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요 톱질소리와 판소리 <흥보가> '박타령'의 비교 연구

Abstract

<흥보가> 중 박타령은 박을 켜는 장면에서 부르는 노래이다. 박타령은 메기고 받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톱질이라는 노동을 하면서 노래하고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후렴구를 지닌다. 국문학계는 박타령의 이러한 특징을 근거로 박타령이 노동요 톱질소리에서 유래한 것이라 밝혔다. 본고는 <흥보가> 박타령과 노동요 톱질소리의 사설 및 음악적 비교를 통해 국문학계의 연구를 음악학적으로 살펴보았다. 박타령은 토막소리로 녹음된 송만갑, 김정문, 이화중선, 공대일의 소리와 완창으로 녹음된 박록주, 김연수, 박봉술, 박동진, 강도근의 것을 연구범위로 설정하였다. 박타령과의 비교를 위한 노동요 톱질소리는 육자배기토리로 부르는 진도 관매도의 톱질이야를 연구대상으로 설정하였다. 박타령과 톱질이야의 사설, 장단 구조, 악조, 후렴 선율의 비교를 통해 알아본 박타령의 노동요 수용 및 변이양상 다음과 같다. 첫째, <흥보가> 박타령은 톱질이야의 메기고 받는 사설 구조를 수용하였다. 더불어 메기는 사설은 가창자의 현실과 노동의 정보를 제공하며, 후렴 사설은 독립 조흥구와 톱질 관련 어휘가 조합되어 이루어지는 구조라는 점 역시 톱질이야의 것을 수용하였다. 그러나 <흥보가> 박타령은 메기는소리가 확대되어 극적 긴장을 유발하는 갈등이 삽입되며, 후렴 사설은 톱질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가 자주 출현하는 변이를 보여준다. 둘째, <흥보가> 박타령은 톱질이야의 점점 빨라지는 장단 구조를 수용하였다. 그러나 톱질이야는 긴-자진형식인 반면 <흥보가> 박타령은 박을 타는 순서에 따라 사용하는 장단이 빨라지기 때문에 다양한 장단을 사용하는 변이를 보여준다. 셋째, <흥보가> 박타령은 톱질이야의 악조 및 출현음폭을 부분적으로 수용하였다. 톱질이야는 육자배기토리 단순형으로 계면조 기본형과 동일하며, 출현음폭은 한 옥타브이다. <흥보가> 박타령 역시 이러한 특징이 부분적으로 나타나지만 대개 계면조 확대형을 근간으로 삼고, 출현음폭이 두 옥타브로 확대되는 변이를 보여준다. 넷째, <흥보가> 박타령은 톱질이야의 반복되는 후렴 선율 구조를 수용하였다. 그러나 톱질이야의 후렴 선율은 하나의 대표 선율이 반복되는 반면, <흥보가> 박타령은 4종의 선율 조합으로 이루어져있다. 또한 4종의 선율형은 유사선율형과 변화형을 만들기 때문에 톱질이야의 후렴 선율에 비해 다양한 선율선의 변이를 보여준다. <흥보가> 박타령은 톱질이야의 사설 구조와 음악적 특징을 수용하였다. 그러나 메기는 사설의 확대와 다양한 장단 배열을 통해 <흥보가> 안에서 박타령 독립성을 구축하였다. 또한, 후렴을 통해 의성어를 강조하여 현장성을 높이며, 음악적으로 확대 및 변화형을 통해 표현을 다양성을 확보하였다. 이와 같은 <흥보가> 박타령의 변이 요소는 판소리가 지닌 장르적 특징인 장면의 극대화를 만들고, 예술음악으로서의 판소리를 이루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