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발데사리의 포스트 스튜디오 미술 연구 : 미디어 이미지 차용 전략을 중심으로

Abstract

캘리포니아 출신 작가 존 발데사리(John Baldessari, 1931- )는 언어와 사진이미지를 주요 매체로 사용한 개념미술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70년대에 미디어 이미지를 차용하고 재조합하는 작업을 시작한 이후로 오늘날까지 영화 스틸사진을 이용한 복합사진(composite photowork) 작업을 지속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러한 작업 이외에도 그는 후대 미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교육자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예술대학(California Institute of Arts)에서 발데사리가 이끌었던 포스트 스튜디오 미술(Post-Studio Art)은 그의 작업에 있어서도 본격적으로 미디어 이미지를 차용하여 작업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이후 세대의 미술가들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에 대한 미술사적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며, 발데사리에 대한 기존 연구들은 미디어 문화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관점이나 후대 미술가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고려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1970년대 포스트 스튜디오 미술을 통해 구체화된 발데사리의 작업과 작가의 의도, 이후 세대의 미술가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발데사리의 작품의 분석에만 초점을 두었던 기존의 연구들에서 더 나아가 그의 교육방식과 제자들에게 미친 영향들을 다각도로 살펴봄으로써 현대 미술에서 발데사리의 포스트 스튜디오 미술이 지닌 중요성과 미술사적 의의를 밝혀볼 수 있을 것이다. 포스트 스튜디오 미술이란 용어는 스튜디오 이후의 미술, 즉 전통적인 스튜디오 미술작업에서 벗어난 현대미술의 한 경향을 뜻한다.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작품을 만들거나 또는 오브제의 제작을 포기하기도 했던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장소특정적 미술 등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1960년대 많은 미국의 미술가들은 스튜디오에 홀로 고립되어 작업하는 낭만주의적 관점으로부터 벗어나 작품의 제작을 다른 사람에게 의뢰하거나 산업적 생산방식을 도입했다. 미술가의 작업공간에 대한 인식이 변하자 미술 교육에 있어서도 스튜디오 안에서 행해지는 전통적인 실기훈련 대신에 스튜디오 밖의 사회와 현실을 반영한 교육과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미술교사로서 활동했던 발데사리는 여러 점의 회화 작품들을 제작했는데, 이러한 작품들에는 1970년대 포스트 스튜디오 미술에 반영된 그의 교육관과 주요 전략들이 드러나고 있다. 주로 미술지침서를 모방하여 제작된 그의 1960년대 회화작품들은 관람자로 하여금 일상적인 미술교육을 통해 관습적으로 수용한 아카데믹한 규범들에 대해 질문해보도록 유도한다. 결국 발데사리는 <화장 프로젝트(Cremation Project)>(1970)를 통해 회화 작업의 중단을 선언하고, 1970년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의 교수로 임용되어 포스트 스튜디오 미술 수업을 이끌게 된다. 발데사리의 수업의 핵심은 포스트 스튜디오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것이 스튜디오 바깥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사진과 비디오, 영화 매체를 이용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이미지들을 선택하여 작업하도록 권장했다. 이 시기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신문, 잡지, TV, 영화 등 다양한 대중매체의 복제물들을 차용한 작업을 선보였다. 미디어 이미지를 세련되게 변형시켜 회화에 도입했던 팝 아티스트들과 달리 발데사리는 대중매체 이미지들을 원래의 문맥에서 분리시킨 후, 이를 마치 빌딩블록처럼 무심하게 재조합했다. 파편화된 이미지는 불투명하고 모호한 의미를 남기며 관객으로 하여금 보다 능동적으로 작품의 의미를 완성하고 해석하도록 이끈다. 더불어 그는 학생들과 함께 대중매체에 실린 이미지를 수용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의미를 유추하는지 알아보는 비디오 및 영화작업을 진행했다. 일련의 비디오 및 영화 작품들에 나타나는 미디어 이미지에 대한 학생들의 해석은 대중의 생각과 마음을 지배하는 미디어 문화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결국 그의 작품을 마주한 관객의 해석 또한 대중매체를 통해 구축된 환상과 기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도록 한다. 발데사리가 빌려온 이미지들은 미디어 산업에 의해 미리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미디어 산업은 대중으로 하여금 상품을 소비하도록 유혹하기 위해 이미지를 연출하여 이상화된 스테레오타입을 만들어낸다. 그러한 목적을 가지고 반복되는 이미지는 한 사회의 일반적 믿음, 즉 현대의 신화로 작용한다. 발데사리는 미디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생산 및 소비되는 신화들의 기호학적 의미체계를 전복시킴으로써 미디어 이미지들의 인위성과 허구성을 드러내고, 우리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 재현에 대해 숙고해보도록 이끌었다.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의 의미를 보다 능동적으로 해석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대중매체를 통한 수동적 관람방식에 길들여진 스스로의 모습을 성찰해보도록 만드는 것이 작가의 의도였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시기 20대 초반이었던 발데사리의 제자들의 작품에서도 미디어 이미지를 차용해 재조합하는 방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발데사리의 포스트 스튜디오 미술은 이후 픽처스 세대(Pictures Generation)라 불리게 될 후대의 미술가들이 스튜디오 밖의 현실, 즉 미디어 및 소비문화가 만연한 사회를 직시할 수 있도록 도왔으며, 그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1977년 뉴욕의 대안공간 아티스트 스페이스(Artist Space)에서 열린 《픽처스(Pictures)》 전시는 픽처스 세대 미술가들의 등장을 알린 최초의 전시로 인식되어 왔지만, 발데사리와 그의 제자들이 이보다 앞서 대중매체 이미지들을 차용해 미디어 및 소비문화에 대해 발언하려 했다는 점에 있어서 발데사리의 포스트 스튜디오 미술의 미술사적 의의를 재평가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발데사리의 작업을 단순히 가벼운 개념미술로서만 보아왔던 시각에서 벗어나 차용이라는 전략을 통해 당시 미국 사회의 모습, 특히 미디어 및 소비문화가 만연한 현실을 비판했다고 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John Baldessari (1931- ) is known as a conceptual artist who uses language and photo image as his major media. He started to appropriate and reintegrate media images in the 1970s, since when he has been active with his works. Today he works on "composite photowork" with still cuts from movies. In addition to his works, he has received much attention as an educator who has huge influence on artists of the later generation such as David Salle (1952-), James Welling (1951-) and Jack Goldestein (1945-2003). The "Post-Studio Art" led by him at California Institute of Arts is very interesting in that it not only was an important point when he started to appropriate media images for his works full-scale, but also allowed him to have great impacts on artists of the later generation. However, it is hard to come across a study on it from the perspective of art history. Previous studies on him have limitations by not taking his critical viewpoints of media culture and his influence on artists of the later generation into account. This study thus set out to discuss the works and intentions of Baldessari specified through "Post-Studio Art" in the 1970s and his influence on artists of the later generation. Taking a step further from the previous studies that only focused on analyzing his works, the study tried to examine his methods of teaching and influence on his pupils from many different angles and investigate the importance and significance in art history of his "Post-Studio Art" in contemporary art. The term "Post-Studio Art" means a trend of contemporary art that is outside the traditional studio art work or "art after the studio." Its examples are found in minimalism, conceptual art, and site-specific art in which the artists created temporary works or gave up objet creation. In the 1960s, many American artists grew out of the romantic perspective of isolating themselves in the studio for creating a work and introduced a system of commissioning a work to others and an industrial production method. As artists changed their perceptions of work space, a need was raised for a curriculum reflecting society and reality outside the studio instead of the conventional practice training implemented inside the studio. In such a situation of the times, Baldessari created many paintings while teaching art in school. Those works reveal his viewpoints of education and major strategies that were reflected in Post-Studio Art in the 1970s. His paintings usually mimicking an art guidebook in the 1960s induce viewers to raise questions about the academic norms that were conventionally accepted through common art education. He declared the cessation of his painting works through Cremation Project (1970) and was appointed as a professor at California Institute of Arts, where he led "Post-Studio Art" classes, in 1970. As indicated in the title of "Post-Studio," the core of his lectures was that everything happens outside the studio. He recommended the students to "select" everyday images they usually came across in surroundings such as the photo, video, and film media for their works. It was during the period that he started to create works by appropriating the replicas of various mass media including newspaper, magazine, TV, and film full-scale. He directly took images and rephotographed them instead of translating images he collected from mass media onto the canvas, thus minimizing his intervention as an artist. Unlike pop artists that changed media images refined in their paintings, he separated mass media images from their original contexts and reintegrated them unintentionally just like building blocks. Fragmented images leave obscure and ambiguous meanings to viewers and have them complete and interpret the meanings of a work in a more active manner. He also carried out a video and film project to see how viewers accepted images in mass media and analogized their meanings in cooperation with his students. The students' interpretations of media images in a series of video and film works demonstrate the profound impacts of media culture controlling the thoughts and minds of people and show that the interpretations of viewers facing his work cannot be free from the illusions and expectations built through mass media. The images he borrowed are important in that they are images already made by the media industry, which produces images and creates an idealized stereotype in order to coat people into purchasing products. Repeating themselves under the goal, images work as general beliefs of society or modern myths. Baldessari disclosed the artificial and fictional nature of media images and made people deliberate media reproduction affecting their consciousness by overturning the semiological semantic system of images naturally produced and consumed through media. His intention was to have the audience reflect upon themselves accustomed to the passive viewing method through mass media by inducing them to interpret the meanings of his works more actively. At that time, his pupils in their early twenties highlighted the method of appropriating and reintegrating media images in their works. His "Post-Studio Art" helped artists of the later generation called the "Pictures Generation" face the reality outside the studio or the society dominated by the media and consumption culture and inspired them a lot. The "Pictures" exhibition at alternative Artist Space in New York in 1977 has been regarded as the first exhibition to inform the world of the appearance of the "Pictures-Generation" artists. However, Baldessari and his pupils appropriated images from mass media and tried to talk about the media and consumption culture before the exhibition, which gives some room to reevaluate the significance of his Post-Studio Art in art history. The study introduced a new perspective that he criticized American society of the times, especially the reality dominated by the media and consumption culture by using the strategy of appropriation beyond the old one that considered his works merely as "light concept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