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재 유중교의 악론과 실천

Abstract

성재(省齋) 유중교(柳重敎)는 조선 말기에 정통(正統) 주자학(朱子學)을 표방하던 도학자(道學者) 중에는 거의 유일하게 음악을 실천한 인물이다. 그는 성리학의 이념을 실천하는 방법에 있어 음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강학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으며, 음악문헌인 ｢현가궤범(絃歌軌範)｣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는 동시대의 도학자들이 대부분 경학(經學)을 중시하고 음악에 대한 논의에 소극적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성재 유중교의 악론(樂論)과 실천 양상을 구명(究明)하고자 했다. 그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중교는 기본적으로 주자의 악률론을 따르면서도 이를 재해석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론을 만들었다. 유중교는 주자의 중성(中聲)과 음의 고하(高下) 개념을 재해석하여 독자적인 5성 체계를 확립했다. 이에 따라 7성 내에서 5성은 宮·商·角·變徵·徵의 5성, 商·角·變徵·徵·羽의 5성, 角·變徵·徵·羽·變宮의 5성 등 세 가지가 존재한다. 또한 주자의 기조필곡(起調畢曲)의 개념을 변용하여 한 곡의 기필(起畢)과 각 구(句) 또는 연(聯)의 기필(起畢)에도 적용했다. 둘째, 유중교는 옛것은 그대로 수용하고 거기에 자신이 새롭게 만든 것을 덧붙이는 형태로 시악(詩樂)을 완성했다. 시가(詩歌)의 새로운 율격(律格)을 만들어, 율시·절구·배율·사·부·동요(東謠) 등에 적용했다. 유중교가 고안한 시가의 율격은 각 연 또는 구를 이루는 선율들이 서로 대칭 또는 대조를 이루도록 하는 기하학적 작곡법이다. 당대(當代)의 시영(詩詠) 또는 시창(詩唱) 방법을 기초로 하여 근체시의 격률법을 활용해 만들었으며, 음악의 구조가 기(起)-승(承)-전(轉)-결(結)을 이루도록 했다. 유중교의 시악은 전반적으로 악장의 음악형식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시가와 동요에는 유중교가 새롭게 만든 형식이 적용됐다. 셋째, 유중교는 현가 실연(實演)을 위해 직접 자양금을 제작했다. 자양금은 현의 수와 음높이, 구조 명칭, 휘의 배열 등은 주자의 금률설(琴律說)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그 외형에는 거문고의 요소가 많이 반영되었다. 또한 연주법에 있어 우수탄법은 거문고의 술대를 사용하고, 좌수안현법은 거문고와 가야금의 방식을 썼다. 유중교의 자양금은 주자 금률설의 한국적 수용 및 실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넷째, 유중교는 현가(絃歌)를 의례음악에 도입함으로써 현가의 실천을 완성시켰다. 『의례경전통해』와 『주자가례』를 기반으로 하여 서사의례, 향촌의례, 가정의례 등을 새로 정립하고, 『시경』의 여러 시들을 각 의례의 목적에 맞게 채택하여 자신이 만든 작곡법을 적용해 현가를 지어 의례음악으로 사용했다. 이러한 현가 실천의 궁극적 목적은 예악 구현을 통해 조선 말 국가가 처한 위기를 타파하고자 하는 데에 있으며, 이에 유중교의 현가 실천은 위정척사사상의 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요컨대, 유중교의 악률론과 시악론, 금론, 의례론은 모두 주자의 학설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유중교는 이를 새롭게 재해석하여 독자적인 방식으로 실천했다. 그리고 실천하는 과정에서는 형편에 맞게 이론과 음악을 적용하는 실용주의적 면모도 보였다. 이러한 유중교의 음악 실천 태도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과 맞닿아있다. 또한 주자의 악론에 바탕을 둔 유중교의 새로운 악론과 실천은 조선중화주의의 발현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즉, 주자의 악론이 중화(中華)를 상징한다면, 유중교의 새로운 악론과 실천 방식은 소중화(小中華)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