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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화되는 녹조현상, 지워지는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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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박서현

Advisor
홍성욱
Major
자연과학대학 협동과정 과학사및과학철학전공
Issue Date
2015-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4대강 사업녹조현상수치화공생산환경위험수자원 관리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협동과정 과학사및과학철학전공, 2015. 2. 홍성욱.
Abstract
이 글은 4대강 사업이 완공된 직후인 2012년 여름에 발생했던 4대강 사업과 녹조현상 논쟁을 다룬다. 녹조현상의 원인을 두고 4대강 사업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당시의 논쟁은 흔히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과학이 왜곡되었다는 과학의 정치화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해석은 논쟁의 원인을 행위자들의 이해관계 추구로 환원함으로써 논쟁이 위치한 맥락을 놓치게 한다. 뿐만 아니라 과학이 왜곡되었다는 해석은 왜곡되지 않은 순수한 과학을 전제하여 과학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는다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결론을 낳음으로써 전문가주의를 지지할 위험을 내포한다.
이에 본 논문은 과학 혹은 정치의 어느 한쪽으로 환원되지 않고 논쟁을 분석하기 위해 과학기술학의 중요한 테제 중 하나인 공생산(co-production)을 이론적 틀로 활용하여 논쟁의 맥락에 수치화에 근거한 국가의 수자원 관리라는 배경이 자리잡고 있음을 보였다. 과학적 지식과 사회적 질서가 함께 구성됨을 보여주는 공생산의 관점은 하천이 수치화되고 수치에 근거하여 하천이 인식, 관리됨에 따라 자연적 질서가 구성되고 사회적 논쟁이 전개되는 양상을 함께 포착할 수 있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유용하다.
2012년의 녹조현상 논쟁은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로부터 시작되었다. 6월 말부터 7월 초 사이에 지역 환경운동단체들은 녹조현상이 발생한 낙동강의 사진을 촬영하여 녹조현상이 발생했음을 지적하고 그 원인은 4대강 사업 때문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녹조현상을 판단하는 지표인 Chl-a 농도를 제시하며 4대강 사업 전후에 Chl-a 농도 차이가 크지 않거나 사업 이후 농도가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을 녹조현상의 원인이라 보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수치 자료는 해당 수치가 표상하는 전체 수역의 수량에 비해 극히 적은 양의 시료를 채수하여 만들어지기 때문에 수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었으나, 수치 자료는 객관적일 것이라는 가정 하에 환경부가 환경단체 측 주장을 반박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이에 수치 자료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지 못한 환경단체는 불리한 위치에서 논쟁을 전개해나갈 수 밖에 없었다.
수치에 근거하여 하천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오염의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환경부는 녹조현상과 관련해서도 그 발생 정도에 따라 단계별 기준치를 정하고 있었는데, 논쟁 중에 이 기준치가 논란이 되었다. 당시 환경부는 일반적으로 호소에 적용되는 Chl-a 농도 기준에 비해 약한 기준으로 4대강의 녹조현상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하천의 흐름이 막혔으므로 낙동강을 하천이 아닌 호소로 분류하여 호소에 적용되는 기준을 낙동강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환경부는 낙동강이 행정적, 법적으로 하천으로 분류된다며 환경단체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와 같은 논쟁은 하천과 호소에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하여 관리해온 국내 수자원 관리 정책에서 기인한 논쟁이었다.
수치 자료에 의미를 부여하는 전문가의 해석은 논쟁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 요소였다. 4대강 사업 찬성 측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수질 분야의 최고 권위자임을 내세우는 한편, 환경단체를 과학적인 지식이 부족하고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는 집단이라 비난하며 자신들은 과학으로, 상대 측은 정치로 구분하는 경계작업을 펼쳤다. 사업 찬성 측의 주장은 논쟁 이전까지 수질 분야에서 논의되었던 녹조현상에 대한 지식에 비추어보았을 때 논란의 여지가 많은 설명이었으나, 녹조현상이 수치로 환원되면서 이들은 발언권을 부여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환경단체와 찬성 측 전문가 사이에 만들어진 인식론적인 위계는 환경단체 측 주장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논쟁이 지속되게 만들었다.
이처럼 본 논문은 논쟁의 맥락에 하천의 수치화가 자리잡고 있음을 보였다. 또한 흔히 객관적일 것이라 전제되는 수치 자료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통되었고, 사용되었는지를 추적하여 논쟁이 누가 하천을 더 객관적으로 재현하고 설명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하천을 재현하고 설명했는가?의 문제였음을 강조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환경위험을 과학 혹은 전문성에 맡겨두는 것이 적절하지 않음을 지적한다. 또한 환경위험을 인식하고 그에 대해 처방을 내릴 때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고 발언할 수 있는 기회가 균등하게 부여되어야 하며, 그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합의를 거칠 수 있는 과정과 절차가 필요하다는 정책적인 함의를 제공한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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