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을 둘러싼 천주교와 개신교의 환경담론 비교 분석

Abstract

4대강사업에 대해 한국 기독교계는 크게 두 가지 입장을 표명하였다. 개신교계는 소수의 진보 진영을 제외하고는 거의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입장 표명을 보류하였고, 일부 보수 개신교 단체는 적극적인 성명까지 발표하였다. 반면 천주교는 주교회의와 4대강 반대 천주교 연대를 통해 4대강사업 반대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이 연구는 개신교와 천주교가 보인 이러한 입장 차이에 주목하여 4대강사업이 진행된 2009년 4월부터 2011년 10월 사이 개신교와 천주교에서 발표한 성명서를 비판적 담론분석을 통해 분석하여 한국 기독교계 내부에서 나타난 입장 차이가 어디에서 유래하였는지를 살펴보았다. 특히, 교리적으로는 차이가 있지만, 지향하는 가치는 거의 유사한 천주교와 개신교가 왜 4대강사업에 대해서는 유독 다른 입장을 취했는지, 왜 개신교의 지배적인 다수가 4대강 사업에 침묵하거나 동조한 반면 천주교는 적극적으로 반대했는지 그 원인을 밝히고자 하였다. 이 논문에서는 페어클러프의 비판적 담론분석을 적용하여 분석 대상이 되는 각 종교의 성명서들을 텍스트적 실천, 담론적 실천, 사회적 실천의 세 단계로 분석하였다. 먼저 텍스트적 실천분석을 통해 천주교의 성명서들이 4대강사업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종교적인 관점에서 종교적인 은유를 가지고 묘사하고 비판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묘사는 독자들이 현 상황을 종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며 신앙의 눈으로 접근하게 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반면 개신교 성명서들은 기독교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용어나 종교적인 은유를 사용하기보다는 오히려 4대강사업을 둘러싼 현재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며 진단하고, 이에 대한 교회의 대응과 책임을 주장하는 방식의 서술이 지배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담론적 실천분석 단계에서는 먼저 천주교가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지속적으로 발표하게 된 상황적 배경, 발화자인 천주교와 발화의 대상인 정부의 관계 등을 살피고, 천주교의 발화행위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천주교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교회의 사회참여, 해방, 생명존중 등의 담론들을 발전시켜 왔으며, 이것이 4대강사업 반대운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었음을 밝힐 수 있었다. 다음으로 개신교측에서는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한기총과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개신교의 대표적인 담론생산자로 설정하고 분석한 결과, 두 조직은 역사관과 대북관에서 큰 차이를 보이며 이러한 차이가 4대강사업에 대한 태도에도 반복적으로 재현됨을 알 수 있었다. 사회적 실천분석에서는 4대강사업에 대한 두 종교의 입장 차이를 구체적인 담화상황을 넘어 보다 거시적인 차원의 맥락에서 분석하였다. 그 결과 천주교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확산된 사회참여적 분위기와 더불어 국내적으로는 군사독재정권의 탄압을 경험하며 예언자적 소명을 가지고 사회참여에 적극성을 띠게 되었음을 밝혔다. 반면 4대강사업에 대해 침묵하거나 동조한 보수 개신교 진영은 근본주의 신학의 유입, 정교유착과 권력화 과정을 통해 보수적 성향을 지니게 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 종교가 발표한 성명서에 대한 비판적 담론분석을 통해 4대강사업에 대한 천주교와 개신교계의 반대, 침묵, 찬성과 같은 입장 차이는 한국 천주교와 개신교가 뿌리내린 역사적, 신학적 맥락에 기인하며, 4대강사업에 대한 이들의 담론이 정치적, 사회적 맥락과 상호작용하면서 형성되어 왔음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