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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설의 상상 개념 - 유사 경험으로서의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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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이경은
Advisor
이남인
Major
인문대학 철학과
Issue Date
2014-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상상구상유사경험현전화세계시간의식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철학과, 2014. 8. 이남인.
Abstract
본 논문은 후설이 남긴 연구 내용에 입각하여 현상학적 상상 개념을 해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이러한 작업은, 후설의 문헌들이 남겨진 방식과, 이후 수용 과정에서의 혼란에 의해 부여된 난관들로 인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지금까지 이루어져 온 선행 연구들은 상당수 후설의 상상 연구 내용을 독자적인 방식으로 변형하거나, 부분적으로만 파악하여 제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후설의 관점을 올바르게 반영하려는 연구들도 있지만, 핵심 문헌이 누락되어 있거나, 특정 논점만을 다루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후설의 상상 연구의 내용을 포괄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작업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본 논문의 문제의식은, 후설의 현상학적 상상 개념의 해명이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상황 파악에서 비롯된다. 이는 첫째로, 후설의 상상 연구가 전개된 방식과 그 연구 결과물들이 기록되어 남아 있는 방식이 상당히 혼란스럽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후설의 연구 내용이 상당 부분 유고의 형식으로 주어져 있기 때문에 제기되는 어려움도 있지만, 후설의 상상에 대한 연구는 특히나 다양한 주제들과 얽혀 부분적으로 제시되고 또 수정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그 내용들을 일차적으로 모았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맥락을 구성하는 작업이 뒤따르지 않는 한 파편적인 상태에 있다. 후설은 상상에 대해 직관적 의식, 상을 매개로 한 의식, 현전화, 재생, 중립화 작용의 일종 등으로 논하고 있지만, 그러한 내용들 사이의 연관 관계가 해명되고, 관련 주제의 연구 내용의 뒷받침을 통해 의미의 맥락이 제공되어야만 하나의 통일적인 상상 개념 해명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둘째로, 상상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기존의 현상학적 연구들은 많은 경우 오해에서 자유롭지 못하거나, 부분적인 조명을 제시하는데 그치고 있다. 기존 연구들에서의 대표적인 오해는 후설이 상상을 상을 매개로 하는 의식 작용이라고 제시했다고 보는 것(Lotz 2007)이다. 또한 상상은 종종 유사 지각(Jansen 2010) 또는 유사 관찰(Sartre 1940)로 제시되면서, 그 본연의 풍부함을 잃은 채 이해된다. 유사라는 후설의 모호한 표현이 상상 개념을 충분히 드러내는데 방해가 된다는 평가(Aldea 2013)도 제시된 바 있다. 그리고 불명확한 연구 결과로 인해 상상이 기억, 기대, 환영, 환각 등 근접한 작용들과 구별될 수 있는 방식 역시 잘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단편적이고 제한된 이해의 발생은, 기존의 연구들이 긴 시간을 걸쳐 수행된 후설의 상상 연구 중의 일부분만을 토대로 상상 개념을 파악하고, 후설이 유사적이라는 형용사를 붙일 때 염두에 두었던 맥락을 통합적으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이를 바로잡고 올바른 관점을 제시하고자 하는 연구들도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이러한 문제점에 대응하면서 후설의 상상 개념에 대한 포괄적인 해명을 제시하는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연구 상황을 극복하고 후설의 상상 개념의 해명에 접근하기 위하여, 본 논문은 후설의 현상학적 상상 개념이 유사 경험으로 이해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이러한 접근 속에서는 이전에 파편적으로 제시되었던 상상 작용에 대한 연구들이 통합되어 발견될 수 있게 된다. 즉 다수의 지시 연관적 층위를 지니고 구성되는 통일체로서의 상상의 구조와, 유사 시간성의 구성을 통해 실재 시간성으로부터의 독립성을 보유하는 상상 구조라는 핵심적 특성이 하나로 묶여져 제시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기존의 불완전한 이해들에 대한 대응을 담은 상상 개념이 드러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방식은 후설이 제시한 상상 개념의 다양한 측면을 그 맥락과 함께 하나로 관통하여 제시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로를 제공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에 본 논문은 후설의 상상 개념이 유사 경험으로 이해될 수 있는 이유를, 각각 유사 와 경험 개념을 중심으로 살펴 확인하되, 각각의 개념이 후설의 현상학 체계 내에서 그 의미를 부여받은 맥락을 함께 밝힌다.

유사 경험으로서 상상을 해명하는 것은, 먼저 상상을 일차적으로 경험의 구조를 지닌 것으로 접근한 후설의 연구를 반영한다. 이 때 경험이라는 것은 물론 후설의 현상학적 논의의 틀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후설은 의식이 언제나 그 무엇에 대한 의식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의식이 이렇게 그 대상과 관계 맺는 구조를 지향성이라고 정의했다. 의식에 대상이 현출한다는 것은 거기에 항상 지향적 대상과 의식 사이의 관계가 수립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의식 작용의 종류에 따라 구별되는 다양한 양태의 본질 구조에 대한 분석이 후설에 의해 이루어진다. 의식의 본질 구조를 밝히는 이러한 분석들은 기술적 현상학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데, 후설의 관심이 이러한 의식 작용들의 토대로 향하게 되면서, 초월론적 관점의 연구가 수행된다. 그리고 초월론적 현상학을 통해, 현상의 근원에 있는 초월론적 자아의 문제와, 그것을 토대로 의식 현상이 구성되는 과정 속의 노에시스-노에마 관계, 더 많이 사념함(초월)의 지향과 그에 의한 구성의 층위, 지시연관의 문제들 등이 다루어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관점과 전개방식을 지닌 현상학적 태도는, 사태에 접근하는 하나의 새로운 틀을 제공하고, 상상과 관련한 흥미로운 분석이 가능해지는 배경이 된다. 경험으로서의 상상은, 대상 대면으로서의 지향적 구조를 지니고 일어나는 작용이다. 즉 상상 작용에서는 상상 대상을 대면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논리연구』와 1904/05 겨울강의 시기에 후설은 상상을 직관적인 지향으로 규정한다. 직관적으로 주어진다는 것은 그 지향적 대상이 몸소(leibhaftig) 현전하며 스스로(in propria persona) 주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직관적 소여 양태들 중에서도, 직접성의 정도에 따라 그 사이의 다양한 변양태들이 있다. 가장 원본적인 직관은 지각이다. 지각은 현전(Gegenwärtigung)이라 불리며, 상상, 기억, 기대와 같은 변양적 양태들은 현전에서 파생된 것이라는 의미에서 현전화(Vergegenwärtigung)의 작용들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러한 상상에 대한 규명은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지만, 초기의 기술적 현상학의 관심의 제한 속에 놓여 있었으며, 그 결과는 좁은 의미의 객관화작용을 기준으로 해명된 상상이었다. 또한 상상과 상의식이 둘 다 상을 동반하는 작용이라고 본 초기의 관점을 끌고 들어온 것으로 인해 수정을 위한 복잡한 논의를 거쳐야 했다. 경험으로서의 상상 개념 이해는 초월론적 관점에 입각한 논의를 반영함으로써 온전해진다. 후기의 저서인 『경험과 판단』에서 후설은 초월론적 현상학의 관점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전의 오류를 수정하고 보다 완전한 상상의 구조를 제시할 수 있게 된다. 초월론적 관점의 연구를 진행하게 된 후설은, 노에시스-노에마 상관관계 속에서 더 사념함이라는 초월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의식 구성의 구조를 보게 되며, 이 안에서 경험은 더 낮은 층위에서 더 높은 층위를 향하는 지향적인 지시연관 속에서 구성되는 것임이 드러났다. 이것은 수동적 층위에서 더 높은 정신적 층까지의 모든 층위를 다 포괄한다. 이제 좁은 의미의 객관화작용을 중심으로 해명되던 상상 작용은 그 구성의 토대가 되는 배경의식, 세계의식, 감각의 차원 뿐만 아니라 의지, 감정 작용의 차원들도 다 포괄할 수 있는 의미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제 상상에서의 상상 대상 경험이라 하는 것은 다층의 지시연관 관계 속에서 지평 간 초월의 과정을 통해 구성되는 통일체인 하나의 세계를 지향하는 경험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제시된 후설의 상상 경험 구도는, 상상 작용의 구성에 상적 매개가 개입될 필요가 없음을 드러내어 주며, 상의 개입과 관련된 기존의 오해의 가능성을 제거한다.

유사 경험으로서 상상을 해명하는 것은, 상상의 구조를 시간성과의 관련 속에서 접근한 후설의 연구 내용을 반영한다. 후설이 상상 작용과 그와 관련된 구조나 요소들을 지칭할 때 사용한 유사라는 수식어는 상상의 해명을 방해하는 모호한 표현이 아니다. 오히려 후설은 유사라는 표현을 통해 유사 세계 경험(Erfahrung von quasi Welt)이 구성됨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며,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시간의식을 기반으로 하여 적극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앞서 경험 개념을 통한 해명은, 상상이 구성적 통일체를 지향하는 직관적인 의식이라는 본질 구조를 지니며, 더 나아가 현전화 작용임을 제시했다. 후설은 부재하는 것을 현전으로 끌어오는 경험인 이 현전화가 지닌 구조를 해명하는 일에 착수했으며, 이러한 작업은 시간의식 논의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시간의식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현전화 계열로 이루어져 있되, 이 중 현재는 파지, 근원인상, 예지라는 현전 계열로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중 파지는 근원인상을 통해 주어진 것을 방금 지나간 위상으로서 자기 속에 간직해 두는 의식의 활동이다. 근원인상으로 주어진 것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곧바로 파지로 변양되며 새로운 근원인상에 자리를 내어준다. 이러한 끝없는 흐름이 현재가 구성되는 구조이다. 현전의 계열 속에서 대상이 직접 주어진다면, 이를 토대로 한 현전화를 통해서는 상상, 기억, 그리고 기대에서처럼, 현실적으로는 실재하지 않는 것이 마치 그러한 것처럼 주어진다. 이 때 파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드러난다. 파지는 지속적 침전을 통해 구성되는 연쇄를 형성하면서, 방금 지나가 버린 것을 여전히 현재와 이어지게 보유한다. 이러한 파지의 활동 덕분에, 과거로 지나가 버린 것들이 현전화를 통해 다시 나타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의식 주관의 통일성을 확보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후설은 파지의 전체가 전체적 통일성을 보존하면서 이루고 있는 흐름을 구성하는 종의 지향성과, 파지 속에서 동일한 대상을 향해 구성해 가는 횡의 지향성라는 두 종류의 지향성이, 의식에서 발견된다고 설명한다. 이 두 가지 지향성이 얽혀서 구성되는 가운데, 의식의 흐름이라고 불릴 수 있는 하나의 통일체가 구성되고, 하나의 의식 체험류로서 주관성이 성립한다.
먼저 후설은 이 시간의식 이론에 입각하여 상상과 기억의 구별을 제시한다. 기억의 경우 이 시간적이고 주관적인 의식 통일체와의 관련성 속에서, 그 대상이 원본적으로 주어졌던 시간적 좌표의 정립이 분명히 부여된 상태에서 재생이 일어난다. 반면, 상상의 경우에는 이러한 시간위치의 정립이 없다. 그리고 시간위치가 없는 상상의 구조에 대해서는 유사 시간성에 대한 해명이 실마리를 제시한다. 바로『베르나우 유고』에서 제시된 개별화 원리에 대한 이론과, 이에 동반되는 상상시간에 대한 논의이다.
후설에 의하면 대상들은 다른 대상들과의 관계 뿐만 아니라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개별화를 이룬다. 그리고 여기서 전체라는 것은 다름 아닌 대상이 위치하는 지평으로서의 현실적 세계를 뜻한다. 즉 대상은 그것에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세계가 있는 한 개별적이다. 그런데 상상 작용 속에서 현출하는 대상들은 그 상상 작용이 수행되고 있는 의식 주관의 실재 시간과 완전히 단절된 독립적인 시간성을 지평으로 하여 나타난다. 상상에서 의식은 자신의 실재 의식흐름 통일체에 편입되지 않는 유사 시간성을 독자적으로 구성한다. 그리고 이러한 유사 시간성에 기반하여 유사 자아의 유사 세계 경험이 구성된다. 이러한 구조에서의 상상 대상들의 개별화는 상대적인 개별화이다. 상상 시간에 토대를 둔 상상 세계 속을 거닐고 있는 상상자아(Phantasie-Ich)는 분명히 나인 것이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방에 앉아서 그 상상을 하고 있는 실재 자아(Real-Ich)와 결코 같은 자아가 아니다. 이 때 지향된 유사 시간의 상상 세계는, 우리의 의식이 (죽거나 미치지 않는 한) 벗어날 수 없는 실재 세계와 분리되어 있으며 공통점이 없는 세계이고, 무수히 구성될 수 있는 그런 세계이다. 상상은, 다른 자아가 되어보는 경험이자, 컴퓨터 내의 가상화 프로그램 같은 것으로 드러난다. 이렇듯 상상이 유사 시간성의 구성을 통해서, 또한 실재 의식의 시간성과의 틈에 대한 자각을 지니고서 체험된다는 점에서, 상상은 일차적으로 지각의 양태로 체험되는 환영, 환각 등과 확실히 구별되며, 더 나아가 실재 시간성 위에 정립된 현전화인 기억과 기대로부터 구별될 수 있게 된다.

상상은 후설에 의해 실증적 실재성이나 인식론적 진리성의 기준에 의해 재단되지 않은 채, 하나의 구체적이고 독립적인 의식 작용의 하나로서 탐구되었으며, 그 본질구조와 토대를 기준으로 분석되었다. 이에 따라 상상이 다층적 지평 구성의 지시연관적 통일체를 대상으로 하는 경험이자, 그러면서도 유사 시간성을 토대로 한 유사 세계 경험이라는 독자적인 구조를 지닌 경험이라는 사실이 후설의 현상학적 상상 개념의 특성으로 드러났다. 특히 유사 경험이라는 표현을 통해 상상에 접근하는 방식은, 상상의 두 가지 핵심적 특성이 종합적으로 제시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이 개념이 지닌 후설의 다양한 사유와의 연관성이 망각되지 않은 채 보다 분명한 방식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밝혀진 두 가지 핵심적 특징들은, 후설의 상상 개념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상의 개입 여부 문제와, 유사한 작용들(기억, 기대, 환각, 환상 등)로부터의 구별 문제를 처음부터 해결하여 불필요한 오해를 막는다.
또한 보다 명료하게 드러난 상상 개념을 통해 상상작용과 관련된 다양한 현상학 내적 논의들의 진전이 가능해 질 수 있다. 이는 자유변경, 에포케 등 현상학 체계 내 방법론의 문제 뿐 아니라, 상상의 발생의 현상학 또는 상상과 밀접히 연관된 미적 체험에 대한 현상학의 심화의 가능성에도 적용된다. 또한 구체적이고 독립적인 경험으로서의 상상 구조가 해명됨으로써, 기존 철학사에서는 주제적으로 조명되지 않았던 상상 고유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보완적으로 제공 되고, 상상이라는 의식 활동에 대한 논의가 확장될 수 있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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