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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代 狂態邪學派 硏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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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오승희

Advisor
장진성
Major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Issue Date
2014-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중국회화절파광태사학파하량준남북종론장숭장로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고고미술사학과 미술사학 전공, 2014. 8. 장진성.
Abstract
본 논문은 광태사학파(狂態邪學派)가 등장하게 된 배경 및 주요 화가들의 생애와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광태사학이라는 명칭의 부적절함을 비판하는 한편 광태사학파의 허상과 실상을 재검토하려는 시도이다. 광태사학파는 장숭(蔣嵩, 약 1475-1565), 정문림(鄭文林, 16세기 활동), 장복양(張複陽, 생몰년 미상), 종례(鍾禮, 생몰년 미상), 장로(張路, 약 1490-1563), 왕조(汪肇, 16세기 활동), 곽후(郭詡, 1456-1532), 정옥천(丁玉川, 생몰년 미상) 등 15세기 후반에서 16세기 중반까지 독립적으로 활동한 화가들로 구성되며, 이는 후대 문인 비평가들이 규정한 것이다.
기존 연구에서 광태사학파는 절파의 쇠퇴 단계이자 문인화가들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화가 집단으로 설명되어져 왔다. 그동안 광태사학론(狂態邪學論)이라는 하나의 담론이 생기게 된 구체적인 배경은 학계에서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개별 화가에 대한 연구 역시 미미하여 각 화가들은 광태사학파에 소속된 화가 이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본 논문은 광태사학파가 16세기 말 문인 비평가 및 회화 수장가들에 의해 생성된 광태사학론의 성격 및 후대 수용 과정을 조명하였다. 이와 더불어 본 논문에서는 광태사학파에 속한 주요 화가들의 생애 및 작품 분석을 통해 사나운 기질을 따랐다고 하는 사학(邪學)의 이미지는 이 화가들의 실상과는 매우 거리가 먼 것임을 밝히고자 하였다.
광태사학파의 성립과 관련해서 가장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하량준(何良俊, 1506-1573)의 회화 이론이다. 하량준은 장숭, 왕질(汪質, 생몰년 미상), 곽후, 장로의 작품은 책상을 닦기에도 아깝다는 악평을 하였다. 하량준의 화론은 남북종론(南北宗論) 이전에 이분법적 회화 비평을 제시한 것이며 특정 화가들을 묶어 집중적으로 비난했다는 점에서 광태사학론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문징명(文徵明, 1470-1559) 일가의 회화와 항원변(項元汴, 1525-1590)의 소장품은 하량준의 비평 기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량준은 문징명 일가의 회화를 애호하여 이를 자신의 화론 형성에 적극 활용하였으며, 항원변을 비롯한 가흥(嘉興), 무석(無錫), 화정(華亭), 소주(蘇州), 상해(上海) 지역에서 활동한 유명 수장가들의 소장품에 대한 저서를 따로 집필할 정도로 이 지역 예술에 깊은 관심과 열정을 보였다. 문징명 일가의 회화와 항원변 컬렉션으로부터의 영향을 바탕으로 형성된 하량준의 화론에는 일차적으로 하량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소장품들의 가치를 격상시키려는 의도가 내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하량준, 항원변, 문징명 일가가 형성한 친밀한 인적관계는 궁극적으로 오파 회화를 명대 회화사의 정통(正統)으로 만드는 기반이 되었다. 하량준은 자신이 속한 문화권의 회화를 옹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비교 대상을 만들고 그것을 격하시키는 방법을 채택하였다. 이 과정에서 소주 이외 지역의 화가들은 멸시의 대상으로 전락했으며, 그 중 가장 극단적인 사례로 분류된 화가들이 후일 광태사학파로 지목되었다.
광태사학파라는 명칭은 항원변의 저서로 전해지고 있는 『초창구록(蕉窓九錄)』의 사학(邪學) 구문에 최초로 등장했다. 사학 구문은 고렴(高濂, 1581 활동)의 『준생팔전(遵生八箋)』, 도륭(屠隆, 1542-1605)의 『고반여사(考槃餘事)』, 문진형(文震亨, 1585-1645)의 『장물지(長物志)』에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 사실은 항원변이 제시한 명칭이 당시 문인들에게 여과 없이 수용되었음을 보여준다. 이 저술들은 모두 문인들의 문화 취향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주었던 일용유서(日用類書)로, 16세기 초에서 17세기 중반까지 활발하게 출판되었다. 일용유서의 지속적인 출판을 통해 광태사학파로 분류된 화가들의 작품은 기피해야할 예술품으로 가치 절하되었다. 동일한 사학 구문은 당지계(唐志契, 1579-1651), 주모인(朱謨垔, 17세기 활동), 서심(徐沁, 1626-1683)의 회화 이론에서도 반복되었다.
회화 이론상에서 광태사학파는 남북종론(南北宗論)을 거쳐 심호(沈顥, 1620-1661)에 의해 북종에 편입되었으며 하량준 이후 다시 한 번 신랄한 악평을 받았다. 18세기에 정도사파론(正道邪派論)으로 발전한 남북종론의 맥락에서 광태사학파는 이단인 절파의 말류에 위치하게 되었다. 20세기 초 중국회화사 연구서에서도 광태사학파는 사학론과 남북종론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절파와 광태사학파가 폄하되면서 이 화파에 소속된 화가들의 작품들은 송‧원대 작품으로 잘못 전칭되어 전해지거나 인장과 서명이 훼손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명말에 등장한 광태사학론과 상남폄북(尙南貶北)의 회화론이 청대를 거쳐 20세기 이후 회화 감정(鑑定) 및 비평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남경(南京) 문예 주도 세력의 세대교체 역시 광태사학파가 탄생하게 된 또 다른 배경이 되었다. 오위(吳偉, 1459-1508)는 남경에서 후기 절파 시대를 열었으며 그의 회화는 중국 내 여러 지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초묵(焦墨)을 활용한 선명한 흑백 대비, 속필(速筆) 등 고도의 기량과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특징으로 하는 오위의 회화는 남경의 부유한 후원자들을 매료시켰으며 남경 외 다른 지역의 화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기존 연구에서 광태사학파는 절파의 쇠퇴 단계로 주로 설명이 되었으나 실제로 오위의 화풍을 전국으로 확산시킨 이들이 바로 광태사학파 화가들이었다. 광태사학파의 회화는 중국을 넘어서 한반도와 일본까지 전파되었으며 특히 18세기 초까지 조선(朝鮮) 화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 문예 중심지로서 남경의 위상은 가정제(嘉靖帝, 재위 1521-1566) 초기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가정제 중기 이후 소주와 화정 출신 문인들이 남경의 중심 세력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외부로부터 새로운 회화 취향이 유입되었다. 이로써 오위와 그 추종 화가들의 회화를 애호하던 후원층이 크게 약화되기 시작했다.
16세기 말 이후 광태사학파는 멸시의 대상으로 규정되었으나 이 화가들이 모두 사나운 기질을 따르는 사학 집단은 아니었다. 공정공(恭靖公) 장용문(蔣用文, 1351-1424)의 증손인 장숭은 서정적 산수화의 대가였다. 그는 광태사학이라는 명칭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화가였다. 장숭은 남경 출신으로 오위의 영향을 일정 부분 받았으나 자신만의 고요하고 정적인 산수화를 발전시켜나갔다. 장로, 종례, 곽후는 의고주의(擬古主義) 문학을 주도한 전칠자(前七子) 문인들이 애호했던 화가들이었다. 장로의 작품에는 오위의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강남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거칠고 웅장한 면모가 두드러져 하량준의 비난을 샀다. 그러나 장로는 당시 최고위 문인 관료들과 교유하고 종실(宗室) 인사와 사돈을 맺었던 화가였다. 종례와 곽후도 활동 당시 관료 및 문인, 황제까지도 애호했던 화가로 결코 당시 사회적으로 폄훼의 대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광태사학파 화가들의 작품들은 전칠자 문인들에게 그들의 문학적 기준 및 목표와도 부합되는 이상적인 예술작품으로 인식되었다. 이들의 사례는 광태사학파가 절파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동시대에 가장 선망 받았던 회화 예술이었음을 보여준다.
본 논문은 광태사학파의 성립 배경 및 과정과 그 실상을 재검토하려는 시도이다. 이 연구를 통해 광태사학파 화가들은 문인화가들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화가들이 아니며 오히려 이들의 인기에 위협을 느낀 문인 비평가 및 수장가들에 의해 열등한 화가 집단으로 폄하된 화가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문인 및 수장가들이 주도한 담론 형성 배경에 주목하였으며 오파와 절파의 대립구도에서 벗어나 광태사학파 화가들의 위상을 새롭게 재고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인 의의를 찾고자 한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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