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양보의 표현 방책과 의미

Abstract

본고는 양보의 세 가지 표현 방책에 주목하여 한국어 양보의 의미를 기술하였다. 양보는 비관여성을 핵심 의미로 갖는다. 즉 양보란 하나의 사태/지식이 다른 사태/지식 혹은 화행에 관여적이지 않음을 나타내는 언어 표현이다. 따라서 양보의 의미 기술에서는 기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본고는 양보가 가지는 기대가 무엇이고 기대가 가지는 어떤 의미가 부정되는지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에 기반하여 양보를 표현하는 세 가지 방책의 의미를 점검하였다. 제2장에서는 기대가 <A이면 B>의 온전한 조건 형식으로 표상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대체로의 의미를 포함하는 일반적 규칙(general rule)은 기대의 도출에 관여하지만 기대 그 자체는 아니다. <A이면 B>라는 조건 형식은 A가 B의 충분조건임을 의미하는 동시에 B가 A의 필요조건임을 의미한다. A가 B의 충분조건이라는 의미는 A일 때 B이지 않을 수 없다로 풀어 쓸 수 있고 B가 A의 필요조건이라는 의미는 오직 B일 때만이 A로 풀어 쓸 수 있다. 기대는 이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양보가 부정하는 의미 또한 이 두 가지이다. 제2장에서는 양보문의 사실성과 표현 방책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양보문은 종속절이 지시하는 사태가 사실임을 나타내는 사실적 양보와, 사실성에 중립적임을 나타내는 조건적 양보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조건적 양보는 범언어적으로 주로 세 가지 방책으로 표현된다. 양보는 영어의 even, 한국어의 도와 같이 첨가 초점사를 사용하여 양보를 표현될 수 있다. 또한 이접 표지에 의해서 표현되기도 한다. 양보는 변수값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도 무관함을 나타내는 자유 선택사 또한 양보의 표현에 쓰이는 방책 중에 하나이다. 세 가지 방책은 주로 조건적 양보를 나타내는 데 쓰이지만 사실적 양보를 나타내는 데 쓰이기도 한다. 제3장에서는 첨가 초점사 양보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첨가 초점사에 의해 양보가 표현될 경우, 지금까지 양보문은 그러한 척도 함축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리고 척도 함축에 의해 가능한 모든 경우에 주절이 지시하는 것을 함의한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한국어에서는 첨가 초점사 방책에 의해 양보가 표현된 문장들 중 척도 함축이 없는 양보문이 확인된다. 본고에서는 제2장에서 확인한 양보가 부정하는 기대의 의미를 바탕으로 척도 함축이 없는 양보문이 보다 기본적인 양보문임을 논증하였다. 그리고 맥락적인 끝값의 개념의 존재에 대해서 논증하였다. 척도적인 첨가 초점사의 초점이 끝값인지 아니면 단순히 척도 함축을 일으킬 수 있는 척도상의 존재자인지에 대해서 이견이 있다. 본고에서는 맥락적인 끝값의 개념이 이러한 견해 차이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보고 맥락적인 끝값의 존재를 논증하였다. 제4장에서는 이접 양보를 다룬다. A어도 not-A어도의 형태를 가지는 양보절을 이접 양보로 분류하는 견해가 있으나 제3장에서 첨가 초점사에 의해 양보가 표현될 때 반드시 척도적인 의미를 가지지는 않아도 된다는 것을 근거로 A어도 not-A어도와 같은 사례들은 첨가 초점사 양보의 구체적인 한 모습임을 주장하였다. 또한 이접 양보문에서도 양보절이 사실인 것으로 해석되는 사례들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접에 의해 양보문이 형성될 때, 양보절은 가능한 모든 사태를 총망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때의 총망라성은 기대의 척도를 부정함으로써 생겨나는 것으로 논증하였다. 제5장에서는 자유 선택사 양보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자유 선택사 양보에는 반복적 구문과 단일사태 구문 두 종류가 있다. 반복적 구문은 참여자, 시간, 공간이 자유 선택의 대상이 되어 양보의 의미를 생성하는 구문을 말한다. 단일사태 구문은 하나의 사태의 회수, 지속 시간, 강도가 자유 선택이 되는 구문을 말한다. 자유 선택사 양보는 많은 언어에서 조건적 양보 표지로도, 사실적 양보 표지로도 쓰인다. 이 경우 오직 서법에 의해 양보절이 지시하는 사태의 사실성이 결정된다. 한국어 또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