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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례의 실천과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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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이경민
Advisor
강정원
Major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
Issue Date
2013-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마을의례전승 집단문화적 실천적응과정여성의 역할토착민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인류학과, 2013. 8. 강정원.
Abstract
본 논문은 근대화를 거치면서도 명맥을 잇고 있는 마을의례의 전승력을 밝히고, 전승 과정에서 드러나는 마을 주민들의 문화적 실천을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근대화와 마을의례는 단절 혹은 재창조라는 단순 함수관계를 넘어, 보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마을신앙이 실천되는 공간인 마을을 중심에 놓고 보았을 때 근대화라는 마을 외적 변화는 마을 내부에 일방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자체의 특수성 및 주민들의 실천행위와 긴밀하게 상호 작용을 한다. 이에 1960년대 중후반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마을의례를 중단했다가 예부터 하던 것이니까라는 이유로 이를 다시 부활시킨 경기도의 한 마을의 사례를 통해, 마을의례가 전승되고 현재에 맞춰 변화·적응하는 메커니즘을 살펴보았다.
많은 경우 단절된 전통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완전히 소멸된다. 그러나 아방리 산고사의 경우 단절된 지 4,5년 이후 재개되어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다. 중단됐던 마을의례가 부활하여 유지될 수 있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역사의 맥락에서 마을의례의 단절과 재개 과정, 그리고 이에 영향을 미친 조건들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경기도 광명시 일원에 위치한 아방리는 일찍부터 공업화 및 자본주의화로 대표되는 근대화의 영향을 받은 지역으로, 1960년대 중후반 삼백 년 넘게 내려오던 구름산 산신령에 대한 마을의례인 아방리 산고사를 중단했다. 표면적으로는 당산나무의 소실이 단절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회자되고 있지만, 심층을 들여다봤을 때 아방리 마을의례의 중단은 특정 사건으로 인한 결과라기보다는 근대화에 따라 마을 내외부적 환경이 바뀌면서 마을의례가 약화 혹은 쇠퇴한 과정으로 보는 것이 옳다. 반세기에 걸쳐 진행된 마을의 도시화와 농업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의미의 마을 공동체의 해체, 개인 이익에 대한 각성 등이 중·장기적 요인으로 마을의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단절된 지 몇 년 후 아방리 산고사는 주민들의 주도로 부활하게 된다. 마을의례의 단절 주체였던 마을 주민들이 전승 주체로서 산고사를 재개했기 때문이다. 마을의 우환이라는 공동의 위기와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공동의 불만은 이들이 다시금 마을의례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했다. 이러한 주민들의 행위 변화를 통해 마을의례의 전승집단이 단순히 외부 변화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변화에 대응하는 행위자임을 유추할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은 달라진 사회경제 구조 및 환경에 맞춰 아방리 산고사의 형태 및 의미체계를 재조정했다. 이들 사이에 공유되는 역사·문화적 경험과 지식들은 이 과정에서 일종의 자원으로 활용되어 마을의례가 현재적 가치를 확보하는데 일조했다.
아방리 주민들의 의례적 실천은 그들의 상대적 위치 및 역할에 따라 상이하다. 특히 남성과 여성, 토착민과 이주민의 구분에 따라 행동의 차이가 뚜렷하다. 과거 마을의례에서 여성은 주변적 지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전통 아방리 산고사를 주도했던 남성 집단이 더 이상 주재 집단으로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자, 마을의 고령 여성들이 이를 이어받아 산고사의 부활과 전승을 주도했다. 이들은 과거 마을의례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 의례적 지식은 부족했으나, 동성(同性) 집단 사이에 내면화된 종교성과 사회적 관계망, 연령적 위세를 활용해서 아방리 산고사의 주재 집단이 되었다. 이에 여성의 참여를 배제하던 마을의례의 금기가 깨지고, 의례와 관련한 지식들이 성별 집단을 가로질러 현재에 전승되고 있다. 또한 아방리 토착민들은 1960년대 말 유입된 이주민들과 문화적·심리적 경계를 형성하고 있다. 아방리 주민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같은 지역에 거주하면서 역사 인식, 종교 경험, 경제적 이해관계 등을 공유했다. 이에 외지인의 토지 매입이나 이주 등으로 지연 공동체적 삶이 해체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마을의례를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아방리 산고사는 마을에 거주하는 집단 전체가 아닌 토착민 집단만의 의례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러나 마을의례의 변화를 초래한 아방리 주민들의 실천은 임의적이고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마을의 전통과 역사, 주민들의 공유된 경험 등에 의해 제어되고 제한된 것이다. 마을의례의 상징들이 현재적 필요에 따라 변화할 때 과거의 상징이 폐기되는 경우보다 과거의 의미가 확장 혹은 축소, 분할 또는 통합되는 모습을 보였다. 의례적 형태나 절차가 변화한 가운데서도 의례적 문법 혹은 의례적 규칙은 강제력을 갖고 남아 주민들의 실천을 규제하고 있다. 이는 아방리 주민들이 과거 전통에 배태된 권위 있는 담론과 역사적 모범에 준거를 두고 현재의 의례를 다시 조직하고 평가·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의례적 문법들을 준수함으로써 아방리 산고사를 오래된 것, 전통적인 것으로 정당화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마을의례는 지속되고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규정되었다.
이처럼 마을의례는 변화하는 요소들과 지속하려는 힘들이 끊임없이 경합하고 균형을 이루는 과정에서 전승된다. 변화한 환경과 전승 집단의 요구에 적응하여 마을의례는 (재)해석되고 활용되는 한편, 유지되는 전통의 권위와 가치체계는 마을의례의 변화와 재편을 제한한다. 단절 혹은 재창조라는 이분법을 넘어 역사적 과정의 맥락에서 마을의례를 파악할 때, 주민들의 실제 생활세계 속에서 실천되는 창조적이고 구성적인 것으로서의 마을의례의 실재를 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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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ears in Collections:
College of Social Sciences (사회과학대학)Dept. of Anthropology (인류학과)Theses (Master's Degree_인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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