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엄마들의 사회적 세계 : 고급동물종합병원에 대한 민족지적 연구

Abstract

본 논문은 오늘날 사람들은 왜 개와 함께 하는 것이며, 왜 개에게 그와 같은 애착을 갖게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출발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반려견이라는 존재는 과거의 그 어느 시점보다 자연스러운 무엇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점철된 직관적인 해석이나 파편적인 번역이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연구자는 현장에서 그들의 구체적인 생활세계를 포착하여 총체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고급동물종합병원에서의 참여관찰과 그곳을 찾는 보호자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연구자 본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여 반려견과 함께 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행위들과 그를 둘러싼 인간 관계망의 실천에 다면적으로 주목하면서 반려견이 지니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맥락에서의 다양한 의미를 찾아보았다. 우선, 개인의 차원에서 반려견의 보호자들은 일상에서의 지속적인 돌봄을 통해 개-엄마로 체화되고 구성된다. 개-엄마들은 비슷한 장소를 찾고, 비슷한 것을 소비할 뿐 아니라 가치관이나 규범, 어휘, 활동과 관심 등을 공유하며 고유한 사회적 세계를 이룬다. 개-엄마들의 사회적 세계에서는 개-엄마와 개 사이의 의미 있는 동반자적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모든 자원을 포함하는 개-자본이 통용된다. 그리고 개-자본을 많이 가진 개-엄마는 개-엄마들 사이에서 진짜 개-엄마라는 위세를 얻는다. 다음으로, 가족의 차원에서 사람들은 개와 함께 거주하며 개와 함께 경제생활을 하는 생활공동체로서의 개-가족이 된다. 그들은 가장 사적이고 가장 일상적인 공간인 집을 공유하며, 그에 수반되는 여러 공동의 일상적인 행위들과 사소한 의례들을 통해 개-가족으로 통합된다. 또한 이들은 개를 위해 돈 혹은 경제적인 희생을 감수하는데, 이는 관심과 사랑의 현대적이고 자본주의적인 발현으로 개-가족들이 그들의 한정된 경제적 자원을 개에게 투자한다는 것은 개를 그만큼 사랑하며,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개-가족의 진정성은 개의 질병과 죽음이라는 실존적 위기 상황에서 가장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고급동물종합병원이라는 수의학적 기술과 지식이 집약된 그 공간에서 수의사들이 개의 생존 확률로 10-20%라는 낮은 확률을 제시하며 나머지 80-90%의 책임을 하늘의 뜻, 운명으로 전가하면 개-가족들은 간절한 기도와 극진한 정성으로 그 하늘의 뜻을 대신해 개를 살려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개-가족의 일상적 실천으로서의 치료과정을 통해 순환적으로 개-가족의 감정과 애착이 재생산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개-엄마 및 개-가족은 개를 통해 새로운 인간 관계망을 형성하게 된다. 개-가족들은 구체적으로 개와 관련된 활동에 참여하며 다른 개-가족들과 유대를 형성하거나 기존 지인들 중 개와 관련된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이들과의 유대를 강화하며 유사친족 관계를 발전시켜나가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 개-친족의 범위를 넘어서 개를 통한 가치관의 변화 및 세계관의 성찰을 통해 개-세계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개와 함께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개-엄마들이 점점 더 유사한 가치관과 세계관을 공유하게 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함께 내기도 하고 기존의 인간과 동물의 구분에 대한 헤게모니에 도전하며 더 큰 변화를 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