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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 보고서』의 편집디자인 : 다르게 읽기를 제안하는 페이지의 시각적 형식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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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정희숙
Advisor
백명진
Major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Issue Date
2017-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읽기 방식책의 역사인쇄 문화편집디자인북타이포그래피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2017. 8. 백명진.
Abstract
국문 초록

우리에게 책은 아직도 읽을 만한 정보를 담는 가장 익숙한 형식이다. 지금 우리가 흔히 보는 다양한 페이지 제시 기법들은 각기 다른 쓰기 기술과 독서 관습, 독서 목적으로부터 기인했고, 오랜 시간 인쇄 문화의 성장과 함께 일종의 장르적 패턴이나 암묵적 사인처럼로 작동한다. 독자들은 이제 시각적으로 편집된 상태를 보고 그 내용이 의미하는 바의 실마리를 얻는다.

글의 장르와 결부되고 일반화된 시각적인 형식들은, 디자인의 편리한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계속해서 변화하는 독자들의 요구와 출판 환경의 변화를 보지 못하고, 표면적 스타일과 타이포그래피의 부분적 문제에 매몰되게 할 우려가 있다.

연구자는 이같은 배경에서 읽기의 역사, 책의 역사로 눈을 돌렸다. 책의 시각적 형식들이 애초에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독자, 저자, 출판계의 상호 작용은 어떤 방식으로 책의 형식에 개입했는지, 혹은 그것들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변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시금 가장 중요하다고 본 것은 읽기 방식이다. 책은 고정된 글쓰기 기술과 기록의 형식이어서 이것이 읽기 방식을 규정해 온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읽기 관행과 책에 대한 관념, 기대가 책의 형식을 바꾸어 온 것이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는, 이러한 읽기 방식의 차이로부터 책의 구성 틀과 지면 제시 방법을 찾는 작품을 연구하고자 하였다.



작품의 소재인 하멜 보고서는 국내에 잘 알려진 모험 이야기로, 원래는 17세기의 항해 보고서지만 지금까지 모험기, 소설, 역사 연구서로 다양하게 출간되어 온 독특한 내력의 텍스트다. 이 소재를 선택한 것은, 연구자가 글, 그리고 책이라는 형식의 정확성, 권위와 같은 보편적 관념보다는 오류, 또는 유연한 변형에 더 흥미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며, 글이 길지 않아 작품 연구에 용이하면서도 관련 자료가 충분했고, 또 근대 서양인의 한국 이미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책으로서 그 역사적인 배경이 매우 흥미로왔기 때문이다.

연구는, 먼저 책의 역사에 관한 문헌 연구와 동시에 픽션과 논픽션 버전의 하멜 보고서 1차 편집디자인을 시작으로 두 에디션의 세분화를 통해 각각의 읽기 방식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순서로 진행했다. 픽션과 논픽션은 글의 기본적인 장르적 구분으로, 편집디자인의 시각적 형식의 면에서도 반대되는 특징이 나타나며, 각각은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읽기와 전문적이고 학문적 읽기 방식과 연결된다.

책의 역사에 나타난 읽기 방식과 시각 형식의 변화를 보면, 글을 쓰고, 책을 만들어 전달하는 모든 과정에서, 저자의 의도대로 읽도록 글의 의미를 분명하게 하고 특정 관심사에 따라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단위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띄어쓰기, 즉 단어라는 단위를 구분해주고, 제목과 본문, 단락과 장 등으로 글을 구조화하고 이를 드러내는 것은, 글의 시각적 번역의 방법이다.

하멜 보고서의 2차 편집에서는, 에디션의 세분화 방법으로 1)단위의 조정, 2)강조와 압축, 3)관련 글과 자료의 제공이라는 세 가지 방법을 설정하고 픽션과 논픽션의 작품을 조금씩 변형하는 데 적용했다. 이런 방법들은 읽는 속도와 몰입의 문제, 글의 연결성, 내용의 난이도, 전문성에 차이를 주며 단계적·선택적 읽기를 비롯한 다양한 읽기의 가능성을 제공함으로써 읽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연구 과정에서, 연구자는 하멜 보고서의 원고 표기법으로부터 내용의 순서와 구성까지를 바꾸었는데, 특정 주제, 특정 읽기 방식을 유도하기 위해 관례적으로는 편집자의 역할에 의존하던 영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부분이 있다. 이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직접적인 의미의 번역을 위한 것이었다. 이 외에 글의 내용과 직접 관련은 없으나 글의 사회, 문화적인 상황을 암시하거나 은유하는 시각적인 요소를 사용한 것은 글의 배경의 번역이라고 할 수 있다.

최종 결과물로는, 하멜 당대의 조선, 즉 이방인의 눈으로 본 17세기 조선이라는 주제의 편집본 연구에 중점을 두어 발전시켰으며, 전체 과정에서 만들어진 페이지 편집물들을 각각의 책으로 완성하여 제시하였다. 처음 설정한 픽션과 논픽션의 장르적 구분은, 세분화를 통해 경계가 점차 모호해져 갔으며, 나중에는 의도적으로 이를 뒤섞거나 전도시키면서 연구자가 의도한 읽기 방식을 축으로 한 작품 전개에 더 까가워 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편집디자인에서 읽기 방식과 그에 부합하는 시각적 형식이라는 논리를 강조하여도 독자의 자의적이고 자유로운 읽기를 통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보다 명확한 의미 전달을 돕고, 특정한 구조와 흐름으로 읽고 이해하게 하며, 독서를 더욱 풍요로운 경험이 되도록 유도할 수는 있다. 또한, 읽기에 다시금 주목함으로써 장르적인 규범이나 스타일의 동어반복적 적용을 피한 디자인 방법론을 찾고, 새로운 독자와 출판 시장에 대응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6914
Files in This Item:
Appears in Collections:
College of Fine Arts (미술대학)Dept. of Crafts and Design (디자인학부)Theses (Ph.D. / Sc.D._디자인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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