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대한 집착심리 작업 연구

Abstract

본인은 유년 시절에 사물을 모으고, 모아놓은 사물을 곁에 두고, 나만의 세계-내 방-에 가두어 놓곤 했다. 축적된 사물에는 단지 사물을 소유하려는 심리뿐만 아니라, 보다 근원적인 내면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심리가 내재되어 있었다. 개인의 경험에서 시작되었던 사물에 대한 관심은 취향과 습관이라는 지점에서 나아가 사물을 향한, 또는 사물 그 자체로부터의 감정이나 그 관계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물을 모으고 그것들을 옆에 두고 싶은 마음, 더욱이 그것이 내 것이어야만 한다는 집착 심리에 주목하게 되었다. 본 작업 연구는 사물에 대한 집착 심리에서 형성되는 다양한 층위의 감성을 구현하는 형식으로 전개되었다. 이 심리는 크게 사물에 대한 집착(Obsession), 모아진 사물들을 통한 허구적 환상(Fantasy), 사물과 나누는 교감(Connection)으로 구분된다. 먼저 사물에 대한 소유욕과 집착을 드러내고, 이와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불안을 형상화함으로써, 욕망을 충족시킬 수 없는 현실에서 비롯된 허구적인 환상과 환상의 비실재성이 야기하는 좌절감과 허무감을 포착하였다. 나아가 집착의 대상인 사물과의 관계에서 형성된 동질감과 이를 바탕으로 구현된 사물과의 교감을 형상화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작업 전반에 걸쳐 광고 이미지, 생활용품 등 일상에서 소비될 수밖에 없는 매체들은 사물의 집착 심리에 대한 현대인들의 감성을 표출하는 시각적 장치인 동시에, 과잉된 소비를 통해 얻는 대체적인 만족감이 허상이라는 비판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일상에서 우리의 욕구를 대변하는 사물들과의 관계맺음이 반복되면서, 사물들은 비단 기능적인 필요를 충족하는 물건뿐만 아니라 우리의 내면심리를 드러내는 하나의 대상으로서 그 의미를 확보하게 된다. 이러한 사물에 대한 인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콜라주를 선택하였다. 이를 통해 수집된 사물들 각각의 특질을 그대로 드러내는 동시에 사물들이 집단적으로 형성하는 또 다른 장면에 의미를 부여하였다. 따라서 작업은 사적인 의미를 구축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감상자와 다양한 맥락에서 소통할 수 있는 작업으로 의미를 폭넓게 확장하였다. 초반 작업에서 이미지의 변형을 통해 사물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을 표현하였다면, 후반 작업에서는 오브제의 원형을 보존하여 감상자가 오브제의 집합체로서 작품의 주제를 파악하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