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형의 덩어리 형상을 통한 내적 본성의 표현

Abstract

본 논문은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제작된 본인의 작품을 연구대상으로 하여 창작의 동기와 목적 및 작품 주제의 인식적 배경을 밝히고 그것의 형상화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본인의 작업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기 위한 작품연구 논문이다.

이 연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내적인 모습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비롯된다. 그 내적인 모습이란 언어로 잡히지 않는 미묘한 감정과 욕구들이 복합적으로 섞이고 흐르고 솟아나는 추상적인 상태라 할 때, 본인의 작업은 덩어리 형상이라는 특정한 메타포를 통해 그것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인간의 내부에서 일어나거나 남아있는 '어떤 것'의 본질을 그리기로써 탐구해나가는 과정인데, '어떤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내적 본성으로써, 그 무한한 영역을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본인이 경험한 것으로부터 통찰할 수 있는 일정 부분의 내적 본성의 특징을 말한다. 인간의 본성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본인만의 개성과 감수성이 드러나도록 표현하기 위한 조형적 장치가 덩어리 형상이다. 본인은 덩어리 형상을 통해 일상에서 경험하는 감정, 고통과 같은 마음의 문제를 다루어가는데 이는 한 인간으로서 내적 본질과 대면하는 일이며, 나아가 이러한 내적 상태를 지닌 현대인의 은유이기도 하다.

전체 논문은 크게 머리말, 내적 본성의 탐구, 덩어리 형상의 의미, 덩어리 형상 표현의 실제, 맺음말의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Ⅰ장에서는 본인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작품 창작의 동기를 밝히고, 작업의 목적과 내용,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였다. Ⅱ장에서는 본인 작업의 내용인 내적 본성에 대한 인식의 토대가 어떠하였는지 양명학을 중심으로 중국의 철학적 배경을 알아보고, 내적 본성의 많은 부분들 중에서 특별히 감정과 욕구를 긍정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예술 표현에서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를 살펴보았다. Ⅲ장에서는 내적 본성을 미적 형상으로 표출하기 위한 본인 나름의 표현 수단인 '덩어리 형상'이 갖는 내용적인 의미에 대해 설명하였다. 덩어리 형상은 내적 본성을 표현하는데 있어 세 가지 역할을 하는데, 감정을 기록하고, 고통을 긍정하며, 이러한 과정은 치유로써 기능한다. 먼저, 감정의 기록은 가벼운 의미로는 일기와 같은 역할을 하며, 또 다른 의미로는 감정이 형상으로 기록됨으로써 감정 자체를 대상화하여 재해석할 수 있음에 대해 설명한다. 고통의 긍정에 관하여는 덩어리 형상으로 표현된 본인 내부의 또 다른 모습인 타아(他我)를 다루는 법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마지막으로, 그리기 과정에서 본인이 경험하는 치유와 행위의 결과물인 작품이 다른 사람에게 안기는 치유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였다. Ⅳ장에서는 덩어리 형상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조형적 형식으로 표현되는지를 작품분석과 함께 살펴볼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론 보다는, 본인 작품의 주제인 내적 본성의 속성을 가장 적절하게 은유할 수 있는 회화적 원리에 대해 분석하였다. 덩어리 형상 표현의 특징으로는 불편한 형상, 즉흥적 선묘의 중첩, 선과 색의 혼재로 크게 나누었다. 불편한 형상은 무정형의 덩어리 형상, 태아와 알의 이미지, 신체 몸짓의 은유를 통해 이루어진다. 즉흥적 선묘의 중첩에 대해서는 그리기 행위로서의 신체성에 기반하여 구체적으로 작품 속에서 즉흥적 선묘가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선과 색의 혼재에 관하여는 중요한 표현원리인 우연성이 갖는 의미에 대해 알아보고, 동양화 재료만의 특성이 어떤 의미로 작품 안에서 운용되는지를 밝히도록 한다. Ⅴ장에서는 앞에서 논의된 내용을 요약하고, 작품의 주제와 형식에 관한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고 본인의 작품이 갖는 의의를 점검하여 앞으로의 연구방향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