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육과정에서 역량과 지식의 관계 탐색 - Pring의 교육관을 중심으로

Abstract

교과중심의 체계를 고수하며 내용지식의 전달과 습득을 강조해 왔던 기존의 학교교육은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학습자의 실제적인 능력을 길러주는 데 한계를 보였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학교교육의 중심에 역량을 위치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최근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역량을 중심으로 학교교육과정을 설계하려는 역량 중심적 접근으로 실현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역량 중심적 접근이 학습자의 역량에 주목함으로써 지식에 대한 고민을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들에 따르면 학교교육과정에서 역량이 강조됨에 따라 지식의 중요성이 약화되거나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적 견해는 역량 중심적 접근이 가진 본래적 의도를 왜곡하여 역량 중심적 접근의 실현을 어렵게 만들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관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학교교육과정에서 역량과 지식이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보다 면밀하게 밝힐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학교교육과정에서 역량과 지식의 관계를 탐색해 보는 것은 목적으로 한다. 역량을 이해하는 올바른 관점이 무엇이며, 그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때 역량과 지식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탐색해 보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영국의 교육학자 R. Pring의 교육관에 주목하였다. Pring은 모든 학습자를 위한 학교교육이 교육받은 인간의 양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교육받은 인간의 능력과 자질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받은 인간의 능력과 자질은 역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연구에서는 Pring의 교육관을 살펴보고, 그의 교육관에 비추어 학교교육과정에서 역량과 지식이 맺고 있는 관계를 밝혀 보았다. 이러한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설정한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교육과정에 대한 역량 중심적 접근의 의미는 무엇이고, 어떠한 비판적 쟁점이 제기되는가? 둘째, 학교교육과정을 위한 Pring의 교육관에서 교육받은 인간은 어떻게 정의되며, 교육받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 학습해야 하는 지식은 무엇인가? 셋째, Pring의 교육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역량과 지식의 관계는 무엇이고, 역량과 지식의 관계가 갖는 교육과정적 함의는 무엇인가? 첫 번째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역량 중심적 접근은 교과지식이나 내용이 아니라 학습자가 함양해야 할 역량을 중심에 두고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러한 역량 중심적 접근의 특징은 크게 설계의 초점, 설계의 구조, 설계의 내용 측면에서 나타난다. 우선 역량 중심적 접근은 학습자가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갖추어야 할 핵심적인 역량을 선정하고, 이러한 역량을 교육과정 설계의 중심축으로 명시하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역량 중심적 접근은 교과영역 이외의 학습영역을 설정함으로써 설계의 구조를 보다 탄력적으로 변형시켰다. 설계의 내용 측면에서 보면 학습자가 획득해야 할 역량은 비교적 자세하고 상세하게 설명되는 반면, 교과내용이나 학습소재는 상대적으로 간략하게 제시된다. 이러한 역량 중심적 접근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지식의 중요성이 약화되고 있으며 학교교육에서 지식의 문제가 간과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는 것이다. 두 번째 연구 결과에 따르면, Pring은 모든 학습자를 위한 교육에서 교육의 목적은 교육받은 인간의 양성이라고 보았다. 여기서 교육받은 인간은 지식과 이해, 공동체감, 실천적 능력, 도덕적 진지함, 자존감 및 존엄감의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인간으로 설명된다. Pring은 학습자가 이와 같은 교육받은 인간의 능력과 자질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식적, 이론적, 실천적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고 밝힌다. 이러한 지식을 학습하는 이유와 목적은 교육받은 인간의 능력 함양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즉 학습자의 능력이나 삶과 무관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학습자가 지식을 통해 자신의 삶을 더욱 지적으로 이해하고 행위 하는 데 강조점이 주어지는 것이다. 세 번째 연구 결과에서는 Pring의 교육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역량에는 지식이 이미 강하게 붙박여 있으므로 역량과 지식은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 즉 역량에는 지식이 내재적으로 함의되어 있는 것이다. 인문적 관점에서 정의되는 역량은 단편적인 기술이나 기능, 수행능력이 아니다. 학습자가 자신의 현재적 삶과 미래의 사회생활을 유능하게 운영해 나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일반적인 능력인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됨의 중요한 자질로서 역량은 언제나 지식을 포함하고 있다. 역량은 특정한 맥락에서 유능한 수행으로 구현되기 위해 실천적 지식에 토대를 두며, 상황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지적으로 행위 하기 위해서 이론적 지식을 수반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역량이 지식을 의미 있게 포함하고 있으므로 역량과 지식은 개별적으로 다루어질 수 없고 통합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특히 이는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의 측면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변화를 요구한다. 교육내용의 경우, 학습자의 경험은 지금까지 교과내용에 비해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되었지만 학습자의 역량을 기른다는 목적 하에 놓고 보면 본질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따라서 학습자의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아 상황에 가장 적합한 교과내용이 연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교육방법에 대한 변화와 맞물려 이해될 수 있다. 교사는 학습자의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서 전달자, 기술자, 훈련가가 아니라 사상가, 연구자, 탐구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 속에서 최근 학생 참여형 수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학습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다양한 수업 방식과 활동이 역량 개발과 관련하여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의를 갖는다. 먼저 이 연구는 인문적인 관점에서 역량 중심적 접근을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 기틀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즉 역량 중심적 접근은 모든 학습자가 교육받은 인간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의 능력과 소질을 개발하는 교육적 과정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한 본 연구는 역량과의 밀접한 관련성 속에서 지식의 의미와 성격을 재고찰 해 봄으로써, 지식에 대한 관점을 확대시켰다는 의의를 갖는다. 지금까지 학교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루어 온 지식은 학문적 지식, 교과지식, 추상적․이론적 지식이었으나, 역량 개발의 측면에서 보면 실천적 지식, 방법적 지식, 상식적 지식 등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아가 역량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지식들은 복합적이고 융합적으로 다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는 몇 가지 한계점을 가지고 있는 바, 이러한 한계점은 후속 연구들을 통해 보완되기를 바란다. 본 연구에서 밝힌 역량과 지식의 관계는 역량과 지식 일반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주었을 뿐, 특정한 지식의 성격과 구성 원리를 세밀하게 분석하여 그 관계성을 밝히는 정도로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교과의 특성이나 교과지식의 성격에 따라 역량과 지식이 관계를 맺는 다양한 방식을 밝혀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본 연구는 역량과 지식의 관계맺음이 갖는 교육과정적 함의를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이 측면에서 밝혀보았다. 하지만 이론 연구의 특성상 교육의 실제에서 발생하는 다층적인 맥락을 드러내지 못한 제한점을 갖는다. 역량 개발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발견할 수 있는 바, 후속 연구에서는 질적 연구를 통해 역량을 개발하는 교육 장면의 실제적인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