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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의 <관계항> 초기 작업(1968~1972)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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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권주홍

Advisor
김영나
Major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Issue Date
2015-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이우환(李禹煥)관계항(關係項)착시와 트릭퍼포먼스적 특수성비껴놓기근대 초극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고고미술사학과 미술사학전공, 2015. 8. 김영나.
Abstract
일본에서 활동을 시작한 한국인 미술가 이우환(李禹煥, Lee Ufan)은 1968년경부터 연작을 꾸준히 발표하고 다수의 평론을 집필하며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본고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이우환의 1968~1972년의 연작은 자연물과 산업 생산품을 주재료로 사용하여 실험을 거친 작품들이다. 그는 물질을 인위적으로 변형하기보다는, 실내 혹은 야외의 공간에 배치함으로써 물질과 물질 또는 물질과 장소 사이의 관계를 제시하였다.
본 연구는 하나의 제목과 구상 하에 작가가 꾸준히 제작해 온 연작을 이해하고자 그 출발점으로 돌아가서 작품이 탄생한 맥락을 재구성해보려는 시도이다. 지금까지 이우환의 작품은 가공하지 않은 재료들의 물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점에서 작가의 정체성과 결부되어 자연스럽게 동양의 정신성과 세계관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되곤 하였다. 이에 본고에서는 이우환이 초기 작업에서 물질을 이용하는 방식에 특히 주목하여 크게 착시와 트릭, 퍼포먼스적 특수성, 사고의 전환의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접근해 보고자 하였다.
1968년경을 기점으로 일본 사회는 미·일 안보조약의 연장에 반대한 사회운동이 전개됨에 따라 일시에 혁명의 열기로 가득 찼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의 개입으로부터 벗어나 여태까지의 일본을 다시 보고 세계 속에 재위치시키려는 자기 비판적인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에 학생운동 단체들은 일본 정부와 기성 가치에 반발하여 격렬한 시위를 벌였으며, 문화와 사상 면에서도 기존의 것을 해체하고 새로운 일본으로 나아가야 함을 호소하는 수많은 저작들이 간행되었다. 1956년 일본으로 이주한 이후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던 이우환은 젊은 시절부터 동시대의 사상들을 접하며 전 세계를 관통하는 사회 분위기를 의식하고 있었다. 그는 특히 당대 지식인들의 사상과 저작들에 영향을 받아 창작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우환의 데뷔 직전, 도쿄의 미술계에는 유명 비평가들의 주도 하에 시각 작용의 불확실성을 탐구하는 이미지론(イメ?ジ論)이 새로운 비평용어로 대두되었다. 이에 영향을 받은 많은 미술가들은 마치 착시현상 같은 기이한 광경이나 초현실주의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 등의 시각을 조작하는 작품들을 제작하였다. 이들은 일상의 사물들을 가져와서 눈속임(trompe- l'œil)을 만들어내는 장치로 사용하였고, 일본 미술계에서는 이러한 장치들을 트릭(トリック)으로 칭하였다. 당시 무명이었던 이우환은 이러한 경향이 정점에 다다랐던 《트릭스 앤 비전―도둑맞은 눈(トリックス?アンド?ヴィジョン―盜まれた眼)》 전시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되었고, 시각성의 문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비교적 1차원적인 착시현상을 유발하는 회화 작품들을 제작해보기 시작하였다.
이전까지 주로 회화를 통해 시각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었던 이우환이 착시로부터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작품에 물질을 등장시키게 된 계기는 1968년 가을, 세키네 노부오(關根伸夫)의 를 마주한 사건이었다. 이우환은 이 작품이 만들지 않은 재료와 작가의 행위만으로 현장에서 있는 그대로의 구조를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당시 도쿄의 신인 미술가들은 이우환의 해석에 영향을 받아 가공되지 않은 물질들을 원 상태 그대로 이용하여 설치하는 작품들을 제작하였다. 이우환은 그들을 이론적으로 선도하며 불과 1~2년 사이에 모노하(もの派)라는 현상을 만들어내면서 현대미술계의 주요한 인물로 부상하였다.
이우환은 시각성에 대한 문제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물질들을 가지고 실험해보던 중, 1968년 도쿄의 갤러리 신주쿠(ギャラリ?新宿) 앞 거리에서 유리판을 길게 펼치고 그것을 돌로 깨뜨려 나가는 작업을 최초의 으로 실현하였다. 관람자는 제시된 간결한 장면을 통해 서로 다른 물질들이 처음 만났던 순간을 떠올리게 되고, 실제로 유리의 깨진 자국이 시각적인 어긋남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포착함으로써 착시와 착각을 경험한다. 이는 작가가 마치 우연처럼 보이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결과이다. 이우환은 물질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성질이 어떻게 눈속임을 유발하는 데 이용될 수 있을지 꾸준히 탐구하였다.
최초의 작업에는 돌과 유리가 만나도록 타격을 가한 미술가의 행위가 포함되어 있으며, 사람들로 밀집한 도시의 야외 공간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퍼포먼스의 형식을 지니고 있다. 이우환의 초기 작업들에는 물질과 물질을 만나게 하는 작가의 신체적인 행위와 물질이 놓이는 특정한 장소가 특수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에서 작가는 물질들을 변형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제시하면서도, 물질과 장소의 선정이나 배치 등에 있어서는 면밀한 계획에 따라 신체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또한 초창기에 이 놓이는 장소로 공공장소 근처의 야외 공간을 선택한 것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시켜 작품과 만나게 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면서도 일상적인 장소에 우연히 놓인 것처럼 물질을 배치하거나, 전시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들과 연관시켜 설치함으로써 그것을 발견하는 관람자들의 극적인 경험을 유도하였다.
이우환이 맨 처음 관심을 가졌던 착시의 의미가 작품 속에서 계속적으로 확장된 결과, 그의 은 최종적으로 사고의 전환을 지향하였다. 이우환은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 물질들을 조작해보던 도중, 우리가 흔히 사고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결국 그는 착시와 트릭의 의미를 확장시켜, 작가의 의지와 아이디어로 대상을 창조하지 않으면서도 물질을 고정된 맥락에서 약간 비껴놓는(ずらす) 일만으로 훌륭한 표현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은 이제까지 합리적이라고 믿고 있었던 인간의 이성적인 사고방식과, 작가가 생각한대로 대상을 마음대로 주물러 만들어내는 미술의 역사에 대해 이우환이 제기한 반발이자, 미술가로서 근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작품으로 제시한 것이었다.
이우환은 물질을 이용한 여러 가지 실험을 거듭하며 을 활발하게 제작하는 동시에 평론을 꾸준히 발표하여 근대 초극(近代超克)에 입각한 자신의 이론을 정립해 나갔다. 그는 근대 이후 전개되어 온 합리적 사고체계와 재현 중심의 미술을 비판의 대상으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인간의 이성 작용을 우위에 둔 데카르트식(Cartesian) 사고에 입각해서 세계를 지배하고 대상화해 온 결과 마주하게 된 사회적인 위기 현상과 동시대의 미술들을 날카롭게 지적하였다. 이로부터 그는 을 자신의 이론의 산물이자 최종적인 대안으로 삼았다.
이우환이 직접 서구의 미술계에 등장하게 된 것은 1970년을 전후하여 국제 비엔날레에 직접 참가하면서부터이다. 당시 이우환이 직접 경험했던 동시대의 미술 경향은 물질이나 과정, 관계 등을 강조하고 관람자의 참여와 경험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었다. 이우환은 그 안에서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이해될 수 있으며 앞으로 작업을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해 나갈지에 대해서 고민하였다. 이우환은 외양상 유사한 동시대 서구 미술들을 의식하면서, 특히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미니멀리즘과 차별되는 점을 주장하여 유사성에 대한 지적으로부터 방어하는 태도를 취하였다. 그는 물질 자체보다 그것이 놓인 장소를 더욱 강조하면서 서구의 미니멀리즘을 극복하려는 노력 끝에 자신을 장소적 미니멀리스트라고 칭하였다.
을 통해 그가 지향한 의미들은 최종적으로 관람자를 향하고 있으며, 그것은 굳건했던 서구의 근대 개념이 희미해져 가던 상황 속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도 같았다. 본 연구는 이우환이 일본 미술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 초기 작업들을 대상으로 제작 당시의 맥락에서 그 성격과 의미를 새롭게 조명해보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이 외양과 체계를 갖추게 된 본래의 선명한 모습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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