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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 소설에 나타난 성과 죽음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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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한경희

Advisor
박성창
Major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Issue Date
2014-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죽음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국어국문학과, 2014. 8. 박성창.
Abstract
본고는 오정희 소설에 나타난 죽음 의식에 주목하여 그 미학적 효과를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오정희 소설의 죽음 의식은 생명을 수태하는 여성(female)으로서의 작가의 자의식과 밀접하게 관계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명은 오정희 소설의 여성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며, 독자에게 미적 쾌감을 선사하는 비극성의 실체에 다가가도록 만들 것이다.
인간의 유한성은 오정희가 삶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제가 된다. 오정희의 죽음에 대한 사유는 나는 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에 대한 고찰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로 인해 죽음에 대한 사유는 유한한 물질로서의 몸의 탄생에 대한 사유와 동시에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몸을 탄생시키는 매개인 성(性)이 죽음과 관련하여 중요하게 고찰된다. 육체에 성이 있다는 것은 그 단일한 개체가 영속(永續)할 수 없어 자손을 남겨야 함을 가리킨다. 이러한 성과 죽음은 인간 육체의 동물성이라고 할 수 있다. 오정희 소설에서 성은 죽음이라는 인간의 유한성을 지시하는 것으로 부정의 대상이 된다.
죽음을 부정하고자 하는 주체는 일상을 성과 죽음으로 구동되는 폭력의 세계로서 인식한다. 이들에게 세계는 성과 죽음의 일방적인 폭력으로 구동되는 공포스러운 곳으로 성교를 통해 육체로 탄생한 인간들이 죽어 부패하고 그 폭력의 과정 속에서 또 다시 태어난 인간들이 죽어 부패하는, 생사의 끊임없는 연쇄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주체는 생존을 향한 본능적 욕구로써 유지되는 탄생과 죽음의 끊임없는 순환을 혐오한다. 더러움, 끈적임, 냄새에 대한 혐오감은 죽을 수밖에 없는 물질적 육체로 태어난 자기를 부정하고자 하는 주체의 기본적인 감정 상태가 된다. 주체에게 일상은 육체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고, 배설하고, 성교하는 과정의 무한한 반복과도 같다. 점액질의 이미지로 표상되는 일상은 주체에게 한 치의 비켜섬도 허용하지 않는 완고한 폐쇄성을 지니며, 주체는 죽음으로 침윤된 일상 속에서 불안을 느낀다.
주체는 일상으로부터 끊임없이 벗어나고자 한다.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주체의 저항은 어머니의 육체를 부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인간은 누구나 어머니의 육체로부터 탄생하며, 그렇게 탄생한 생명이 또다시 번식하고 죽어 부패한다. 따라서 어머니의 육체는 주체로 하여금 탄생과 죽음이 순환하는 세계 속으로 진입하게 만드는 매개체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어머니의 자궁은 생명을 생산하는 것이 아닌 죽음을 생산하는 기관으로 인식된다. 죽음을 공포스러워 하는 주체는 어머니의 자궁으로부터 물질적 육체로 태어난 자신을 비천하게 여긴다. 성행위의 결과 우연히 만들어진 부산물에 불과한 자신은 배설물이 배설되듯이 어머니의 몸 밖으로 배출된 물질적 존재일 뿐이기 때문이다. 사멸하는 물질인 육체를 만들어내는 성행위는 주체에게 죽음의 원인으로 인식됨에 따라, 죽음은 성행위라는 죄를 범한 처벌로서 여겨진다. 본고의 2장 1절에서는 「한밤중에 화장하는 여자」(1968), 「안개의 둑」(1976), 「한낮의 꿈」(1977)을 분석 대상으로 삼아 주체가 성과 죽음이라는 동물성을 내재한 자기 육체에 수치심을 가지며, 주체의 수치심은 어머니의 육체에 대한 혐오감과 자기 파괴 욕망으로 변형되고 있음을 분석한다.
성행위에 대한 혐오감은 성욕에 대한 혐오감과 죄의식으로 이어진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늙고 병들어 소멸하는 육체는 본능적으로 살고자 하는 욕구를 지니며, 이 욕구는 폭력성을 내재한 성욕으로 나타난다. 육체의 생(生)에 대한 본능적인 집착은 맹목적이며, 맹목적인 만큼 공격성을 띠기 때문이다. 주체는 살의와 같은 욕정을 분출할 때 생성되는 쾌락의 결과 자신이 생겨났다고 인식하며 성욕에 대해 죄의식을 갖는다. 육체의 맹목적이고 공격적인 성욕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은 아버지의 성기에 대한 주체의 공포와 혐오감으로 나타난다. 오정희 소설에서 아버지의 가부장적 면모는 자신의 성욕을 표출하는 데 거리낌이 없으며 성의 쾌락을 탐닉하는 모습을 통해 나타난다. 아버지의 가부장적 면모는 자신의 쾌락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아내를 비롯하여 딸, 어린 아이도 마음대로 취할 수 있다고 믿는 자기중심적이고 유아적인 모습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다. 주체는 성과 죽음의 운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육체에 대한 혐오감은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구분되지 않는다. 주체는 아버지의 늙고 병든 육체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수치심과 적개심, 그럼에도 이에 저항할 수 없는 무력감을 동시에 느낀다. 본고의 2장 2절에서는 「관계」(1973), 「적요」(1976), 「저녁의 게임」(1979), 「동경」(1982)을 대상으로 삼아 아버지의 육체에 대한 혐오감과 공포에는 주체의 성욕에 대한 혐오감과 공포가 내재하고 있으며, 주체는 아버지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자기 자신을 향해 혐오감을 느끼게 됨을 분석한다.
성에 죄의식을 지닌 주체에게 있어 자신이 성적 육체로 태어났다는 사실은 결코 해소될 수 없는 성욕으로 죽을 때까지 괴로워해야 됨을 의미한다. 성을 지닌 육체로 태어난다는 것은 완전한 합일의 상태에 이를 수 없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개의 성으로 분할된 몸으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성을 통해 존재의 불연속성을 극복하여 다른 존재와 합일의 상태를 이루고자 하는 주체의 애욕(愛慾)은 꽃으로 비유된다. 그러나 애욕 역시 태아의 수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주체에게 부정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주체는 자신의 애욕이 탄생과 죽음의 순환 고리를 추동하는 혐오스런 성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절감하면서도 이에서 벗어날 수 없어 좌절한다. 이러한 주체의 비애는 서러움이라는 감정 상태로 나타난다. 본고의 2장 3절에서는 「직녀」(1970), 「봄날」(1973), 「미명」(1977)을 분석 대상으로 삼아 애욕이 자신이 혐오하는 성욕, 즉 출산으로 이어지는 성욕과 궁극적으로 다른 것이 아니라는 사실로 인해 죄의식을 갖는 주체의 심리 상태를 분석한다.
자기 육체에 구속되어 사는 삶은 주체의 의지로 조정할 수 없는 성과 죽음에 속박되어 사는 삶, 곧 죄로서의 삶이다. 따라서 주체는 육체라는 감금 상태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육체로부터의 해방은 성과 죽음으로부터의 해방이므로 이로써 탄생과 죽음의 순환에서 벗어나 궁극적인 자유를 성취할 수 있다. 그러나 육체로부터의 완전한 해방은 오직 죽음으로만 가능하므로 삶과 양립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자유는 오직 생존하고자 하는 욕구로만 가득 차있는 삶 속에서 금기의 위반이라는 의미를 지니며, 살아있는 육체로서 도달할 수 없는 신성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게 된다. 아름다운 식물의 이미지로 표상되는 일상의 바깥은 탄생과 죽음의 순환 고리로 진입하기 이전의 공간, 즉 탄생 이전의 공간으로 상정된다. 주체는 성스러운 어머니와의 재결합 혹은 육체를 불에 태우는 속죄를 통해 일상의 바깥에 도달하고자 한다. 그러나 속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자기 육체를 불에 태워 정화해야한다. 따라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주체는 속죄에 실패하고 만다. 본고의 3장 1절에서는 「칩거」(1969), 「번제」(1971), 「목련초」(1975), 「불의 강」(1977)을 통해 탄생과 죽음의 순환 고리로부터의 이탈 시도와 그 실패 양상을 분석한다.
탄생과 죽음의 순환 고리로부터 완전히 이탈하는 것은 오직 죽음으로만 가능하므로 죽음을 두려워하는 주체는 탄생과 죽음의 순환 고리로부터 완전히 이탈할 수 없다. 대신 주체는 동성애가 주는 관능을 통해 일상으로부터 도피하고자 한다. 주체는 동성과의 성행위를 통해 얻어지는 몰아(沒我)적 쾌락으로 죽음을 대신한다. 주체는 외부로부터 밀폐된 공간 속에서 동성과의 성관계에 몰두하는 것으로 일상으로부터 도피한다. 주체의 동성애 대상이 되는 인물들은 모두 정상적인 육체 즉 살의와 같은 욕정을 발휘하는 육체를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동성애는 성과 죽음이 지배하는 폭력의 세계로 인한 불안과 공포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안정하다. 결국 이들의 동성애는 외부의 일상 세계에 노출되고 동성애 대상을 상실하는 것으로써 끝맺는다. 본고의 3장 2절에서는 「완구점 여인」(1968), 「주자」(1969), 「산조」(1970) 분석을 통해 동성애에 침잠함으로써 일상을 거부하고 죽음을 대리 충족하는 주체의 심리 양상을 분석한다.
본고의 3장 3절에서는 「중국인 거리」(1979), 「유년의 뜰」(1980), 「멀고 먼 저 북방에」(1984) 분석을 통해 일상의 바깥을 향한 주체의 희구가 향수의 형태로 축소되고 있음을 분석한다. 일상에 종속되어있으면서도 일상의 바깥을 향수하는 주체는 사치스러운 것에서 일상을 벗어난 것의 편린을 발견한다. 일상은 육체의 보존과 또 다른 육체의 생산이라는 유용성의 원리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경제적인 반면, 사치스러운 것은 유용성의 원리를 위반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특히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의 몸으로 재현된다. 탄생과 죽음의 순환 고리에 종속되지 않고 오히려 탄생과 죽음의 순환 고리를 끊는 이들의 몸은 생산이라는 일상의 경제적 원리에서 이탈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주체에게 죽음을 재생산하지 않는 여자의 아름다운 몸은 동경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일상의 영속(永續)을 위협하는, 아이를 낳지 않는 여자의 몸은 일상인들에 의해 철저하게 배척된다. 이로써 탄생과 죽음의 순환 고리를 부정하기 위한 주체의 시도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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