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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첩의 글쓰기-사무엘 베케트의 『몰로이』를 중심으로 : Écriture de la superposition - Une étude sur Molloy de Samuel Beck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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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이진이

Advisor
유호식
Major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
Issue Date
2015-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사무엘 베케트몰로이두 개끝에서 두 번째동시성중첩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불어불문학과 불문학전공, 2015. 8. 유호식.
Abstract
이 연구는 『몰로이』를 다양한 차원의 숫자 2로 직조된 텍스트로 파악하고, 숫자 2라는 틀을 이용해 이 소설을 독해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베케트의 숫자 2라는 틀은 서양의 전통적 이원론과 차별화된다. 서양 지식의 역사는 명제와 반명제의 이원론이 제3의 명제로 종합되는 과정을 거치며 전진해 왔다. 하지만 베케트에게서 나타나는 숫자 2라는 틀은 분절된 두 개체가 다시 하나로 꿰매지는 봉합의 필연성 대신 두 개체의 분절과 그 분절이 연이어 쪼개지는 분열의 가능성을 포용한다. 베케트 문학에 가해진 모호성, 무의미, 허무, 실패, 결핍 등의 혐의는 변증법적 종합으로부터의 우회, 명제와 반명제의 동시적 포용에서 기인한다. 이렇듯 『몰로이』에서 두 개체를 껴안고 확실한 직선상의 종착점을 비껴가는 양상을 포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숫자 2라는 틀이다. 이 틀은 크게 세 가지 차원으로 구분된다. 각각의 차원이 이 논문의 각 장을 구성한다.
숫자 2의 첫 번째 차원은 두 개le double의 법칙이다. 『몰로이』에는 두 개로 제시되는 각종 장치와 표현, 소재들이 무수히 많다. 하지만 주어진 두 항들은 유사하거나 둘 사이를 가르는 대립의 축이 쉽게 무너져 혼동되는 까닭에 의문스럽게 닮고 만다. 이렇게 유사한 두 항들이 증식되고 융합되는 세계는 착란의 세계다. 여기에서 베케트의 인물들은 이 혼란을 음미하며 무심하게 난무에 가담한다.
숫자 2의 두 번째 차원은 끝에서 두 번째le pénultième라는 미학이다. 이 소설에서는 시작을 기준으로 한 두 번째가 아니라, 끝을 기준으로 한 마지막에서 두 번째가 매우 중요하다. 종말의 순간이 끊임없이 유예되는 무한의 차원에서, 끝이라고 판단되는 지점은 언제나 다음 번 차례를 기약하는 끝에서 두 번째의 지점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종말이 소거된 착란의 세계에서 인물들은 유사한 두 개의 항을 가지고 유희한다. 유희는 변증법적이고 선형적인 전진을 거부하는 행위다. 이에 따라 산책과 글쓰기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몰로이와 모랑의 산책 경로와 서사 전개도 휘어지고 자주 중단된다. 게다가 퇴화된 육체와 불완전한 언어로 산책과 글쓰기를 영원히 지속해야 하는 까닭에, 이들에게 걷기와 쓰기는 고문이 된다. 이렇게 영원히 고통스런 산책에 대해 불완전한 언어로 글을 쓰는 형벌을 받는 곳이 문학적 연옥이며, 여기에서 이들이 겨우 창조하는 글은 연옥의 문학이다.
숫자 2의 세 번째 차원은 동시성le diptyque이라는 윤리다. 두 개의 항에서 시작된 분열, 증식, 융합이 그 자체로 용인되고, 글쓰기와 산책,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이 소설에서 동시성은 두 개의 장을 읽는 새로운 독법을 요청한다. 1부와 2부를 동시적으로 읽는 방식은 비슷한 듯 다른 두 이야기 사이의 미세한 차이들을 부각시킨다. 이에 따라 『몰로이』라는 텍스트 자체가 동요한다. 이 소설이 하나의 의미로 고정되지 않는 텍스트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1부와 2부를 동시적으로 포개어 읽으면 몰로이를 찾으라는 모랑의 임무는 스치듯 달성된다. 어머니를 찾으라는 몰로이의 임무도 결코 포기되지 않는다. 두 서사의 중첩은 이처럼 몰로이와 모랑의 만남이라는 불가능을 찰나적으로나마 실현시키고 어머니라는 텍스트 바깥을 텍스트 안에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일을 가능케 한다.
두 개의 항에서 촉발되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들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베케트의 관점과 태도는 서구의 이원론을 위반한다. 이 위반의 시도가 새로운 글쓰기 방식을 창출한다. 글쓰기는 텍스트의 선형성으로 인해 연대기적 시간성을 부여받지만 베케트는 어떻게든 동시성을 담아내려고 한다. 그래서 이야기를 두 폭으로 잘라 이어 붙이는 독특한 형식을 만들어내며, 두 이야기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지닌 유사성이 나란히 놓인 두 이야기를 포개도록 부추긴다. 이것이 베케트가 『몰로이』를 통해 구현하고자 한 중첩의 글쓰기다. 숫자 2의 닮음, 반복, 동시성이라는 특징들이 차례로 포개진 중첩의 글쓰기는 불가능한 것, 바깥의 것을 텍스트에 기입하려는 현대문학에 대한 베케트 고유의 시도다. 그리고 이 중첩의 글쓰기로 시도된 『몰로이』는 인물들로 하여금 분열과 착란이 일어나는 착란의 공간, 들뢰즈에 따르면 숫자 2의 공간이기도 한 공간에 안주하지 않고, 실패할 것이 뻔한 텍스트 바깥으로 불가능한 외출을 감행시킨다는 점에서, 베케트 문학의 용기를 증명한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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