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역 출토 낙랑계토기 연구

Abstract

원삼국시대에 확인되는 물질 문화의 변동은 서북한 지역에 존재하였던 낙랑의 영향으로 설명되어 왔다. 중부지역 원삼국시대 토기의 형성 및 변화 과정 역시 낙랑군 지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이는 실제 낙랑토기와의 비교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보다 선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던 낙랑군 지역으로부터의 기술 유입을 상정한 결과이다. 그러나 최근 낙랑토성 및 낙랑고분 출토 토기에 대한 소개 및 제작 기법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 한강유역을 중심으로 하는 중부지역에서 낙랑토기와 기형이나 제작기법 등에서 유사한 자료들이 낙랑계토기라는 이름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연구자 간의 낙랑계토기의 선정 기준이 일관되지 않으며, 단순한 분포도 작성 수준의 연구만이 이루어지고 있다. 중부지역 출토 낙랑토기 또는 낙랑계토기의 연구가 진전되지 못하는 이유는 原形이 되는 낙랑토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보아 낙랑토성과 낙랑고분에서 출토된 토기의 기종, 제작기법 및 시간에 따른 변화 양상을 검토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중부지역의 자료를 살펴본 결과, 다양한 종류의 낙랑토기 중 화분형토기와 평저단경호, 평저장경호, 원저단경호, 옹, 분형토기, 시루, 완, 통형토기, 고배라는 10가지의 기종을 확인하였으며, 낙랑토기와 중부지역 원삼국시대 토기의 요소가 모두 적용되어 제작된 원저장경호라는 기종을 새로이 설정할 수 있었다. 또한 중부지역에서 출토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자료가 낙랑계토기로 통칭되고 있으나, 낙랑토기와 낙랑계토기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서북한 지역 토기와의 비교를 통하여 중부지역 출토 토기를 낙랑토기와 낙랑계토기로 구분하였다. 낙랑토기 및 낙랑계토기의 기종 구성 양상으로 중부지역을 크게 (1) 화분형토기를 중심으로 하는 유적군과 (2) 평저장경호 및 원저단경호, 분형토기 등을 중심으로 하는 유적군, (3) 분형토기와 시루 등과 같은 일상용기만을 중심으로 하는 유적군, (4) 옹을 중심으로 하는 유적군, (5) 분형토기를 중심으로 하는 유적군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반 유물이나 출토 유구에 대한 검토 결과, 이들은 지리적 분포뿐만 아니라 시간적 위치 및 세부적인 양상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또한 각각의 토기를 낙랑토기 또는 낙랑계토기 A, B식으로 구분한 결과와 공반 유물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각 유적권 별로 낙랑토기 또는 낙랑계토기의 유입 과정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었다. 중부지역의 유적군들은 낙랑토기만 출토되는 유적과 낙랑토기 및 낙랑계토기가 모두 출토되는 유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전자에는 화분형토기 및 옹, 분형토기를 중심으로 하는 유적이, 후자에는 평저장경호 및 원저단경호를 중심으로 하는 유적과 일상용기만을 중심으로 하는 유적이 포함된다. 현재의 고고학적 자료로는 이러한 자료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메커니즘에 의한 것인지를 밝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단순히 주민의 이주 가능성만을 언급해 온 지금까지의 연구와 달리 지역이나 시간적 위치에 따라 낙랑군 지역과의 매우 다양한 관계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가장 다양하고 많은 수의 낙랑토기 및 낙랑계토기가 출토된 북한강 유역, 영서지역, 임진∙한탄강유역, 한강하류역을 대상으로 이들의 전개 양상 및 중부지역 토기와의 관계에 대한 검토를 실시하였다. 이 지역 토기의 대부분은 수혈식 노지만이 설치된 출입구 단벽 돌출 오각형 주거지에서 출토된다는 특징을 보이는데, 이는 낙랑토기 및 낙랑계토기가 일정한 시간적 범위를 가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주거지 평면 형태 및 노지 시설 등에서 이보다 시간적으로 늦는 것으로 보이는 유적에서는 낙랑 관련 토기의 출토 예가 전혀 확인되지 않으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낙랑토기 및 낙랑계토기가 출토된 유적 대부분의 점유가 단절되는 양상을 보인다. 또한 낙랑토기 및 낙랑계토기와 공반하는 경질무문토기는 기종 구성이나 제작 기법에서도 낙랑토기 및 낙랑계토기와의 공통점을 확인할 수 없어, 낙랑토기는 중부지역 토기복합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단절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