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입소노인의 사회적 관계와 상호작용에 대한 사례연구

Abstract

본 연구의 목적은 요양원 입소노인이 형성하고 있는 사회적 관계의 기제를 살피고 그 과정에서 발견된 다양한 관계요인이 돌봄의 질과 어떠한 방식으로 연관되는가를 살피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 요양원 입소노인의 사회적 관계는 어떠한 기제에 의해 결정되며, 이는 요양원이 제공하는 돌봄의 질과 어떻게 관련되는가?라는 연구 질문을 가지고 서울 소재 요양원 한 곳(A 요양원)을 대상으로 단일내재사례연구를 실시하였다. 구체적으로 분석에는 A 요양원 입소자 및 종사자 인터뷰 자료, 참여관찰 자료, 통계 및 법령과 같은 이차자료가 활용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입소노인이 형성하는 사회적 관계와 정체성, 그리고 노년기 적응 과정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자 했다. 2장에서는 A 요양원에서 입소자가 외부인과 형성하고 있는 관계의 양상과 기제를 다룬다. 입소자들은 대부분 입소 후 가족제한형 관계망을 형성하며 가족 외의 관계, 즉 동료 혹은 친구 관계 등의 축소와 단절을 경험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건강 상실을 계기로 관계유지를 위한 대처능력을 결여하고, 그리고 질병 특히 치매에 대한 부정적 상징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입소노인의 외부 관계망은 가족의 매개역할을 필요로 하는데 입소자와 그 가족에 부여되는 낙인으로 인해 가족들이 입소자의 입소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하게 되면서 단절은 더욱 심화되었다. 또 입소노인이 취하는 외부와의 거의 모든 연락과 접촉의 실질적 주도권은 요양원 외부인이 가지며 양자의 연락구조는 강한 일방향성을 띠고 있었다. 3장에서는 입소자가 내부인과 형성하고 있는 관계의 기제를 결정하는 요인을 탐색하고, 상징적 상호작용론에 입각하여 요양원 내부의 상호작용 특성에 주목한다. 입소자들은 내부에서 관계를 형성하기에 많은 제약을 경험하면서 서로에 대한 관계형성의 욕구와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돌봄제공자, 특히 자녀와의 관계만이 주된 상호작용의 형태였던 입소 이전의 환경에서 벗어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가능한 요양원이라는 공간 속에 배치되면서 요양원 내부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경험한 후 입소자로서의 새로운 정체성, 그리고 건강수준이나 생애력이 다른 타인과의 소통 방식과 질서, 경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내부에서도 종사자와의 관계는 서비스 중심적인, 즉 케어 서비스 제공자-이용자의 관계에 그쳤으며 활발한 정서적 교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이 발견되었다. 입소자들은 각각의 요양보호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기준으로 종사자에 대한 선호를 달리하고 있었으며 요양보호사 역시 입소자의 건강수준에 따라 노인 각자를 평가하였다. 이 과정에서 와상환자와 중증 치매노인은 관계의 사각지대에 놓일 위험이 컸다. 4장에서는 위에서 포착된 현상 가운데 A 요양원 내 돌봄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을 탐색하고 그 기제에 대해 다룬다. 가족 중심적 문화 속에서 가족의 입소는 보호자에 죄책감을 안겨주었고, 이에 따라 보호자들은 체념적 태도를 보이며 입소자의 욕구 사정에 전적으로 협조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또 요양보호사 1명이 하루 7명가량의 입소자를 담당하는 근무환경은 밀접한 돌봄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었으며, 요양보호사가 치매입소자를 두고 포기라는 대응방식을 취하면서 입소자를 개별적 존재가 아닌 일괄적인 하나의 집단으로 대상화할 위험이 있었다. 마지막 5장에서는 결과에 비추어 본 연구가 지니는 함의와 제언, 그리고 한계에 대해 다룬다. A 요양원 내에서 발견된 돌봄문화와 소통방식, 그리고 삶의 질 모두 입소자 개인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타자, 문화, 제도가 상호작용한 결과였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돌봄 수요의 확대로 인해 다양한 돌봄 방식과 의미에 대한 고찰이 요구되는 오늘 날, 요양원은 노인 돌봄과 복지와 관련한 다양한 현안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문제공간이자 동시에 대안의 공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