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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 판단의 규범성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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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이가림
Advisor
이해완
Major
인문대학 미학과
Issue Date
2014-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미적 판단규범성레빈슨속성 실재론현상적 미적 인상퀄리아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미학과, 2014. 2. 이해완.
Abstract
우리는 종종 같은 예술 작품을 감상한 뒤 서로 다른, 심지어 상반되는 미적 판단을 내린다. 혹은 같은 작품에 대한 나의 미적 판단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달라지기도 한다. 미적 판단이 이처럼 다양하고 상이하게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개인의 취미, 감수성 등의 차이를 들어 관대하게 용인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어떤 미적 판단이 옳거나 그르다거나, 하나의 미적 판단이 다른 것에 비해 보다 적절하다 혹은 타당하다고 말한다. 이는 그 작품에 대해 마땅히 내려야 할 미적 판단이 있음을 전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다양하고 상이하게 나타나는 미적 판단들 가운데서도 분명 존재하는 규범적 직관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본 논문은 기획되었다.
본 논문은 ‘대상 X에 대하여 마땅히 내려야 하는 미적 판단은 특정한 자격을 갖춘 소수의 전문가들이 그 대상에 대하여 내리는 판단’이라는 식의 흄과 골드만의 이론이 갖는 근본적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진정한 판단자나 이상적 비평가의 판단과 같은 대상 외적인 것에의 호소가 아닌 대상 그 자체에 주목하여 미적 규범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흄과 골드만처럼 진정한 판단자 또는 이상적 비평가에 호소하여 규범성을 설명하는 방식은 첫째, 진정한 판단자 또는 이상적 비평가를 규정하는데 있어 순환적 정의 오류를 벗어나기 힘들며, 둘째 그들을 어떻게 판별할 수 있는지, 그리고 논쟁이 되고 있는 작품에 대한 그들의 미적 판단의 내용이 무엇인지 우리가 알기 어렵다는 인식론적 회의주의에 빠진다. 더욱이 골드만의 경우, 흄의 이론을 발전시켜 ‘X에 대한 규범적 미적 판단이란, 나와 취미가 같은 이상적 비평가가 X에 대해 내리는 판단’이라고 설명하고, 취미에 상대적으로 이상적 비평가의 자격을 수여할 것을 주장한다. 그런데 이 주장에 따르면 비평가들의 미적 이견을 단순히 취미의 차이로 간주함으로써 각각의 비평가들을 모두 이상적 비평가로 인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 이처럼 지나치게 관대하게 자격이 수여된 이상적 비평가들은 더 이상 규범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골드만의 이론은 미적 규범성 설명에 실패한다.
흄과 골드만 이론의 규범성 설명의 실패는 다음의 두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는 기존의 논의들에서 미적 판단과 미적 규범성은 각각 하나의 단일한 어떤 것으로 간주되어 논의되어 왔으나 이들 각각의 개념을 세분화시켜 별도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먼저 쟁윌에 따르면 미적 판단은 ‘X는 훌륭하다,’ ‘X는 아름답다’와 같이 전적으로 가치 평가적인 평결적 미적 판단(verdictive aesthetic judgements)과 ‘X는 섬세하다,’ ‘X는 웅장하다’와 같이 대상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바가 있는 실질적 미적 판단(substantive aesthetic judgements)으로 구분된다. 본고에서 그 규범성을 설명할 대상은 후자로 제한한다. 다음으로 우리는 미적 규범성에 대해서도 우리의 믿음과 무관하게 대상이 지닌 미적 속성으로부터 발생하는 규범성과 가치로부터 발생하는 규범성으로 나눌 수 있다. 본고에서는 전자의 규범성만을 논하기로 한다. 요컨대 본고에서는 실재적 미적 속성에 호소하여 실질적 미적 판단의 규범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미적 속성에 대한 레빈슨의 이론은 이러한 시도를 가장 그럴듯하게 뒷받침해준다.
레빈슨에 따르면, 미적 판단은 대상이 지닌 가치중립적인 현상적 미적 인상(phenomenal aesthetic impression)에 대한 지각과 이에 대한 감상자의 평가적 반응으로 구성된다. 현상적 미적 인상이란, 대상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a way of appearing)의 일종으로, 대상에 대한 우리의 주관적 믿음과 무관하게 세계에 존재하는 실재 속성이다. 따라서 대상 X에 대해 우리가 마땅히 내려야 하는 미적 판단이란 X가 객관적으로 가진 실재 속성, 즉 현상적 미적 인상에 부합하는 판단이다. 이러한 판단에 포함되는 술어는 현상적 미적 인상에 결합되는 감상자의 평가적 반응에 따라 다양하(고 심지어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 설명은 미적 술어가 가치중립적인 요소와 평가적 요소로 분리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가치중립적 요소, 즉 실재적 미적 속성으로부터 발생하는 규범성과 평가적 요소(가 포함된 가치)로부터 발생하는 규범성을 구분하여 논의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편, 이러한 레빈슨의 가치중립적-평가적 구분은 실재하는 미적 속성으로서의 현상적 미적 인상의 존재가 담보되어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레빈슨에게 현상적 미적 인상은 다름 아닌 ‘미적 퀄리아’이다. 여기서 ‘미적 퀄리아’는 최소한 퀄리아가 존재해야만 존재할 수 있으므로, 현상적 미적 인상의 존재는 퀄리아의 존재 여부에 의존적이다. 또한 현상적 미적 인상과 그것에 대한 평가적 반응이 구별되듯, 퀄리아 자체와 이에 대한 평가적 반응을 분리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데넷 등은 퀄리아가 허구라고 반박하지만, 레빈슨은 퀄리아가 아니라 퀄리아에 대한 기억이 허구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데넷은 설령 퀄리아가 허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퀄리아와 퀄리아에 대한 반응이 구별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레빈슨은 최소한 시각과 청각에 대해서는 그러한 구별이 가능하다고 항변한다. 퀄리아에 대한 이러한 견해들이 매우 논쟁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상적 미적 인상의 설명적 유용성에 주목한다면 ‘미적 퀄리아’ 또한 그 설명적 유용성에 기대어 그 존재를 상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살펴본 레빈슨의 이론은 규범성에 대한 논의를 분리함으로써 서로 상충하는 듯 보이는 미적 규범성과 다양성까지도 정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는 장점을 가진다. 나아가 그의 이론은 예술 비평 현장에서의 실효성 측면에서도 유용하다. 미적 이견으로 인한 논쟁을 해소하기 위하여 우리가 알아내기 어려운 이상적 비평가의 판단의 내용에 기대어야 했던 흄이나 골드만의 이론과 달리, 레빈슨의 이론을 따를 경우 대상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토론을 통해 이견을 가진 비평가들이 그 대상에 대해 공통적으로 지각하는 기반을 찾아내어 그 대상의 현상적 미적 인상을 추론할 수 있다. 이로써 미적 논쟁의 일부는 해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본 논문을 통해 설명되는 규범성, 즉 대상이 지닌 실재 속성에서 기인하는 규범성을 통해 해소될 수 있는 미적 논쟁은 수많은 미적 이견들 중 실상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논쟁적이며 흥미로운 미적 이견들은, 본고에서는 다루지 않은, 가치 영역에서의 미적 판단의 불일치라는데 필자도 동의하는 바이다. 그러나 가치 차원에서의 미적 판단의 불일치에 대하여 논하고자 하더라도, 이에 앞서 실재하는 미적 속성으로부터 발생한 불일치들을 해소시킴으로써 논의해야 할 대상을 명료히 할 필요가 있다. 즉, 본 연구는 가치 차원에서의 미적 판단의 불일치와 규범성을 직접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미적 가치 판단의 규범성 논의가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끔 단초를 제공하는 셈이다. 또한 본고는 미적 가치의 규범성에 관해 어떤 입장을 취하든, 심지어 미적 가치의 규범성 일체를 부정하는 극단적 입장을 취한다고 할지라도, 실재하는 미적 속성들로부터 발생하는 규범성을 밝힘으로써 미적 판단에 대한 최소한의 규범성을 확보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Language
Korean
URI
http://hdl.handle.net/10371/1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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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ears in Collections:
College of Humanities (인문대학)Aesthetics (미학과)Theses (Master's Degree_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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