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육주체 변화에 관한 연구

Abstract

한국에서 자녀 양육은 전통적으로 가족에 의해 이루어졌으나 산업화에 따른 가족 해체와 취업모 증가 등의 이유로 가족의 영유아 보육 기능이 약화되자 가족이 아닌 외부 보육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그러나1990년대 이전 보육사업은 빈민아동 구제사업의 일환이며 보육시설이 주로 저소득층 아동에게 개방되고 시설수가 매우 부족했다.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되면서 보육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보육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보육시설의 양적 확충시기를 맞이하였다. 2000년대 이전 보육정책은 여성의 육아부담을 감경하는 것보다 여성의 일과 육아의 양립을 지원함으로써 여성을 노동시장으로 유입하여 경제발전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 급격히 다가온 고령화사회로의 이동과 저출산에 따른 위기감에 한국에서 국가(혹은 정부)는 책임을 가지고 아동을 양육해야 한다는 인식이 대두하기 시작하였다. 2004년 「영유아보육법」이 전면 개정되여 보호대상이 저소득층 아동에서 모든 영유아로 확대되어 보육이념은 선별주의적 보육에서 보편주의적 보육으로 전환되었다. 노무현 정부의 보육정책 목표는 공보육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고 이명박 정부는 국가책임제 보육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주요 보육정책은0-2세 보육료 전액지원, 가정양육수당 도입과 5세 누리과정 도입으로 선정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와 같이 보수진영에 속한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보육정책을 계승하고 전계층 보육료 전액지원(0-5세 무상보육) 및 양유수당 확대를 통해 보육의 국가책임을 진일보하게 확대하였다. 그러나 무상보육과 양육수당제도 도입 후에 정부가 비용만 부담하고 아동보육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보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최소화하고 보육책임을 다시 가족으로 넘긴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따라 보육정책 변화 속에서 가족과 국가 간의 보육책임 분담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조명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우선 정부 시기별로 보육정책의 변천과정을 살펴보았다. 다음으로 보수정부가 집권하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의 9년 동안 보육에 대한 국가책임이 강화되었는지, 보육정책이 가족화되었는지에 대해서 검토하였다. 먼저 보육예산 규모, 어린이집 구조, 어린이집 이용률 변화에 대한 분석을 통해 보육의 공공성 변화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보육이 가족화되었는지를 검토하기 위해 가정양육 비율과 보육시설 이용률의 변화를 분석하였다. 이명박 정부 시기에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예산이 감소하고 보육의 공공성이 악화되어서 국가가 영유아에 대한 보육책임이 강화되었다고 하기 어렵다. 정부가 직접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 민간보육시설을 관리•감독의 역할만 수행하여 보육책임을 가족과 시장으로 전가하였다.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보육의 공공성이 강화되었으나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은 보육의 국가책임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양육수당 전 계층으로 확대된 후에 그동안 감소해온 가정양육비율이 다시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박근혜 정부의 보육정책은 영유아 보육시설이용 증가세와 가정양육 감소세를 둔화시키고 영유아 보육의 의무를 가족으로 회귀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명박 정부 시기와 박근혜 정부 시기 한국의 보육서비스는 여전히 대부분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두 정부가 다른 점은 이명박 정부는 시장자원을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해 보육의 시장 의존도를 진일보하게 확대하였으나 박근혜 정부는 가정양육을 독려하는 정책으로 전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