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소설에 나타난 치과의사의 형상화와 전문직업성 연구

Abstract

본 논문은 기본적으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해온 한국의 치과의사의 모습 그리고 치의학의 모습을 문학이라는 특정한 형식의 기억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성찰해보는 작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이를 위해 개별 영역, 즉 문학과 의학, 역사, 사회학 등의 영역에 존재하는 개별화된 사실과 이론들을 특정 시대 특정 지역의 치과의사 한 명의 삶을 통해 종합화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1958년 『사상계』에 발표된 손창섭의 단편소설 ｢잉여인간｣의 주인공인 치과의사 서만기를 그 대상으로 하였다. 소설 속 허구인물인 그의 개인의원을 배경으로 하여 화자에 의해 묘사된 그의 모습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에 입각해 인문사회의학의 궁극적 주제인 시대를 관통하는 이상화된 의사상에 대한 접근을 하고자 하였다. 그는 서구 근대의학에 대한 성찰의 자세, 특히 20세기 이후 급격히 과학화 되어가던 현대의학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내면화한 인물로서 형상화된 측면을 가진다. 또한 그는 1950년대 우울 일변도의 단편소설 속 인물들 중에서 그 시대가 요구할 수 있는, 비현실적으로 완벽한 인격체를 표상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이는 대중과의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자아실현을 해나가는 당시 치과의사들의 삶의 모습이 긍정적으로 투영된 모습이다. 동시에 그를 통해 의사의 전문직업성에 대한 구체화 작업을 시도해볼 수 있었다. 즉 실재하지는 않지만 인격성이 부여된 소설 속 치과의사 인물을 대상으로 전문직업성을 구성하는 각 개념 요소들을 그의 인격성과 결부시켜 살펴봄으로써 (추상적인 이론화와 달리) 전인격적인 접근 방식을 꾀하였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교사의 교직관에서 성직관, 노동직관, 전문직관으로 유형화하듯, 고전적인 전문직업성을 구현하려는 봉사자적 치과의사상과 기업가적 전문성을 구현하려는 사업가적 치과의사상으로 유형화해 보았다. 하지만 사업가적 치과의사상은 전문직업적 자율성보다 자유주의적 원리, 즉 환자의 선호에 따른 의사 선택을 우위의 가치로 수긍함으로써 스스로 치과의사로서의 전문직업성을 내려놓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치과의사 개인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의 문화적 환경 요소에 영향 받음을 고려하여 개인의원을 운영하는 치과의사의 직업문화적 측면의 유형화를 시도해보았다. 이는 절대적인 윤리원칙을 일상의 치료과정 속에서나 환자와의 관계에서나 늘 적용시킬 수 없음을 인정하고 치과의사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인지하는 가운데 환자와의 상호 작용 속에서 보다 효과적인 전문직업성을 구현해 나가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졌으며 문화심리학적 분석의 틀인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를 활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