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직장여성의 자녀 관련 상황과 패션스타일

Abstract

한국의 직장여성 특히, 유자녀 직장여성은 육아와 가사의 부담이 여전히 여성 개인에 집중되어 있는 사회구조적 특성과 모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특성 안에서 일상 내의 다중 역할의 수행에 대한 압박을 경험한다. 다양한 일상 안에서 다중역할을 수행하면서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고 타인 및 타집단과 다방향성의 상호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전통적 모성이데올로기와 차별적인 성 역할의 분배에 따라 자녀의 교육과 관련한 상황 내 엄마로서의 적합한 역할수행은 이들에게 중요한 과제이다. 경제력을 지닌 소비주체로서 유자녀 직장여성들의 일상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자녀와 관련한 일상생활을 대상으로, 상황 속에서 개인이 실질적으로 경험하는 패션 스타일의 표현을 세분화된 시각으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은 다면화된 현대 소비자의 선호와 인식을 분석하는 관점을 확장한다. 이들이 경험하는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패션 스타일 표현 그리고 여기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서의 복식규범을 확인하는 것은 서로 다른 요구 조건과 필요조건을 가진 세분화된 패션 집단으로서의 본 연구집단을 새로운 시각에서 이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관점으로 해석한 결과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자녀 관련 상황에서의 어머니의 태도를 결정하는 모성이데올로기와 어머니역할에 대한 이론적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동시에 유치원생 및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국의 30․40대 직장여성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과 선택적 참여관찰로 구성된 부분적 문화기술지를 실시하였다. 질적연구를 통해서는 자녀 관련 상황 내 주요한 활동 영역을 중심으로 실제 경험하는 복식규범을 확인하고 상황별 이상적 이미지와 패션스타일 표현을 구체적인 진술과 연구자의 관찰을 통해 분석하고 한국 기혼 직장여성의 일상에서의 패션스타일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도출하였다. 분석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직장여성들은 어머니역할을 수행하는 일상에 다양한 갈등을 경험하고 있었다. 다중역할의 수행으로 인한 시간부족감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요구하는 전통적인 엄마의 역할 즉 자녀의 교육과 양육이 엄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규정하는 가치관에 순응하여 어머니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동시에 여성이기 때문에 경험해야 하는 무거운 역할들과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갈등과 고민을 경험하고 있었다. 둘째, 한국의 직장여성들은 다양한 일상의 상황 중에서도 직장과 가정이라는 두 개의 영역을 중심으로 엄마로서의 나와 직장인으로서의 나의 갈등 속에서 자녀의 양육과 교육을 비롯한 가정의 돌봄을 최우선으로 놓는 어머니역할의 수행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거나 혹은 실행하지 않거나 선택적이고 타협적으로 실행하는 등 상황의 성격에 따라 어머니역할의 모습은 다양한 양상으로 분화되었다. 셋째, 다중역할의 수행에 따른 시간부족감과 역할의 갈등을 경험하는 기혼 직장여성에게 있어, 어머니역할의 수행이 이루어지는 자녀와 관련한 상황은 일상 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이다. 일상 내 상황은 상황의 성격이 공식적인가 비공식적인가를 중심으로 주교육 기관 행사 참여, 학부모 모임, 주교육 기관 지원 봉사, 사교육 기관 관련 방문, 자녀 관련 이동 상황으로 분류되었다. 이어서 상황 내 대인관계에 있어 친분을 기준으로 학부모 모임은 높은 친분 관계의 학부모 모임, 낮은 친분 관계의 학부모 모임으로, 자녀 관련 이동 상황은 대면 관계가 발생하는 자녀 관련 이동 상황과 대면 관계가 미비한 자녀 관련 이동 상황으로 분류되었다.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으로 고등교육과 성 역할에 대한 변화를 경험한 연구 대상자들은 전통적 모성이데올로기의 영향 하에 어머니역할을 적극적으로 혹은 소극적으로 수행함에 있어 서로 다른 범주의 이상적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었다. 어머니역할의 적극적 수행에 수반되는 이상적 이미지는 열성학부모의 이미지를 표현하거나 아이 엄마 다운 엄마의 모습을 추구하는 집단동조적 변장과 자녀의 양육과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자본의 보유를 위시하는 타자지향적 과시의 모습으로 나타났으며, 어머니역할의 소극적 수행에 수반되는 이상적 이미지는 엄마라는 역할뿐 아니라 직장인으로서의 본인을 보여주고자 하거나 혹은 두 모습사이의 조화 혹은 타협을 의미하는 자기만족적 표현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성이나 젊음을 과시하는 외모지상주의적 추구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자녀의 요구에 따른 경우가 더 많았다. 자녀 관련 상황 내 복식규범을 살펴본 결과 명문화된 규범보다는 암묵적 규범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함을 확인 할 수 있었으며 도출된 암묵적 복식규범은 신체노출에 대한 규범과 지나침/부족함에 대한 규범으로 구성된다. 첫째, 자녀 관련 상황 내 복식규범에 있어서 기혼 직장여성과 전업주부 모두가 가장 엄격한 제재를 표현했던 규범은 신체노출에 관련한 것으로 유교적 문화의 어머니역할을 강조하는 한국 사회에서 자녀를 둔 여성의 노출은 강력한 제재의 대상이 된다. 신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거나, 비치는 형태, 밀착되는 형태의 복장 등이 제재의 대상으로 언급되었다. 둘째, 자녀 관련 상황 내에서 다르거나, 특이한 옷차림은 구성원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되며, 제재를 가하는 원인이 된다. 자녀 관련 상황 내 어머니역할 수행에 있어 다른 구성원들과 동화되지 못하는 복장에서의 지나침과 부족함은 제재의 대상이 된다. 지나친 옷의 맥락은 개개인이 위치한 자녀 관련 상황의 전반에서 인지되는 패션스타일과 차이가 큰 패션에 수렴되는 것으로 상황에 어우러지지 못하는 복장을 뜻한다. 또한 격식을 갖추지 않은, 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부족한 복장은 지나치고 튀는 스타일만큼이나 눈에 띄고 거슬리는 스타일로 특히 주교육 기관으로의 공식적인 방문 상황에서의 후줄근한 스타일, 지나치게 유행에 뒤떨어진 스타일, 화장기 없는 맨 얼굴 등은 규범에 어긋나는 복장과 스타일로 언급되었다. 이상의 규범을 살펴보면 서로 간에 규제하는 복장에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언급된 규범 모두 엄마라는 역할을 수행하는 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패션에 대한 제재로 귀결된다. 이것은 복장뿐 아니라 학부모들과의 관계를 비롯한 전반의 상황에서 중요한 규범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상황에 적합하지 못한 것을 경계하는 태도나 복장규범은 어머니역할을 수행하는 한국 직장여성의 패션스타일적 표현에도 강력한 규범으로서 작용하고 있었다. 자녀 관련 상황에서의 패션스타일의 표현에 있어 한국 직장여성들은 역할에 따른 일상의 변화와 더불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롤모델이 변하고, 패션에 있어서 정보를 얻는 대상이 변화하고 있었다. 상황이 가지는 성격에 따라 스타일의 표현 역시 서로 상이하게 나타났는데, 자녀 관련 상황별 패션스타일의 표현을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부모 모임 상황은 표면적으로는 개별적이고 사적인 친교 모임으로 보이지만, 높은 친분의 학부모 모임과는 달리 상황의 성격은 친분관계의 정도에 따라 낮은 친분의 학부모 모임의 경우 공적인 성격을 띠는 영역으로 복합적 영역으로 연구 대상자들이 자녀를 둔 기혼 직장여성에게 있어 학교를 방문해서 선생님들과 대면하는 것 이상으로 신경이 쓰이고 자신의 모습에 신경을 쓰는 상황을 본 상황으로 설명했다. 자녀가 있는 직장여성들은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어울리는 구성원들에 따라 신경을 쓴 듯, 안 쓴 듯한 패션을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었으며, 함께 어울리는 집단 내의 구성원과의 동조를 통한 동질감의 형성을 중요하게 여겼다. 둘째, 주교육 기관 행사 참여 상황은 공적인 성격이 가장 강한 영역으로 자녀와 관련한 상황 중 패션스타일을 비롯한 상황 내의 행동에 대해 주변의 조언을 주고받았던 상황 중 하나로 설명되었다. 본 상황은 학부모, 교사, 자녀, 자녀의 친구들까지 타인과의 대면 관계로 인한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상황으로 주변 엄마들과의 동조를 패션으로서 표현함과 동시에 자녀의 요구를 포함하는 복합적인 패션의 표현과 연출이 필요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셋째, 주교육 기관 지원 봉사 상황은 학부모들에게 요구되는 급식 봉사나 녹색어머니회, 교육지원 봉사 등의 활동으로 구성되며, 다른 학부모나 선생님 등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다소 약하기 때문에 스타일의 선택에 있어 비교적 자유로우며, 신체적 활동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아 움직임이 불편한 옷은 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넷째, 사교육 기관 관련 방문 상황은 학원으로의 상담, 등록을 위한 결제 등을 포함하는 상황으로 직장여성들은 퇴근 후 시간을 내서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패션스타일적 표현에 있어서는 특징이 강력하게 드러나지는 않는 상황으로 판단되었다. 다섯째, 자녀 관련 이동 상황은 다른 학부모와의 대면 상황이 이루어지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패션스타일에는 큰 차이가 나타났다. 전업주부들의 평상시 모임에 참여하는 경우는 직장에서의 모습이나 화려하게 꾸미는 패션을 피했으나, 상황의 특성이나 교육활동의 성격에 따라 엄마들의 패션에서 보이는 경제력이나 외모에 자극을 받았으며, 스타일에 신경을 쓰는 요인이자 준거집단으로 작용했음을 밝혔다. 한국 직장여성의 자녀 관련 상황 내 패션스타일을 살펴 본 결과, 상황이 지니는 특성상 연구 참여자들의 패션스타일에는 전반적으로 상황의 주요 구성원이라 할 수 있는 전업주부들에 대한 동조가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자녀 관련 상황에서 직장여성이든 전업주부이든 구성원 들 사이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 존재함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한국 직장여성들의 자녀 관련 상황 내 패션스타일을 살펴봄에 있어 전업주부들과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다시 말해 자녀 관련 상황 전반을 대변하는 보편적 특성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패션스타일은 그 모습에 따라 어머니의 평판뿐 아니라 자녀에 대한 보상으로 연결되는 성격을 지니며, 이에 대한 주위의 평가는 직장여성에게 있어 보다 가혹한 경향을 보였다. 또한 역할의 변화 및 나이 들어감에 따른 정보원의 재조정이 나타났으며, 이는 일상의 공유를 통해 더욱 강화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녀 관련 상황 내 패션스타일의 보편성과 함께 직장여성이 어머니역할의 수행을 하면서 나타나는 패션스타일의 특수성도 발견되었다. 이들은 자녀 관련 상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구성원과의 동질감 형성을 위해 패션을 하나의 도구로서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었으며, 자녀 관련 상황만을 위한 의복의 구매보다는 직장 영역 내 복장의 구매를 중심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의 재조합을 통해 상황에 적합한 패션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자녀와 관련한 상황이라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상황을 분석하고 이를 유형화함으로써 자녀가 있는 직장여성의 삶을 이해하고 소비자 집단으로서의 이들을 실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유자녀 기혼 직장여성의 이상적 이미지와 패션스타일 표현을 규명하는데 있어 양적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선호의 우선순위를 밝히기보다는, 무엇이, 왜 연구 대상의 패션스타일에 영향을 미쳤는지 그 요인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동시에 집단 내 경험을 통해 공유되고 학습되는 암묵적․내재적 성격의 일상 내 복식규범을 규명함에 따라, 소비자로서의 이들을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패션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요구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