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도정치기 안동김문의 정치적 기반 - 국왕, 유력가문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Abstract

본 논문은 세도정치기의 대표적인 戚臣家門이었던 安東 金門의 존재 양상을 19세기 중앙정치를 이끌어가던 정치주체인 국왕과 여타 유력 가문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조선후기 가문의 정치적 성장은 부계중심적 가문의 발달이라는 사회적 변동을 배경으로 숙종연간 붕당 간의 격렬한 대립과 경종·영조연간 왕위 문제와 관련된 충역시비를 거치며 진행되었다. 세도정치기에는 집권층의 구성이 유력 가문을 중심으로 유례없이 협소화·폐쇄화되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안동 김문을 비롯한 순조~철종대의 유력 가문들은 모두 정조대에 이미 다수의 고관을 배출하고 있었다. 세도정치기의 유력 가문은 조선후기 내내 진행된 가문의 정치세력화라는 장기적 추세 속에 마련된 결과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세도정치기의 안동 김문은 혼인을 통해 노론 성향의 유력 가문들과 공고하게 결합하였다. 이는 당시 풍양조씨를 비롯한 유력 가문 사이에서 노론-소론 간의 혼인이 적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었던 점과 대비되는 세도정치기 안동 김문만의 특징이었다. 노론 유력 가문 가운데서도 정치적 라이벌 관계에 있던 반남박씨 朴準源 가문과는 통혼 빈도가 매우 낮은 반면 풍양조씨 趙萬永 가문과의 통혼 빈도가 높았고 노론 4대신 가문과 특히 혼맥으로 밀접한 사이였다. 세도정치기 내내 유생들의 상소, 서적 발간, 서원・사우 치제, 변무 등의 방식으로 국왕 혹은 노론 인사의 주도 하에 신임의리에 대한 지속적인 확인이 이루어지는 추세 속에서 노론 4대신의 후손들 간에 대대로 이어진 혼인이라는 사적 결합으로도 신임의리에 대한 공고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하겠다. 안동 김문과 혼적 결속을 맺은 유력 가문 구성원들은 정계에서 안동 김문 현창 사업을 주도하고 안동 김문 구성원에 대한 탄핵을 반격하는 등 적극적으로 안동 김문 측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통혼으로 연결된 유력 가문들의 조력은 세도정치기 안동 김문의 중요한 정치적 기반이었다. 국혼으로 맺어진 왕실과의 결합을 통해 안동 김문은 척신가문이 되었다. 주지하듯 안동 김문은 고위 관료를 다수 배출하고 비변사를 장악하여 공식적으로 정국 운영에 참여하였을 뿐 아니라 김조순, 김흥근과 같은 유력자들은 인사와 정책 결정 등에서 비공식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그렇지만 안동 김문이 지녔던 강한 정치적 영향력이 세도정치기의 왕권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발휘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세도정치기 안동 김문이 척신가문으로서 국왕(왕세자)과 맺고 있던 관계는 효명세자 대리청정기의 사례를 통하여 살펴볼 수 있다. 기왕의 연구에서는 효명세자의 대리청정을 안동 김문을 견제하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로서 평가하여 왔지만, 실제로 효명세자는 외가인 안동 김문과 개인적으로 밀접했을 뿐만 아니라 안동 김문 출신 관료들을 주도적으로 관직에 기용하였다. 이와 같은 국왕과 척신의 정치적 제휴는 국왕의 외가라는 척신의 기본적 성격에서 연유한 것이기도 하지만, 조선후기 척신의 역할이 공식화·법제화되었던 추세를 배경으로 先王의 유촉과 수렴청정이라는 19세기의 특수한 정치 상황 속에서 강화된 것이었다. 또한 정치세력 구성의 단순화로 인하여 국왕이 척신가문과 성격을 달리하는 대체세력을 양성하기 어려웠던 구조의 산물이기도 했다. 세도정치기의 안동 김문은 척신으로서 국왕과 신하를 매개하는 중간자적 지위에서 국왕의 보좌 세력으로 존재하였다. 또한 노론 유력 가문들과는 중첩적 혼맥으로 맺어져 있었으며 이들은 안동 김문에 대한 정치적 기반으로 존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