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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소설에 나타난 인간동물 양상 연구 -사카구치 안고坂口安吾와 손창섭의 작품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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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문화
Advisor
김종욱
Major
인문대학 협동과정 비교문학전공
Issue Date
2016-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전후손창섭사카구치 안고(坂口安吾)한국전쟁제2차 세계대전실존주의인간동물속물광인백치도덕윤리에로티시즘지젝(Slavoj Žižek)그레마스(A.J. Greimas)타락론(墮落論)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협동과정 비교문학전공, 2016. 8. 김종욱.
Abstract
국문초록

본 연구는 한국과 일본의 전후작가 손창섭과 사카구치 안고坂口安吾의 작품에 부각된 인간의 몰락에 주목했다. 본고의 목적은 두 작가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동물적 상태에 처한 인간이 단순히 부정적 현실에 대한 비관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출구의 가능성이 될 수 있음을 밝히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두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양상을 분석하고 그것의 의미를 파악하고자 한다. 두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근대적 의미의 인간개념에 비추어 봤을 때 인간과 동물의 구분을 넘나드는 이들로 인간동물이라 부를 수 있다. 이때 인간동물이라는 명명은 인간이라는 속성을 선험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것에 비판적인 현대철학의 오랜 전통을 참조한 것이다.
사카구치 안고와 손창섭 두 작가에게 전쟁 체험은 근대의 환상이 더 이상 유효할 수 없음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두 작가의 전후작품의 의의는 전후현실을 현상적 차원에서 재현해내는 것이 아니라 근대라는 허망을 비판하고 근본적인 차원에서 극복의 기회를 찾으려 했다는 데 있다. 사카구치 안고와 손창섭 두 작가의 문제의식은 인물들의 태도에서 드러나는 것으로, 전쟁이 가져온 피폐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단순히 타협적인 삶을 살거나 삶을 유예할 수 있는 구실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는 등장인물의 도덕에 대한 상이한 태도에서 드러난다. 본고에서는 그레마스(A.J. Greimas)의 기호학적 구획을 활용하여 도덕과 인물이 관계맺는 방식을 속물, 광인, 백치 유형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두 작가의 작품이 전후현실을 현상적 차원에서 재현해내는 것이 아니라 전전의 가치를 부정하되 이중의 부정을 통해 현실을 극복하고자 했음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장에서는 사카구치 안고가 일본이 패전한 이후에 발표한 단편을 분석하였다. 「白痴」, 「戦争と一人の女」의 광인유형의 남성인물은 속물의 도덕이 우세한 현실세계를 부정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행동 역시 현실도덕에 속박되어 있다는 점에서 모순을 보인다. 광인유형의 인물들이 보이는 현실도덕 앞에서의 한계들은 백치유형의 여성인물과 대조할 때 더욱 선명해진다. 「続戦争と一人の女」, 「青鬼の褌を洗う女」의 백치유형의 여성은 전쟁으로 인한 정신적·물질적 궁핍 속에서도 과거의 가치나 속물적 도덕에 구애됨 없이 현실에 충실하다. 백치유형의 여성에게서 보이는 에로티시즘의 충동은 어떤 도덕의 회복으로도 불가능한 절대적 긍정의 순간을 보여주는 것으로 남성적 도덕이 공고한 사회를 낙후시키는 원리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카구치 안고의 작품을 분석한 결과 전후 피폐한 삶에 대해 단순히 낙관도 부정도 아닌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극복을 모색하고자 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신 몰락을 넘어서는 방식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과 죽음이 함께하는 에로티시즘의 순간과 유사한바, 인간이라는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며 동시에 그 어떤 도덕의 회복으로도 불가능한 절대적 긍정의 순간이기도 하다.
3장에서는 손창섭이 1950년대에 발표한 전후소설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손창섭의 작품에서 전쟁의 상흔은 직접적으로 표명되기보다는 정신적·육체적으로 불구가 된 인물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전후의 인간들이 겪는 불안은 전후소설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의 하나이면서도, 한국전쟁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자기증명의 부담이 가중된 이중의 불안이기도 하다. 한국전쟁은 이데올로기전의 성격이 강했던 만큼 정의와 부정의 이분법적인 프레임이 지배적이었으며 그 가운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스스로 적과 나를 구분짓고 국민됨을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따라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사회에서 자기증명이라는 의무가 주는 중압감이 계속되는 가운데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게 되었다. 「미해결의 장未解決의 場」의 지상의 가족들이 보이는 미국적 삶에 대한 동경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전후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던 속물적 도덕의 한 부분을 보여준다. 반면, 「미해결의 장」의 지상志尙, 「공휴일公休日」의 도일道一과 같은 인물은 속물적 도덕으로 대표되는 현실도덕이나 상징계의 질서와 거리를 두는 광인유형의 인물이다. 광인유형은 속물적 도덕에 길들여지기를 거부하는데 이는 주로 아버지 되기를 유예하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광인유형이 보여주는 속물적 도덕에 대한 부정이 전후현실 비판의 한 유형이라면 또 다른 유형은 보다 근본적인 것으로 속물적 도덕에 대한 이중 부정의 순간이다. 이는 기왕에 가지고 있던 경계를 무너뜨리고 이질적인 타자들과 만나는 장면으로 「생활적生活的」과 「포말의 의지泡沫의 意志」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두 작가의 작품의 공통적 특성이랄 수 있는 악당유형의 부재에 대해 살펴보았다. 악당이 존재하는 세계가 선과 악이 분명한 도덕의 세계라면 악당의 부재는 도덕의 세계가 종결된 인간동물의 세계라 할 수 있다. 사카구치 안고와 손창섭의 전후소설에서 부재하는 악당은 두 작가의 작품이 어떤 목적론과도 거리가 멀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선험적인 도덕의 매개자가 되는 대신에 전후의 인간의 몰락을 가감없이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근대의 환상이 허망이었음을 드러내는 동시에 전후의 극복이 단순히 과거의 가치관을 회복하는 것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두 작가의 작품은 전후의 혼란에 대해 직접적 부정의 방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이중부정의 형식을 띠고 있는 것이다.
또한 두 작가의 전후현실 인식과 작품에서 보여지는 윤리의 모색 방식은 두 작가가 작품 활동을 한 전후공간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손창섭에게는 결단이 불가능한 한국적 전후의 현실이, 사카구치 안고에게는 책임부재의 일본의 전후가 이들의 작품 활동에 중요한 배경으로 작동하였을 것이라 짐작되는 바이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두 전후작가의 작품에서 서구 실존주의 전통에서 찾아볼 수 있는 참여·실천·저항과 같은 구체적이라고 할 만한 전망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것에는 이들이 실감한 전후세계의 특수성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두 작가의 전후소설이 전후를 읽어내는 방식은 정의와 부정의가 선명한 이분법적인 도덕에 기대지 않는 것이며 이를 통해 기존의 가치가 해체되고 재구축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근대에 대한 환상이 미망에 불과한 것임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다시 쉽게 과거로 회귀하였던 두 나라의 전후현실을 상기해 볼 때 더욱 그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사카구치 안고와 손창섭, 이 두 전후작가의 작품에서 드러난 윤리의 모색의 방식은 전쟁 이후의 인간이라는 보다 보편적인 주제로 두 작가의 작품을 읽을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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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ears in Collections:
College of Humanities (인문대학)Program in Comparative Literature (협동과정-비교문학전공)Theses (Master's Degree_협동과정-비교문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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