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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 소설에 나타난 문학적 증언의 미학과 윤리 연구 : The Study of Aesthetics and Ethics of Literary Testimony shown in Kim Won-ils Nov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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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김명훈

Advisor
손유경
Major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Issue Date
2018-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김원일문학적 증언체험적 증언비체험적 증언진정성서술 판단신뢰할 수 없는 서술허구적 전유전이노벨레문학적 진실탈주체화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2018. 2. 손유경.
Abstract
본고는 문학적 증언이 김원일 소설의 고유한 성격을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유력한 개념이라는 가설 아래 먼저 문학적 증언을 체험적 증언과 비체험적 증언으로 구분한 뒤 이 두 가지 형식이 김원일 소설의 전체적인 구도 속에서 어떻게 전개되어 나갔는지 논의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이 같은 관점은 문학적 증언이라는 선규정된 모델에 따라 김원일 소설의 전체상을 연역하는 방식으로 이해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 반대에 가깝다. 한국현대문학연구 분과에서 문학적 증언이라는 용법은 존재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 개념 자체가 김원일 소설 전체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문학적 증언은 김원일 소설 전반을 재검토함으로써 귀납적으로 구성된 개념이라 하겠다.
1970년대 「어둠의 혼」부터 1980-90년대 『불의 제전』을 거쳐 2000년대 『아들의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김원일 소설의 주요한 축을 담당한 것은 한국전쟁과 좌익 이데올로그의 서사화였다. 이 작품군에 해당하는 소설들은 다양한 형식적 변이를 보여주지만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을 갖는데, 그것은 이 작품들이 모두 작가 자신의 한국전쟁 체험과 남로당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정보들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본고에서는 형식적 변이를 일단 괄호치고 작가의 체험적 정보라는 공통점에 주목하여 이 작품군을 계열화하였는데, 이 계열을 여기에서는 편의상 ⓐ라고 부르기로 하자. ⓐ계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소설들이 담고 있는 체험적 정보가 실제 작가 김원일의 정체성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는 점이다. 자기정체성은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바, 김원일은 사회적으로 억압될 수밖에 없었던 좌익 이데올로그 아버지의 존재로 인해 남한이라는 국민국가의 이념적 외부성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나눠 갖게 되었고, 국민국가의 주권성과 이념적 외부성 사이의 간극은 실제 작가의 체험적 정보를 담은 ⓐ계열의 작품들 속에 분열과 균열의 계기들을 내장시키면서 동시에 실제 작가로 하여금 자신의 분열된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한 미학적 전략들을 고안하게 하였다. 공동체를 향해 자신의 고통스러운 체험과 왜곡된 정체성에 대한 윤리적인 인정을 요청하는 이 같은 생애쓰기의 형식은 자전적 소설 등의 장르적인 규범이나 고백과 같은 내향적인 서술 방식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므로 새로운 접근 방법이 요구된다 하겠다.
한편 김원일 소설 가운데는 ⓐ계열의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하나의 작품군으로 묶어도 무리가 없을 만큼 뚜렷한 또 하나의 계열이 존재한다. 해방 이후 정치적 문제를 다룬 초기 단편들과 거창사건을 서사화한 『겨울 골짜기』(1985),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다룬 『푸른 혼』(2003) 연작 등이 이 계열에 속하는데, 이 작품들은 한(민족)인의 집단적인 트라우마가 개입되었지만 아직 공식적인 역사로 승인받지 못한 사건들을 서사화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 계열에 속한 작품들을 ⓑ라 하자. ⓑ계열에 속한 작품들은 소설 내부의 세부적인 정보나 소설 외부의 파라텍스트(para-texte)를 통해 해당 소설의 내용이 현실의 특정한 사건들을 지시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 작품들이 서사화하고 있는 사건은 반공이데올로기에 의해 억압·은폐되었다는 공통점을 갖는데, 이러한 조건으로 인해 ⓑ계열의 소설은 이른바 기억전쟁의 격전지가 되었으며, ⓐ계열의 소설과 마찬가지로 억압되거나 은폐된 사실을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 아래 창작되어야 했다. 이때 주목해야 할 것은 글쓰기 주체가 갖는 독특한 위치이다. ⓑ계열의 소설이 재현하는 사건의 진실은 글쓰기 주체인 작가 김원일이 직접 체험한 것이 아니라 기록문서와 증언에 의해 추론된 것이며, 이 과정에서 지식인 작가는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당 사건을 적극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기억전쟁에 개입하게 된다. 따라서 ⓑ계열의 소설들은 단지 잘 알려지지 않은 과거의 사건을 재현하는 데에 머물지 않고 그 사건의 진실을 현재와 매개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로 하여금 사회에 대한 윤리의식과 공동체 감각을 깨닫게 한다. 이 지점에서 ⓑ계열의 소설은 당대성을 상실한 과거의 사건을 다루는 역사소설이나 뉴저널리즘문학, 논픽션소설, 르포르타주 등 사건의 진실 추적에 치중하는 서사 양식과는 구분된다.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김원일의 소설에는 ⓐ와 ⓑ계열이 공존해 왔으며, 이 두 가지 계열의 소설들은 모두 억압되거나 은폐된 실제 사건들을 다룬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 같은 공통점은 김원일 소설을 문학적 증언이라는 개념으로 분석하기 위한 기본적인 근거를 제공한다. 국내외의 다양한 연구 성과들을 종합할 때 증언은 비극적인 사건의 현장을 직접 목격했거나 체험한 자의 목소리에 의해 재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체험자(목격자)의 증언은 그 주관성과 폐쇄성으로 인해 진실로서의 확증 가능성과 전달력을 상실하기도 한다. 이러한 한계를 인식한 체험적 증언자(목격자)는 자기 증언의 진실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전략을 강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체험자의 증언은 재구성의 계기를 내포하게 된다. 그러나 재구성된 증언은 의심과 회의의 근거가 되기도 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증언의 진실성을 증명하기 위한 다른 근거들과 증언의 수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전문적인 매체가 요구되었다. 작가는 체험(목격)자의 증언을 증거자료 및 문서기록과 대조·분석하여 그 결과물을 공동체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글쓰기 전문가이자 양심적 지식인이다. 김원일은 자신이 직접 겪은 일들을 문학적으로 증언한 체험자이자 타인의 증언을 공동체와 매개하려 한 전문적인 작가이기도 했다. 이 같은 두 가지 조건은 ⓐ와 ⓑ계열의 소설들을 구분 짓는 기준이 된다. 즉 본고에서는 텍스트에서 서술되는 내용이 실제 작가의 체험에서 비롯되는지 여부에 따라 ⓐ를 체험적 증언, ⓑ를 비체험적 증언으로 각각 명명한다. 체험적 증언과 비체험적 증언으로 구분되는 김원일 소설의 문학적 증언은 작가와 독자, 민중과 지식인, 민족과 국가, 주체와 타자 등의 이분법이 공동체라는 거점을 중심으로 만나는 윤리적인 글쓰기의 장소가 된다.
본론 세 개의 장에서는 체험적 증언과 비체험적 증언으로 구분되어 나타나는 김원일 소설의 문학적 증언이 시대와 작가의 세계지평이 변화·확장됨에 따라 어떠한 미학적 선택으로 구체화되며, 그 선택을 위해 작가가 고려했던 윤리적인 판단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1970년대 김원일의 문학적 증언은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등에 의해 촉발된 발화 금지 사태 속에서 금지된 내용을 금지되지 않은 형식으로 말하는 방식에 의해 구체화되었다. 1970년대의 특수한 정치·사회적 조건 속에서 탄생한 문학적 증언의 두 가지 형식은 1980년대 이후 『겨울 골짜기』와 『불의 제전』으로 이어진다. 3장에서는 이 두 작품을 중심으로 체험적 증언과 비체험적 증언 간의 상호작용이 증언주체의 재정위로 귀결되는 과정을 추적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2000년대 이후 발표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증언 행위에 대한 작가의 메타적 인식이 문학의 재현 원리 자체를 탈구축하는 방식으로 의미화되는 양상을 살펴본다.
지금까지 논의한바, 문학적 증언이라는 개념에 입각할 때 김원일의 소설은 한국현대문학에서 매우 독특하고 고유한 위상을 갖게 된다. 김원일은 한국문학에서 증언이라는 글쓰기 형식이 어떻게 성립 가능한지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으며, 창작 전시기를 통해 문학적 증언의 다양한 실천 방식을 실연했기 때문이다. 본고는 문학적 증언이라는 개념을 통해 김원일 소설 연구의 두 가지 상반된 연구 경향, 즉 내성의 관점과 사회·공동체적 관점 간의 대립을 통합할 수 있으리라는 소박한 기대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통합의 과정은 단지 김원일 소설의 재해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197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핵심적인 담론으로 기능했던 사실성과 진실성(진정성), 문학성과 현장성, 이념과 실천, 지식인과 민중, 민족과 국가 등의 제개념들이 어떠한 맥락에서 불화하거나 봉합되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한국) 소설 연구에서 좁힐 수 없는 간극으로 현상했던 역사와 구조, 내용과 형식,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등의 이분법을 해체·재구성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41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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