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재현된 아버지 이미지의 사회적 함의: <아빠 어디가>중국판을 중심으로

Abstract

2013년 후남 위성채널에서 <아빠 어디가>가 방송되어 큰 인기를 끌었고 그 이후 사회적으로 '부성 담론'에 대한 논의가 많아졌다. '아버지', '부자관계', '신세대 아빠' 등이 인기 검색어가 되면서 큰 화젯거리가가 된 것이다. 따라서 <아빠 어디가>에서 재현된 부성 이미지를 중국의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분석하는 것은 유의미한 사회과학적 작업이 될 수 있다. <아빠 어디가>에서 재현된 부성 이미지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의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부성 이미지의 변화과정에 대해 탐구해야 한다. 중국사회의 기본 단위는 가족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 단위로서의 가족구성도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따라서 여기서는 우선 중국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가정윤리의 변화를 중심으로 검토한다. 그 전까지 통치의 수단으로 이어져 온 유교문화는 1919년 처음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서구의 사상도 이 시기에 중국인들에게 많이 소개되었고 이에 따라서 서구적인 연애관, 가족윤리도 소개되어 중국사회의 기반을 흔드는 힘으로 작용했다. 즉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족관계가 점점 무너져 간 것이다. 1949년부터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에 따라 사회주의 가족윤리가 실행되었다. 남녀 및 가족 구성원 간에 평등을 추구하고, 교육의 보편화에 따라서 아버지는 더 이상 유일한 인생의 선생님이 아니게 되었으며, 아버지의 권력이 추락했다. 국가와 공산당이 전통문화에서의 부성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또한 일련의 문화정치혁명으로 인해 중국사회의 모든 것이 정치적 성격을 갖게 되었으며, 가족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단순한 혈연 혹은 양육 관계로 이어진 구성단위가 아니라 정치적 구성단위가 되었다. 1978년에 개혁개방에 따라, 중국의 가족윤리에는 또 하나의 새롭고 큰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전 시대에 모든 것이 정치를 기준으로 삼았다면, 개혁개방에 따라서 모든 것이 경제를 기준으로 삼게 되었다. 그리하여 경제적 능력은 사회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전제조건이 되었다. 위와 같은 맥락 속에서 본 연구자는 문화작품(소설, 영화, 드라마)에서 재현된 부성 이미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네 가지 특징이 제시된다. 첫째, 아버지라는 존재는 물론이고 남성조차 주변화된 서사 대상이다. 개혁개방 이후 아버지의 이미지가 점차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작품의 주인공은 어머니 혹은 젊은 연인들이며, 아버지는 주로 배경, 혹은 대화 속에서 나타났다. 아버지가 육아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다루는 작품은 매우 적은 수이다. 둘째, 정치적 요소가 감소되었다. 정치적 기호로서의 아버지의 이미지는 탈정치화 되었으며 가정 내에 일반인인 아버지의 이미지로 변화되었다. 셋째, 아버지의 권위가 변화되었다. 전통문화에서는 봉건사회/농업사회의 한계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하여 아버지란 존재는 자체가 권위였다. 즉 아버지는 상징으로서의 권위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은 점점 상실되었다. 그리하여 많은 부재한 아버지 혹은 무력한 아버지의 이미지가 그려지곤 했다. 마지막으로 이분법적으로 아버지 이미지를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은 아버지는 가부장의 성격을 담고 있는 것과 반해, 자식을 잘 배려하는 아버지는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묘사되었다. 능력과 배려는 서로 이질적인 요소로 여겨졌고 아버지는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위의 내용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상기에 언급했던 기존에 재현된 부성 이미지에 관한 분석 결과를 가지고 <아빠 어디가>에서 재현된 부성 이미지는 어떠한가를 탐구했다. 이를 위하여, 우선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서의 <아빠 어디가>에 관한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두 번째 연구 문제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서의 <아빠 어디가>의 특성이 부성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에 대하여 어떠한 효과를 발휘했는가에 대한 탐구이다. <아빠 어디가>의 기본 형식은 매주 변화하는 포맷과 고정된 연예인의 출연이다. 매주 포맷을 바꾸는 것은 시청자에게 항상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수단이다. 물론 촬영의 현장은 출연자들이 현실 생활에서 실제 생활하는 공간은 아니지만, 부자가 함께 여행을 다니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출연자 부자는 일상처럼 행동한다. 또한 출연자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출연자는 고정되어 있다. 그래서 시청자는 매주 새로운 출연자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없고, 방송이 진행되어 가면서 시청자와 출연자 간에 관계가 생겨난다. 둘째, 출연자가 연예인이라는 것이다. 연예인 중심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끄는 이유는 스타인 연예인이 자신의 전문영역이 아닌 상황과 공간(일상, 여행, 모험, 상황)에서 일상의 평범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평범한 모습은 시청자와의 친밀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Holmes, 2006). 마지막은 연예인으로서만이 아니라 아버지의 신분으로 등장을 한다는 것이다. 언제나 주변화되어 있었던 인물이자 존재인 아버지는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또한 평소 화려한 모습만을 보여주었던 연예인이 꼬마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 서청자의 주목을 끌었다. 촬영 과정은 대본이 없는 상태이며 리허설도 없다. 연예인 중심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재밌는 이유는 연예인 스타가 자신의 전문영역이 아닌 상황과 공간(일상, 여행, 모험, 상황)에서 일상의 평범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24시간 쉬지 않고 카메라를 돌리고, 심지어 출연자의 숙소에도 카메라를 설치하여 출연자의 일상의 모습을 숨김없이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기존의 다른 제작 방식보다 훨씬 리얼한 이야기를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재현된 부성 이미지는 기존의 어떠한 매체에서 재현하는 것보다도 리얼하다. 또한 <아빠 어디가>는 출연자에게 사적인 이야기를 서술할 수 있는 고백의 기회를 제공했다. 시청자는 모니터를 통하여 출연자들이 일상은 아니지만 일상 같은 생활을 관찰할 수 있으나, 관찰은 시청자의 개인적인 입장에서 출연자의 행위의 의미를 추측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외부적 관찰에만 의할 때 시청자는 출연자의 행위에 대한 오해를 할 수 있고, 행위 속에 숨겨있는 깊은 의미를 파악하지 않는 채 무시할 수가 있다. 그러하여 출연자는 개인 인터뷰를 통한 단독 고백과 여러 출연자들이 모여 나누는 이야기를 통하여 자신의 내심을 보여주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개인 인터뷰는 출연자들이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야기 나누기는 서로의 대화에서 자신의 입장을 확고히 하며 선언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방법으로 출연자는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꾸준히 자신에 행위에 대하여 설명하고 자신의 가치관, 교육방법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따라서 상술했던 출연자의 연출, 고백을 시청자 인터뷰와 더불어 <아빠 어디가>에서 재현된 부성 이미지를 분석하는 틀로 삼게 되었다. 또한, 선행연구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후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아버지의 역할을 대략 생계유지자(breadwinner), 양육자, 교육자로 나누었다. 이러한 세 가지 맥락에서 앞서 언급했던 틀로 <아빠 어디가>에서 재현된 부성 이미지의 사회적 함의를 탐구했다. 생계유지자로서의 아버지 역할은 모든 부성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특히 오늘날 경쟁사회에서 아버지의 경제적·사회적인 능력은 아버지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5명의 출연자 아버지는 성공적인 생계유지자다. 이는 너무 당연하여 출연자 고백이나 시청자 댓글에서는 이에 대한 평가가 별로 없었다. 오히려 대중매체에서 이 점에 대한 보도가 많았다. 그리고 양육자로서의 아버지에 대하여 분석했다. 출연자들은 아이를 보살핌에 있어서 모두 미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이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요소 가운데 하나이며 제작진도 촬영 전부터 예상했고 출연자들에게 바란 모습이었다. 아이를 보살피는 것에 대하여 아버지의 참여도는 아직도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고, 이에 대한 시청자의 평가 역시 이를 재밌게 받아들이며 비판적이지 않았다. 즉 아버지는 꼭 아이를 보살펴야 한다는 인식이 없다. 이는 경제적 능력으로 충분히 대신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출연자들도 아이 보살핌에 대하여 긴장하고 걱정을 하지만 집안을 이끌어가는 책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반하여 동시에, 부자간에 적극적인 애정표현도 많이 발견되었다. 기존 재현된 부성 이미지에서 전혀 찾을 수 없는 애정표현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부성 이미지였다. 아이들도 이러한 애정표현이 마치 아주 보편적인 것처럼 그에 대해 아무런 어색함이 없었다. 즉 더욱 친밀한 부자 관계를 시청자에게 보여줬다. 시청자도 이를 부러워하는 댓글을 많이 올리게 되었다. 아이를 보살피는 입장에서 아버지는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으며 없으면 안 되는 존재는 아니지만, 대신에 적극적인 애정표현과 대화 등을 통하여 아이에게 아버지로서의 존재감을 심어주고 있다. 동시에 친밀 관계도 형성한다. 마지막은, 교육자로서의 아버지이다. 프로그램은 여러 스타일의 아버지 모습을 보여주나 대략 권위가 있는(아버지가 하는 말이 아이에게 힘을 발휘하는) 아버지와 없는 아버지로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출연자와 시청자 모두 권위가 있는 아버지를 더 옹호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 따르면, 기타 조건이 비슷한 경우에, 가장 중요시되는 아버지의 역할은 교육자로서의 그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권위는 전통 속에 존재하는 상징으로서의 권위가 아니라, 어떠한 능력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버지의 권위가 붕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인들은 권위에 대한 반항심이 생각보다 크지 않으며 권위를 하나의 능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권위 있는 아버지가 수행하는 모든 행위는 우리를 발전의 측면에서 좋은 결과로 이끌어 줄 수민 있다면 어느 정도 용납할 수 있다고 본다. 사회적이고 잠재적인 권력 관계를 인식하고 있는 중국인은 마치 친구처럼 놀아주는 아버지보다는 보다 권위적인 아버지를 원한다. 그리고 이러한 권위는 새로운 맥락에서의 권위다. 이것은 아버지의 능력 중의 하나이며 이상적인 아버지를 평가하는 기준 중에 하나이다. 그리하여 중국의 이상적인 아버지는 능력자다. 이러한 능력자는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또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그 능력을 바탕으로 권위를 갖추고 있는 아버지다. 생계유지의 능력은 모든 타 능력의 전제조건이다. 자녀와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정표현과 소통을 많이 하려하지만, 이는 단지 가정 으로의 회귀를 위하여 택하는 그리고 자신의 권위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아이와의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좋은 전략으로서일 뿐이다. 아버지는 교육자로서 아이를 인도하고 이끌어주어야 하며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아버지로서의 권위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권위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와 친구가 되려고 하면 권력 유지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와 친구와 같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의 대체로서 애정표현을 많이 하고 사랑의 마음을 전달한다. 따라서 사회주의를, 평등을 추구하는 중국사회에서 가정 내부의 불평등한 혹은 수직적인 권력 관계는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문화대혁명으로 이러한 권력 관계는 일시적으로 단절되었으나 경제적 발달에 따라서 이러한 문화가 다시 회복되었다. 가사노동을 나누거나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애정표현 등은 모두 권위를 유지하려는 하나의 전략이다. 중국은 능력주의 사회이며 매우 현실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사회인 것이 분명한다. 이는 부성 이미지의 재현을 통하여 본 이상적인 부성 이미지를 통하여 반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