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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설 서사기법의 구술문화적 특성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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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김윤진

Advisor
손유경
Major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Issue Date
2015-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이인직이해조구술성엿듣기감정 공동체청자형 인물소경력내포 청자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전공, 2015. 8. 손유경.
Abstract
이 논문의 목적은 구술문화적 특징이 반영된 신소설 서사기법의 양상 을 밝히는 것이다. 본고가 사용하는 구술문화적 특징 혹은 구술성이라는 용어는, 이야기판 혹은 공동체적 음독 등 입을 통한 발화로써 메시지가 전달되는 문화적 맥락에서의 소통 행위와 그 특징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개념이다. 이야기판의 듣는 감각 혹은 구술 서사부터 지속되어 온 공동체적 감각을 신소설 작가들이 서사 구성에 활용한 양상과 그 효과를 고찰하는 것이 본고의 주요 과제이다.
신소설이 발생하고 전개되었던 1900∼1910년대는 신문을 비롯한 인쇄매체가 대량으로 간행되고 연극과 영화 등 보는 문화가 등장하면서 조선의 대중들이 시각을 기반으로 지식을 축적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연설과 토론 등 청중을 향해 직접 발화하는 방식이 애용되었으며, 한 장소에 모인 사람들이 구연되는 책의 내용을 함께 듣고 공유하는 공동체적 독서 및 음독의 문화적 관습이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 인쇄매체의 확산은 묵독의 관습을 내면화하기를 요구해왔지만, 구술문화에 익숙한 독자-청중에게 이는 낯선 경험일 수밖에 없었다. 신소설 작가들은 인쇄문화를 기반으로 한 시각 중심의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면서도, 그들이 텍스트를 사이에 두고 마주해야 했던 대상은 이렇듯 청중의 성격이 강한 독자들이었기 때문에, 당대 독자와의 소통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텍스트 내에서 구술문화와 이야기판을 환기하는 서사기법을 고안해야 했다. 본고는 이러한 서사기법을 밝히기 위한 텍스트로서 1900년대 후반부터 1910년대 전반에 발표된 이인직과 이해조의 신소설을 구체적인 대상으로 삼는다. 본고의 작업은 두 작가의 작품세계를 더욱 풍요롭게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관점을 제시하고, 그 특징을 문학사적 관점에서 조망하여 1900∼1910년대 신소설에 대한 다채로운 독법을 구성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본고의 2장에서는, 이인직의 신소설에서 다른 이의 말을 듣는 인물들이 엿듣기와 소문 모티프와 함께 제시되고 있음에 주목하고, 그 양상과 효과를 분석한다. 구체적으로는 엿보는 독자와 엿듣는 인물 간의 감정적 유대가 형성되는 원리를 고찰하고, 대화를 직접 인용할 때 괄호를 제시하여 발화자를 표기한 방식이 인물의 엿듣는 감각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이러한 기법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엿듣는 인물에 감정을 이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신소설 특유의 구술문화적 특징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한 공간에서 같은 소리를 들음으로써 인물 간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마을 여성 중심의 감정 공동체가 이인직의 텍스트 안에서 재현된 양상을 주목하여, 이것이 듣는 감각에 익숙한 독자-청중에게 호소력 있는 기법으로 사용되었음을 밝혔다.
본고의 3장에서는 이해조의 신소설을 중심으로 다룬다. 이해조의 신소설에서는, 이인직의 소설 속 마을의 여성 인물들에게서 볼 수 있는 감정 공동체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이해조는 인물들이 의리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뜻을 모으는 형식을 구상한다. 감정 공동체가 붕괴된 상황에 처해 있는 인물들은 그들 각자가 듣고 겪은 소경력을 서로에게 반복해서 말한다. 이 과정에서 인물들은 서로의 소경력을 듣는 청자 위치에 서게 되는데, 이는 구술문화적 이야기판을 상기시킨다.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나가던 고소설 화자의 비중은 이 시기에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독자들은 청자의 역할을 맡은 작중 인물들의 목소리에 자신의 독서체험을 이입함으로써 이야기가 지니는 현장성의 감각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서술자-화자는 인물들의 대화를 듣고 기록하는 역할을 자임함으로써 기자의 위치에 선다. 구술문화적 감각을 지니면서도 근대적 서술자에 가까운 기자라는 개념은, 구술로 향유되는 서사에서의 화자와 근대소설의 서술자 사이에 놓이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본고는 신소설 텍스트의 구술문화적 성격을 드러내는 개념으로 내포 청자라는 용어를 제안하였다. 내포 청자는 텍스트의 구조에 그 근거를 두고 있으며 독자들에 의해 읽히며 현실화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내포 독자의 성격을 지니면서도, 인물 간 전달되는 말의 영향력이 서사 구성의 중심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여기에는 듣는 감각에 익숙한 독자의 존재를 상정한 근대전환기 특유의 구술문화적 맥락이 기입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기자와 내포 청자 개념은 구술로 향유되는 서사와 근대소설의 중간에 위치한 신소설 특유의 소통구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본고는 4장에서 이러한 소통구조와 앞서 확인한 서사기법의 구술문화적 특징을 문학사적 맥락에서 검토하였다.
이인직과 이해조 신소설의 서사기법에서 드러나는 구술문화적 특징은 상보적인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 이인직은 구연 공간에서부터 이어진 감정적 맥락을, 독자에게 익숙한 듣는 감각을 활용하여 텍스트 내에 재현함으로써 인물과 독자 간의 감정적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한편 이해조는 이러한 구술 공동체의 감정적 유산을 의리라는 특정 가치로 대체하면서 청자형 인물들을 그려냈으며, 서사에서 화자의 비중이 축소됨에 따라 구술문화에 익숙한 독자들이 느낄 수 있는 낯섦을, 청자 중심의 소통 구조를 활용하여 완화하고자 하였다. 신소설 작가들의 이와 같은 노력을 조명해보는 본고의 작업을 통해, 구술문화의 전근대적 장소는 독자와 작가 간 소통의 가능성을 지닌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할 가능성을 얻게 된다.
본고는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의 이행을 당연시하는 단선적 진보와 발전론의 시각을 경계하고, 구술성과 문자성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경쟁했던 현장인 1900∼1910년대 조선의 문화적 맥락에 주목하고자 하였다. 기존의 신소설 연구가 외부로부터 새롭게 등장한 근대적 내용과 형식을 조명하는 동안, 전대의 이야기책부터 이어져온 구술성은 근대로의 변화 과정에서 그 한계를 드러내 밀려나버린 것으로 이해되었다. 본고는 이러한 기존의 시각에서 탈피하고 구술문화가 지니고 있는 가치를 확인하여 신소설의 다채로움을 드러내려 하였다. 이러한 관점으로 바라보면 근대문학은 단절적으로 성립되었다기보다는, 시청각적 상상력을 고루 갖춘 독자층의 형성에 발맞추어 서서히 구축되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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