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노후소득 보장 강화와 퇴직연금제도

Abstract

본 연구는 퇴직연금제도 도입 10년차인 현 시점까지 제도 본래 목적과 달리 연금화율이 0%대에 머물고 있는 현상에 대한 정책 측면의 문제점을 분석하여 기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퇴직연금제도의 실시 목적은 근로자 안정적 노후소득 보장 강화인데, 이때 보장'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이 어려움 없이 이루어지도록 조건을 마련하여 보증하거나 보호함'이다. 그렇다면 과연 관련 행위자들은 그 조건을 마련하였는가? 조건을 마련하여 보증하거나 보호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가? 안하고 있다면, 안하게끔 만든 어떤 요인이 있는가?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 본 연구는 퇴직연금제도와 관련한 정책 전반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퇴직연금제도에서의 지급단계에 관한 정책에 초점을 맞추어 주된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우리나라, 영국, 미국 세 나라의 퇴직연금제도 지급 단계 정책에 관한 사례 비교 분석을 실시하였고, 특히 우리나라 사례에 관하여는 정책결정요인 분석을 실시하였다. 주로 문헌조사에 의한 서술적 연구방법을 사용하였으며, 면접조사를 보완적으로 활용하였다.

우선 우리나라, 영국, 미국의 지급단계 정책 사례 비교 분석은 특히 정책과정에서 대리인인 사용자나 퇴직연금사업자의 도덕적해이가 발생하는 정책 구조인지 여부에 집중하였다. 분석 결과, 영국의 경우 지급단계 정책이 지급단계 대리인 문제를 약화시켜 퇴직연금제도의 안정적 노후소득보장 기능 강화시키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고, 미국이나 한국의 경우 지급단계 정책이 지급단계 대리인 문제를 심화시켜 퇴직연금제도의 안정적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제도에 관한 정책이 정책 집행 단계에서 퇴직연금사업자의 도덕적해이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는 측면에서 해당 정책이 왜 그렇게 설계되었는지에 대해 정책결정요인이론과 정책네트워크모형을 통해 살펴보았다. 우리나라 지급단계 정책을 규제 정책, 유인 정책, 정보제공 정책으로 나누어 각각의 정책 결정요인을 정책환경 측면과 정책네트워크 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첫째, 규제 정책은 기업 연속성에 대한 회의, 기존 퇴직금제도의 일시금 지급 관성, 정책 네트워크 내 행위자들의 자원의 한정성 등으로 인해 현재와 같이 결정되었음을 발견하였다. 둘째, 유인 정책은 퇴직연금제도 도입 이전부터 퇴직소득세와 연금소득세 체계 간에 굳어있던 이원성, 퇴직연금제도의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세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간 권력 차이 등의 이유로 유인정책이 현재와 같이 설계되었음을 발견하였다.

본 연구는 연금화율이 낮은 실태에 대하여 기존 논의들의 초점과 달리 정책과정 측면에서의 설명, 사업자 행태 측면에서의 설명을 시도했다는 의의가 있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퇴직연금제도는 기본적으로 대리인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이므로, 정책 집행 단계에서의 행위자들의 유인 구조를 파악하여 정책 설계를 하여야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반면 본 연구의 한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데이터 부재로 양적조사를 실시하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둘째, 사례 비교 대상을 우리나라, 영국, 미국의 사례로 한정하고 그나마도 지급 단계 측면을 위주로 제한된 정보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정책결정요인 및 정책네트워크에 관한 분석은 우리나라 사례에 대해서만 실시하였다는 점이다. 셋째, 2000년부터 2013년의 긴 기간에 이루어진 모든 정책을 하나의 분석단위로 하여 정책과정 분석을 실시하였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