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봉의 가곡에 나타나는 그의 화성어법에 관한 고찰 -가곡 《역사(驛舍)》, 《첫사랑》, 《가을노트》를 중심으로-

Abstract

이 논문은 정태봉(鄭台鳳, Tai-bong Chung, 1952- )의 가곡을 대상으로 하여 그의 화성어법에 관하여 연구한 것이다.

정태봉은 한 인간으로서 기독교 신앙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예술가로서는 불교철학(佛敎哲學), 노자(老子)와 장자(莊子)의 철학, 유학(儒學) 사상 등 폭넓은 동양사상에 대하여 인류의 정신적 자산(資産)으로서의 높은 가치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아울러 역사(歷史), 인간(=小宇宙) 및 실제의 우주(=大宇宙)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한국의 정신적, 물리적 토양에 비상한 애착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상적 배경을 가지는 그의 음악세계를 구현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화성이다. 정태봉은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화음의 기초를 베이스가 아닌 내성에 두는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990년대 중반에 그의 신앙과 사상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여 체계적이고 공식적(公式的)인 화음의 구성 원칙을 만들었다. 필자는 이 논문에서 이 화음을 정태봉화음이라고 칭하였다. 상하(上下)에 대한 철저한 상대적 개념, 감성과 이성의 균형, 그리고 그것들의 이상적인 조화를 실현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이 화음으로 그는 자연스럽게 화성적 중심을 내성에 두는 화성체계를 구축하였다. 위(上)도 아니고 아래(下)도 아닌 중간에 화성적 중심을 두는 방법으로 작품 전반에 걸쳐 유기적 통일성을 획득하려고 하는 것은 정신적 이상(理想)을 구현하려는 그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인데, 전에도 이미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가지고 있던 그이지만 이러한 화성어법은 그로 하여금 다른 작곡가들과 더욱 뚜렷이 구별되도록 만든다. 이 논문에서는 정태봉의 독자적인 화성어법의 바탕 위에 작곡된 그의 가곡들 중 《역사(驛舍)》, 《첫사랑》. 《가을노트》를 대상으로 하여, 화음 구성의 원리와 화성적인 운용 방법에 관하여 고찰하였다. 이 연구를 통하여 공식적(公式的)인 체계를 가진 또 다른 현대음악의 방법론을 확인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