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건설사업(1967-1970) 참여 국가조직과 관련제도 분석을 통한 박정희 정권기 관료제 형성 특징 연구

Abstract

한국의 관료제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관료제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한 시기인 1960년대 박정희 정권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군부 정권이 본질적으로 가지는 반(反)정치적 성격 때문에 정치적 정통성을 결여하고 있었다. 박정희는 경제적 성과로 정치적 정당성을 대체하고자 하였고 이 과정에서 국가체제의 효율성과 전문성이 강조되는 관료화가 일어났다. 다시 말해 1960년대 관료화는 박정희가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려고 만든 전략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이 관료화의 구체적인 양상과 특성은 박정희 정권이 수행한 정책의 전개 과정을 자세히 따라가며 파악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경부고속도로건설사업은 사업 목적과 전개 내용을 고려해볼 때 박정희가 고안한 고도의 정치적 전략이었다는 점에서 관료화와 정치적 상황 간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박정희는 비능률적이고 전근대적인 구(舊) 행정으로부터 탈피하여 성과주의적인 정책 수행을 통해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기 때문에, 이 사업에 관련된 제도와 국가조직의 변환은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 즉 베버적 의미의 법-합리적 체제로의 이행이었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이 변환은 박정희의 카리스마적 지배를 일상화(日常化)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무능하고 부패한 구정치인들 때문에 만들어진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해결사로 자청하여 나선 박정희는 자신의 권력을 일시적이지 않게 지속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권력의 지속을 위한 정당성을 자신의 경제적 성과 달성 능력으로 증명하고자 했다. 경부고속도로건설사업도 이런 맥락에서 고안된 사업이었다. 1960년대 후반 경제성과 달성이 지체되면서 박정희의 카리스마적 지배 정당성을 위협을 받게 되었을 때, 박정희는 공기 단축이라는 새로운 초(超)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기에 이른다. 위기 상황으로부터의 탈출 능력을 목표에 대한 초과달성이라는 성과로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경부고속도로건설사업의 주무부서인 건설부는 이러한 맥락에서 행정적 제도화가 진행되고 행정의 전문성이 고취되는 관료화를 겪었는데, 거시적으로 보면 이는 박정희의 카리스마적 지배를 합리화 과정의 일부였다고 볼 수 있다. 요컨대 본 논문의 연구목적은 1960년대 한국에서 일어난 관료화의 양상을 박정희라는 정치 권력자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과 관련해 자세히 추적함으로써 그 특성을 분석하는 것이다. 특히 경부고속도로건설사업은 박정희의 카리스마적 지배가 한층 고취된 시점에 시작되어 카리스마적 지배의 합리화가 위태로워지기 시작한 1960년대 후반까지의 시기에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불확실성과 관료화의 관계를 잘 나타내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박정의 정권기를 분석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된 발전관료제적 관점을 탈피하여 관료화의 양상과 나아가 정치 개념의 변환을 설명하는 데 새롭고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