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조선화(Koreanization)': 문학에서의 당의 유일사상체계의 역사적 형성

Abstract

본 연구의 목표는 한국전쟁 이후 1967년 북한에서 당의 유일사상체계가 선언되기까지 이데올로기의 핵심 부문의 하나였던 문학예술 부문에서 전개된 담론을 추적하면서 당의 유일사상체계를 구성한 문예 부문의 정치수사가 어떻게 역사적으로 형성되었는지 밝히는 것이다. 당의 유일사상체계는 1960년대 후반 이후 현재에 이르는 북한을 규정하는 지배적 이데올로기로, 그 형성을 해명하는 문제는 현재 북한의 내부적 작동과 대외적 시그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본 연구의 주된 관심은 외부적으로 보기에 완전히 고정된 언어체계를 이미 확립한 이데올로기로서의 당의 유일사상체계가 아니다. 그보다는 이데올로기라 불리는 당의 유일 사상체계가 내외적으로 고정된 하나의 참조체계를 구축하게 된 과정을 그를 형성한 담론들의 하나인 문예 부문에서의 언어체계 형성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어떤 문제의식들과 쟁점, 소쟁점들에 대한 논쟁들, 국내, 국제정치적 맥락 속에서 하나의 견고한 체계처럼 보이는 당의 유일사상체계의 언어 체계가 역사적으로 형성되었는지 파악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북한 사회주의 체제 형성기에 일어난 주요 담론들 중 하나로 본 연구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조선화(Koreanization) 담론이라 정의하는 일련의 논쟁들을 그 검토 대상으로 한다. 1960년대 후반에 이르는 전후 시기(1953-1967년)는 우리가 이해하는 북한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라는 체제가 제도적, 이념적으로 형성된 기간이다. 체제 형성은 그와 관련된 다양한 주요 담론(경제학, 역사학, 민속학, 고고학, 언어학, 생물학, 건축학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을 필요로 했다. 이러한 담론들은 학술적 부문의 논쟁이면서 동시에 강한 정치적 함의를 가지는 정책적 논쟁과 결부되는 실천적 성격을 가진다. 본 연구가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체제 형성기의 담론들 중 문학예술 부문 담론으로, 이 담론은 소비에트에서 수입한 사회주의 리얼리즘라는 특정한 미학 체계(참조 체계)를 북한의 토양에 뿌리내려 현대 조선 문학이라는 새로운 부문을 형성하는 과정에 개입된 일련의 논쟁들로 구성된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리얼리즘 체계의 핵심인 레닌적 당(黨)문학 건설을 북한 현실에 맞게 수행하는 것, 그것이 바로 1960년대 후반에 이르는 전후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조선화 담론의 존재 이유였다. 전후 1960년대 후반까지 문학예술계에서 일어난 당-국가 문학예술 건설에 대한 담론으로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조선화는 소비에트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체계에 의거해 체제 형성기의 북한의 새로운 현실에 맞는 북한의 사회주의 문예의 형식과 내용을 구성했다. 당-국가 체제 형성기 사회주의 건설의 원리에 따라 현실을 새롭게 정의하고 그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경제 부문 건설과 함께 문화 부문의 건설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경제 건설에서와 마찬가지로 문화 건설에 있어 새로운 현실의 건설, 조직 원리는 국제적 사회주의 진영이 공유하는 맑스-레닌주의 세계관, 미학 체계로 외부에서 들여온 것이었다. 그런데 이 외부에서 수입된 언어 체계를 번역해 토착화하는 북한의 사회주의 문화 건설의 과정은 단순히 문예에 있어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아니었다. 이 언어 체계의 토착화가 수반한 것은 기존과는 차별된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 그 인식을 토대로 새로운 현실을 반영하고 동시에 그 현실을 만들어내는 문화를 건설하는 인적, 물적 조건의 형성이었다. 즉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조선화란 북한의 맥락에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언어 체계를 실천하는 새로운 인간들을 만들어내는 작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