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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개념으로서의 인간존엄 : Human Dignity as a Legal Conce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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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손제연

Advisor
김도균
Major
법과대학 법학과
Issue Date
2018-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인간존엄인권의 정초인간적으로 좋은 삶을 사는 것의 객관적 중요성중심 부 믿음형성의 이익형량가능성시민적 지위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법과대학 법학과, 2018. 2. 김도균.
Abstract
본 논문의 과제는 인간존엄 개념의 법담론에서의 사용을 규명하고 일관적이고 유용한 이해방식을 정립하는 것이다. 세계 제2차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의 충격은 인간존엄의 존중 필요성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이끌어냈다.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한 국제인권문서에서는 인간존엄이 모든 인권들을 도출하는 포괄적 정초로서 등장하기 시작했고, 대한민국 헌법, 독일 기본법을 비롯한 각국 헌법문언와 그 해석론을 통하여 인간존엄은 전체 법질서가 지향해야 할 근본적 가치 혹은 권리로서 그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역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법적 담론에서 인간존엄이 법질서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인도하면서, 실정법이 결여된 지점에서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규범을 빠짐없이 보충해준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인간존엄은 그 법적 사용에 있어서 애매하고, 모호하며, 심지어 모순적인 개념이어서 실제의 문제해결에 있어 유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념의 오용으로 인해 오히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가능성을 높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인간존엄은 그 구체적인 내용이 합의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사소한 영역에 간섭하며, 심지어 모순적인 주장의 양측에서 각자의 근거로 사용되기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인간존엄이 개인의 자유보다 공동체의 가치나 인간종의 정체성을 우위에 두는 개념으로 이해될 때, 인간존엄의 보호는 단지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정당화 수단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
이러한 우려는 인간존엄 개념의 위상을 명확히 확립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다. 인간존엄에 대한 기존의 직관은, 인간존엄을 타인존중을 유발하는 인간 안에 내재한 가치속성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해방식은, 우리는 타인이 그러한 가치속성의 보유자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하고, 그 존중은 해당 속성—법적으로 보호가치 있는 특유한 인간성—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식으로 법적 논의를 전개시킨다. 대표적으로 이러한 속성이 자율적 행위능력이라면, 우리는 자율적 행위능력이 있는 자를 존중해야 하고, 그 존중은 자율적 행위능력의 보유, 유지, 증진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가치속성은 생명의 신성함, 최소한의 품위유지, 기초적 생활의 영위와 같이 그때그때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문제는 정확히 어떤 속성이 인간존엄에 해당하는지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나 인간존엄은 개별 인간이 보유하고 있는 능력과 같은 어떤 특정한 가치속성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존엄의 본래적 어원은 높은 지위를 함축하는데, 인간존엄은 도덕성의 비교불가능한 높음을 지칭하는 일종의 위상적 관념으로서, 이를 다시 풀이하면 인간적으로 좋은 삶을 사는 것이 객관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너 또는 나의 좋은 삶이 너 또는 나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중요하다는 이러한 인간존엄의 관념은 법질서로 편입되면 모든 이들의 인간적으로 좋은 삶에 대한 평등한 존중의 의무를 법적으로 정당화시킨다. 다시 말해 인간존엄의 존재는 우리가 타인의 권리를 존중해야 할 근거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인간존엄을 이렇게 이해하는 것은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 고대적 어원과 단절되었던 현대적 이해방식을 다시 그 어원과 재회시키는 것이다. 존엄의 본래 개념은 일종의 우월성을 함축해 왔고, 이는 칸트의 도덕성의 우월성 개념으로 면면히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고는 인간존엄의 다소 특유한 현대적 사용을 추가적으로 포착한다. 모든 이들에 대한 평등한 존중을 정당화시키는 근거로서의 인간존엄은, 인간존엄의 현대적 법담론에서의 사용의 맥락을 모두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반성, 노예금지, 키메라연구의 규제 등 특수한 사안에서 인간존엄은 단지 법질서 안에서의 평등한 존중만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우선적인, 특유한 새로운 이익의 보호를 요청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새로운 이익은 인간적으로 좋은 삶을 사는 것의 객관적 중요성에 대한 정당화된 믿음형성의 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복지이익의 향유나 자율적 선택만으로는 좋은 삶을 완전히 누리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추구하며 살고 있는 삶이 객관적으로 중요한 것이라는 믿음을 형성하고 유지하며 살아갈 때에만 완전한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믿음의 형성과 유지는 노예제를 인정한다거나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와 같은 충격적 사건을 통해 위태로워질 수 있다. 또한 키메라 연구와 같은 인간종의 정체성을 불분명하게 만드는 생명공학기술의 무분별한 사용을 방조하는 국가의 태도도 이러한 믿음의 형성과 유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다만 좋은 삶과 관계된 믿음형성의 이익은 무제한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본고에서는 믿음형성의 이익이 특별한 보호를 요청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먼저 인간존엄-이익으로서 특별한 보호를 요청하는 이익은 잘못된 믿음이 아닌 정당화된 믿음이어야 한다. 또한 인간적으로 좋은 삶에 대한 믿음은 개별적 믿음의 모음이 아니라 믿음을 구성하는 문장들이 형성하는 장으로서의 전체이며, 또한 그 중 중심부 믿음은 쉽게 포기되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인간존엄-이익의 침해라고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중심부 믿음과 관계된 것이어야 하고 그 정도는 중심부 믿음이 포기될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인 것이어야 한다.
본고는 위와 같이 인간존엄을 한편으로 모든 이들의 인간적으로 좋은 삶에 대한 평등한 존중의 의무를 정당화시키는 관념으로, 다른 한편으로 인간적으로 좋은 삶을 사는 것의 객관적 중요성에 대한 정당화된 믿음형성의 이익으로 이원적으로 구성하는 전략을 통해 앞서 제기된 인간존엄의 유용성에 대한 의심을 불식시킨다. 인간존엄은 더 이상 개별 인간에게 내재된 애매하고 모호하며 모순투성이인 가치속성들이 아니라, 타인과 자신의 가치와 권리를 존중해야 할 의무를 굳건히 정초하는 개념이면서, 동시에 현대 사회에서 특별한 우선적 보호를 요청해 왔던 좋은 삶에 대한 중심부 믿음형성의 이익을 보호하는 구체적인 효용을 제공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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