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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욕망에서 해석으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Le mensonge, du désir à linterprétation : À la recherche du temps perdu de Pro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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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김주원

Advisor
유호식
Major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
Issue Date
2014-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거짓말욕망해석타자문학적 소명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불어불문학과, 2014. 8. 유호식.
Abstract
거짓말은 문학에 대한 프루스트의 사유에서 핵심적인 위상을 차지한다. 거짓말을 하거나 타인의 거짓말을 상대하는 일은 인물의 내적 경험과 대타관계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문학 자체의 의미와도 관계가 깊다. 이 연구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사랑의 관계에 나타난 인물들의 거짓말을 분석하고, 주인공의 거짓말 경험과 작품의 주제인 문학적 소명 사이의 구체적인 연관성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프루스트에게 거짓말은 자명한 개념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거짓말은 기만적 의도를 가지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발화로 정의되지만, 프루스트는 사실 관계나 의도를 가리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예증하면서 이 정의의 한계를 드러낸다. 어떤 말이 거짓말이라는 판단은 근본적으로 불확실하며, 이는 소설의 화자에게도 적용된다. 프루스트의 화자는 사건에 관한 진실을 모두 알고 있는 화자가 아니다. 우리의 분석은 거짓말이 사건 전개에서 수행하는 기능이 아니라 인물들의 욕망과 관계에 반영되는 거짓말 경험의 의미를 향한다.

거짓말은 작품의 다양한 층위에 등장하지만, 거짓말의 의미를 해명하기 위해 이 논문에서 주로 분석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거짓말이다. 이 유형의 거짓말을 통해 우리는 거짓말 담론의 관건인 욕망과 해석의 문제를 연결하고, 거짓말 체험으로부터 주인공이 탐색하는 문학 창작의 기획을 도출할 수 있다.

주인공 마르셀에게 거짓말은 욕망을 숨기는 수단인 동시에 욕망의 징후적 표현이다. '잠자리의 드라마'는 유년기의 주인공이 처음 거짓말을 하는 장면으로서, 주체화와 퇴행 사이의 이중적 행태, 어머니와의 분리를 부정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수동적 위치에 놓이고자 하는 욕망을 보여준다. 이 장면의 거짓말은 향후 마르셀의 대타관계에서 유사한 형태로 반복되는 원형적인 거짓말이다.

주인공의 거짓말 가운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거짓 이별 선언은 유년기 거짓말의 구도를 간직하면서 욕망의 구조를 확연히 보여주는 거짓말 유형이다. 거짓 이별 선언은 연인 관계 속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지만 마르셀의 경우에는 특이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거짓말을 통해 연인에게 모성적 대상의 성격을 투사하는 한편, 대화의 전개 속에서 이중적 행태를 반복하고 분리 부정의 욕망을 표출하며 수동성의 체험에 도달한다.

상대방에 관한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거짓말 또한 마르셀이 반복하는 전형적인 거짓말이다. 그는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품고 진실을 고백하게 만들기 위해 이렇게 거짓말을 한다. 그런데 그가 원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짐작을 확인하는 것이며, 거짓말의 목적은 타자가 내포하는 가능 세계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다. 이것은 불가능한 시도이지만, 이 계열에 속하는 마지막 거짓말 장면에서 마르셀은 인식의 전환을 겪는다. 거짓말을 통해 타자성의 핵심인 가능 세계를 부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마르셀은 자기 욕망의 구조를 극복하며, 타인의 거짓말은 진정으로 해석의 대상이 된다.

프루스트의 인물들은 타인의 말을 해석하여 거짓을 간파하고 진실을 획득하고자 한다. 그러나 거짓말에 관한 지식을 얻기 위해 그들이 동원하는 해석 방법은 모두 불충분하다. 말을 사실과 투명하게 대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발화의 내적 논리나 발화 상황에 나타난 징후를 이용한 거짓말 해석은 진실의 확보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작가는 타인의 거짓말 혹은 거짓말에 대한 주체의 의혹이 한없이 증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증식하는 거짓말을 통해 타인은 마르셀이 접근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위치하게 되며, 두 인물의 관계는 '잃어버린 시간'으로 재규정된다.

타인의 거짓말은 사랑의 진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것은 사랑의 관계를 지속시키는 원동력이며, 또한 타인에 대한 사랑은 타인의 거짓말을 찾아낼 수 있게 되는 계기이다. 거짓말과 사랑이 서로를 재생산하는 구도 속에서 마르셀은 타자에 대한 인식에 도달하는데, 이런 자각의 계기는 타인이 거짓말을 하도록 내버려 두거나, 거짓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타인에게 매혹되는 현상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때 타인의 거짓말에 대한 해석은 개별적인 거짓말에 관한 사실이 아니라 거짓말하는 타자의 본질을 향한다.

작품의 전체 주제인 주인공의 문학적 소명은 이 논문에서 분석한 거짓말의 여러 의미들을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욕망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작품을 사랑의 서사에서 소명의 서사로 변모시키며, 거짓말의 증식은 문학적 탐구의 대상을 제시한다. 또한 타자의 본질에 대한 인식은 창작이 가능하도록 해석의 의미를 변화시킨다. 이런 현상들의 바탕에서 거짓말은 문학 텍스트의 알레고리로 작용하며, 주인공의 구체적인 경험 속에 작품 자체의 구성 원리를 투영한다. 거짓말 경험은 사랑의 관계를 통과하면서 주인공을 글쓰기로 이끈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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