영향을 미치는 직업특성에 관해서는, 개인의 근로소득과 근로지속가능성이 빈곤노인과 비빈곤노인에서 모두 우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소득이 우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노인의 근로소득이 생활에 의미 있는 변화를 줄 만큼 충분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직업특성인 근로시간형태와 우울은 비빈곤노인에서는 관련이 있었으나, 빈곤노인에서는 관련이 없었다. 비빈곤노인에서는 시간제 근무를 하는 노인보다 전일제 근무를 하는 노인의 우울 수준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빈곤노인에서는 전일제 근무의 직업이 시간제 근무의 직업에 비해 양질의 직업인 반면, 빈곤노인에서는 전일제 근무도 직업의 질에 있어서 시간제 근무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는 노인의 근로가 우울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우울에 영향을 미치는 직업특성이 빈곤노인과 비빈곤노인에서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향후 노인들을 노동시장에 참여시키기 위한 정책에서 빈곤노인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임금이 생활에 의미 있는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더불어 노후 소득보장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