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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의 미술품 거래 관행과 권력 관계 : The Customary Practice of Trading Artwork in Galleries and Power Relationsh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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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김용욱

Advisor
오명석
Major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
Issue Date
2016-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화랑미술품거래 관행호당가격제뒷방 거래후원권력 관계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인류학과, 2016. 2. 오명석.
Abstract
본 논문은 한국 화랑에서 발견되는 미술품 거래 관행에 대한 민족지적 조사에 기초하여 그들이 실천하고 있는 문화적 규칙을 정리하고 그것의 의미를 해석한 것이다.
한국의 화랑가에서는 작가의 기준 가격과 미술품의 크기만을 고려하는 호당가격제에 따라 작품의 가격을 정하고 관람객의 눈을 피해 전시장 뒤에 마련된 뒷방 안에서 흥정과 거래를 하는 것을 불문율로 여긴다. 이러한 화랑의 거래 관행은 돈세탁이나 비자금 조성의 수단을 제공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그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화랑가의 사람들은 관행을 고수하고 있다. 본 논문은 화랑의 미술품 거래가 경제적 동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회적, 정치적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 활동이며, 그에 수반되는 일련의 관행들은 경제적 목적과 비경제적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화랑가의 선택이라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화랑의 미술품 거래 관행이 지속되는 이유를 밝혀내고자 하였다.
화랑 관장들은 미술품의 가치는 주관적으로 평가되는 것인데 그것을 자의적으로 화폐가치로 환산하는 것은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이유에서 작품에 가격을 매기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긴다. 이때 호당가격제에 따라 산정된 미술품의 가격은 작품의 미적 가치에 대응하는 화폐가치가 아닌 작가의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풀이됨으로써 거북한 가격 계산을 점잖게 해결할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해준다. 한걸음 더 나아가면 이러한 해석은 컬렉터가 작품 구입을 통해 작가를 후원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컬렉터는 단순히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 대금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준 것에 대한 감사가 담긴 후원금을 작가에게 전달하는 것이라는 언설이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후원의 논리는 작가-관장-컬렉터의 거래 관계에 기초한 공동체적 유대를 확장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부이자 훌륭한 근거로서 기능한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이루어지는 거래는 후원의 논리와 유대의 정서를 더욱 강화시켜준다. 작품을 사고자 하는 이는 화랑 관장과 작가에게 초대되어 작은 뒷방 안에서 긴 시간 동안 친밀한 담화를 나누는 가운데 컬렉터의 지위와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 속에서 미술품의 거래는 애호가의 교제 행위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이다. 거래가 반복됨에 따라 두 행위 사이의 인식적 경계는 점점 더 희미해지기 마련이며, 그에 비례하여 참여자들이 공유하는 폐쇄적 동질감과 유대감의 강도는 점점 더 높아지게 된다.
화랑의 미술품 거래 관행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내부적 논리와 정서는 화랑이 중심이 된 미술품 유통 체계의 권력 구조 형성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랑의 미술품 거래 관행은 직접적으로는 작가와 컬렉터 양자에게 제한된 정보와 결정권을 제공하고 그들을 비경쟁적인 관계로 맺어지게 함으로써 작품의 가치와 유통에 대해 화랑 관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해주며, 더 근본적으로는 미술품의 예술적 가치를 보호하여 화랑 체계가 존속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준다. 즉, 거래 관행은 거래를 전시 과정의 일부로 통합시켜 미술품의 거래에서 상업적이고 세속적인 흔적을 지워버림으로써 미술품의 가치와 그 가치에 대한 공유된 믿음 위에서 유지되는 사회적 관계로서의 화랑 체계를 지켜내고 거래 참여자들이 추구하는 권력과 위세, 그리고 명예의 유지와 보호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일면 이러한 화랑의 미술품 거래 관행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시장 구조는 비합리적이고 많은 비용을 수반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랑가에서 관행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것은 관행의 준수가 불안을 감쇄시켜주기 때문이다. 화랑가에서 공유되고 있는 관행적 규칙들은 모호한 사회적 환경에 대처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나아가 거래 상황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불안의 요소들을 통제하고 있다는 자기 확신을 가능케 해준다는 점에서 마치 교리와 같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즉, 화랑은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 새로운 대응책을 모색하려 하기 보다는 전통적인 관행의 울타리 안에 들어감으로써 모두는 경쟁이 만들어내는 불편한 관계와 낙오의 불안에서 벗어나 현재의 지위와 예측할 수 있는 미래를 보장받고자 하는 것이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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