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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초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나가사키 상관 존폐 논란: 회계 관행의 변화와 부패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 The controversies about the abandonment of Nagasaki factory of the VOC in the early 18th cent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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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김의현

Advisor
주경철
Major
인문대학 서양사학과
Issue Date
2017-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ereenigde Oost-Indische Compagnie 또는 VOC)18세기아시아 역내무역(intra-Asian trade)나가사키 무역판 임호프(Gustaaf Willem van Imhoff)회계 관행부패사무역코반 무역일본 동 무역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문대학 서양사학과, 2017. 8. 주경철.
Abstract
17세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ereenigde Oost-Indische Compagnie, VOC)에 독보적인 성공을 안겨준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시아 역내무역(intra-Asian trade) 활동이었다. 특히 쇄국정책을 펼친 에도 막부 치하 일본과의 나가사키 무역은 유럽 회사들이 아시아에서 활동하기 위한 생명줄과 같은 귀금속을 공급하는 역내무역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18세기 초가 되면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서서히 쇠퇴국면에 접어들었으며, 이는 아시아 역내무역의 급속한 수익 감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아시아 내 활동의 핵심 축이었던 나가사키 무역의 급격한 쇠퇴가 있었다. 이 논문은 18세기 초 나가사키 상관의 존폐를 놓고 회사 내부에서 벌어진 두 차례의 논란을 추적하면서 이를 통해 회사 내부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분석하고, 나아가 그것이 18세기 중반의 회사 개혁 시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파악하려는 시도이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예기치 못한 쇠퇴는 지난 두 세기 동안 많은 관심과 연구의 대상이 되어왔다. 기존의 연구들을 종합하면 회사의 쇠퇴 원인은 크게 외생적 요인과 내생적 요인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회사는 경쟁의 심화, 수요의 변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시아 역내무역의 퇴조라는 환경 변화가 야기한 수익률의 저하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였으며, 회사의 위기 대응 능력을 떨어뜨린 요인은 회계의 불완전성과 부패라는 내부적 문제였다. 회계의 불투명성을 증가시킨다는 관점에서 회계 체계의 근본적 불완전성과 직원들의 부패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각각을 더욱 악화시키는 부의 상승효과를 일으켰다. 특히 본사와 현지 직원들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한 나가사키 상관에서 이는 회계 장부의 왜곡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코반 무역의 수익 악화를 계기로 촉발된 1차 나가사키 상관 존폐 논란은 회사 회계의 구조적 불완전성과 회사가 이를 통상적으로 극복해 온 방식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일반적인 회계 장부는 판매처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특정 상품 혹은 상관의 수익성을 판단하기가 어려웠으나, 이사진은 필요할 경우 특별 보고서를 작성하여 이를 보완하였다. 그러나 코반 무역의 수익 악화를 계기로 외견상 회계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임기응변적 조치들이 나타나 점차 회계 관행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이는 회계의 원칙을 훼손하여 장부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손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편 1730년대에 발생한 2차 나가사키 상관 존폐 논란은 회계 장부만으로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장부에 나타난 가격을 토대로 보면 1730년대의 일본 동 무역은 매우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에 위기 담론이 발생한 이유를 기존 연구들은 주로 쇼군의 반복적인 규제 명령과 회계 관행의 변화로 인한 착시효과로 설명한다. 그런데 높은 수익률의 근거인 나가사키 상관의 회계 장부 자체가 왜곡되었을 가능성을 전제하면, 위기는 실재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은폐된 것이었을 수도 있다. 특히 에도 막부가 지속적으로 화폐가치를 절하하는 동안 회사가 단 한 번도 환율을 변경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장부에 가격변화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상관 장부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분식회계를 하면서까지 나가사키 상관을 존속시키려 했던 동기는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금지한 사무역을 통한 개인적 치부가 나가사키에서만은 가능했다는 점에 있었다. 이러한 내막을 모를 리가 없었던 바타비아 최고위원회는 오히려 부정을 비호하고 본국 이사들의 눈으로부터 은폐하는데 협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들이 바로 동인도에 확고하게 자리 잡은 부패의 계서제의 정점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차례의 나가사키 상관 존폐 논란에서 드러난 회사의 내부 문제들은 1743년 바타비아 총독으로 취임한 판 임호프(van Imhoff, Gustaaf Willem)의 개혁이 좌절된 이유를 설명해준다. 판 임호프는 본국과 아시아 사이의 회계 단위가 다르다는 회사 회계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회계 원칙의 일관성을 경시하고 임기응변적 조치를 남발함으로써 아시아 회계의 불투명성은 오히려 증가시켰다. 한편 영국 동인도회사의 성공을 본떠 직원들의 사무역을 허용하고 핵심 상품들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여 아시아 역내무역을 재흥시키려는 시도 역시 실패로 돌아갔는데, 이는 제한적 사무역 허용이 이미 회계 부정을 통한 축재에 익숙했던 사원들에게 충분한 유인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동 무역을 확대하여 나가사키 무역을 재편하려는 시도 역시 쇠퇴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때늦은 것이었다.
18세기 초의 완만한 쇠퇴 과정은 양적인 팽창 속에서 서서히 진행되었기 때문에 당대인들이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지표들 속에서도 아시아 역내무역 및 이를 지탱한 나가사키 무역의 퇴조는 뚜렷한 쇠락의 징후를 알리고 있었다. 판 임호프처럼 이를 분명히 감지한 인물들이 있었으나, 회계의 불투명성과 부패라는 고질적 폐단은 상황을 개선하려는 모든 노력을 무력화시켰다. 영국 동인도회사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게 도전해온 18세기 중반이라는 시점에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점점 굼뜨고 무기력해져갔다. 아시아에 바타비아라는 거점을 건설하고 역내무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17세기에 거대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으나, 그 대가는 회계 체제의 손상과 부패를 조장하는 구조의 형성이었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8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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