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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제에 대한 비판으로서의 로티의 반정초주의 : Rortys Anti-Foundationalism as Criticism of Exclu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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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공유진

Advisor
정호근
Major
인문대학 철학과(서양철학전공)
Issue Date
2013-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로티반정초주의정초주의보편적 정초배제여성페미니즘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철학과(서양철학전공), 2013. 2. 정호근.
Abstract
본 논문에서는 정초주의(foundationalism)와 반정초주의(anti-foundationalism) 간의 대립 구도를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여성을 비롯한 사회문화적 타자들이 정초주의의 기획으로부터 배제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정초주의를 비판하는 리처드 로티(Richard Rorty)의 반정초주의 철학이 배제에 대한 비판으로서 긍정적 의의를 가진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여기서 정초주의란, 인간의 행위나 속성을 최종적으로 근거 지을 수 있는 어떤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정초(토대)가 존재한다는 입장을 가리킨다. 2장에서는 로티가 이러한 정초의 개념을 거부하게 되는 과정을 크게 세 단계로 구성하여 살펴볼 것이다. 로티의 반정초주의는 우선 (1) 인간이 자신의 시공간적이고 역사적인 한계를 완벽하게 초월할 수는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는 역사적인 조건이 어떤 사람의 생각을 전적으로 결정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 생각이 역사적 맥락으로부터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음을 의미한다. (2) 이 같은 한계를 인정한다면, 우리가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정초라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자신의 역사적 조건으로부터 도출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정초의 개념이 정말로 초역사적인 보편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으며, 그것은 다만 역사적으로 유한한 인간에 의해 보편적 정초로서 규정되고 이름 붙여진 것이라 볼 수 있다. (3) 그렇다면 정초주의는 누가 정초를 규정하는가의 문제, 누가 정초를 규정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는가의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 이러한 권력이 모두에게 골고루 주어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인식은 반정초주의의 기반이 된다. 남성, 백인, 서구인, 이성애자 등 현대사회에서 특권을 지니는 집단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주변화되어 있는 여성, 유색인종, 비서구인, 성소수자 등에 비하여 이것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정초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훨씬 많이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오늘날 보편적이며 중립적인 관점으로 실체화되는 것은 대부분 남성을 비롯한 특권적 집단의 입장, 즉 그들이 보기에 중립적인 것처럼 생각되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여성을 비롯한 타자의 관점은 정초의 개념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배제되고 있으며, 이러한 배제의 상황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반정초주의적인 접근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정초주의의 수정을 통하여 계속해서 정초주의를 옹호해 나가고자 하는 철학자들은, 초역사적인 정초가 아니라 역사적인 한계 내에 존재하는 정초 개념을 가정함으로써 평등한 정초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3장에서는 이러한 수정된 정초주의의 기획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수정된 정초주의는 인간의 역사성과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본질주의적, 형이상학적 정초 개념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로티와 유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초로부터의 배제라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수정된 정초의 개념 역시 다른 어휘들에 대한 규범적 기준, 즉 다른 어휘들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잣대로 격상되어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사회적 발언권을 점유하고 있는 집단의 어휘가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정의되는 반면 그렇지 못한 집단의 목소리는 배제된다는 문제는 수정된 정초주의에서도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정초주의와 반정초주의의 대립을 바라볼 때 정초주의를 거부하는 로티의 철학을 옹호하는 이유가 된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이러한 긍정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로티의 철학이 가진 한계와 그것이 수정되어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로티는 역사적인 조건과 상관없이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어떤 것이 있다는 생각을 거부하므로, 모든 사적인 개인들이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자 그렇기 때문에 공적인 측면에서도 개인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어떤 것이 있다는 생각 또한 거부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로티가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이 반드시 결합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 - 그의 반정초주의로부터 정합적으로 도출될 수 있는 주장 - 을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은 반드시 구분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잘못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엄격한 공/사 구분에 따르면 공적 영역에서 토론해야 할 주제와 사적 영역에서 다뤄야 할 주제는 따로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거의 절대적인 공/사 구분을 상정하는 것은 초역사적인 본질 개념을 거부하는 로티 자신의 철학과 정합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실천적으로도 유의미하지 못하다. 보편적 정초를 규정할 수 있는 권력과 마찬가지로 공적 토론주제를 결정할 수 있는 권력 역시 남성에 의해 주도적으로 행사되어 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공/사의 엄격한 이분법은 여성의 관심사를 공적 영역에서 배제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로티의 철학은 날카로운 공/사 구분을 철회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비로소 로티의 반정초주의는 배제에 대한 비판이라는 그것의 긍정적 역할을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페미니즘적인 시각에서 로티의 반정초주의를 해석하는 작업은, 정초주의 및 반정초주의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현실사회에서 여성의 배제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유의미한 역할을 수행하기를 희망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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