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대: 1995-2015년 미디어 매트릭스에 대한 시계열 분석

Abstract

본 논문은 한국사회 내에서 관찰되는 여러 현상을 설명할 때 동원되는 대표적인 키워드인 세대(世代)가 미디어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미디어 세대(media generation)로 개념화하였다. 이러한 이론적 논의를 바탕으로 국민생활시간조사의 1995년부터 2015년까지의 시계열 자료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한국의 미디어 세대별 미디어 이용 양식의 특징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하여 10대 형성기에 겪은 특정한 미디어 이용 경험이 이후의 미디어 이용 양식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미디어 환경 변화를 동일하게 겪더라도 미디어 이용 양식의 변화는 미디어 세대별로 상이하게 나타남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논지를 전개하기 위하여 먼저 세대별 미디어 이용에 대하여 다룬 기존 연구들을 마케팅 분야, 정치‧사회학 분야, 그리고 미디어 분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각 분야의 세대 논의들은 세대 현상에서 미디어 환경 및 커뮤니케이션 양식의 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미디어 이용 경험의 공유를 통해 형성되는 세대에 대한 본격적인 개념화 과정 없이 미디어를 단지 세대를 가리키는 속성 중 하나로만 다루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본 논문에서는 미디어 그 자체가 이용자의 감각 구조, 사회와 문화의 특성을 형성한다고 본 이니스(Innis, 1951/2016)와 매클루언(McLuhan, 1964/2011)의 논의를 바탕으로 미디어 세대를 개념화하였다. 이니스와 매클루언에 따르면, 어떤 미디어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게 되면 이용자의 의식과 지각 구조, 정보 전달 및 수용 방식과 상호작용 방식 등이 그 미디어의 편향(bias)에 따라 특정한 방식으로 구조화된다. 따라서 인지 능력 발달과 세계관 형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어린 시절, 특히 10대에 주로 이용한 미디어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지각, 이해, 경험과 상호작용 방식에서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세대 집단이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본 논문에서는 미디어 세대를 동일한 문화권에서 비슷한 시기에 출생함으로써 미디어 이용 경험을 공유하고, 그에 따라서 다른 코호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유사한 미디어 이용 행위 양식을 갖는 사람들의 집합으로 정의하였다. 그리고 미디어 세대가 형성되는 10-19세 시절을 어떠한 미디어 환경에서 보냈는가를 기준으로 하여 한국의 미디어 세대를 크게 TV 세대, PC 세대 그리고 모바일 세대로 나눈 다음, 세 미디어 세대별 TV, PC 모바일 미디어 이용의 특성은 무엇이며 그 특성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살펴보았다. 이를 위하여 1995년, 2000년, 2005년, 2010년, 2015년 국민생활시간조사에 대한 분석을 실시하였으며, 이때 세 미디어 세대에 대하여 각각 1962-1976년생 집단, 1977-1991년생 집단, 그리고 1992년 이후에 출생한 집단으로 조작적으로 정의하였다. 자료에 대한 분석은 크게 세 가지 연구문제를 중심으로 수행하였다. 먼저 [연구문제 1]에 대한 분석에서는 이용 시간량을 기준으로 미디어 세대별 TV, PC, 모바일 미디어 이용의 추이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세대라는 집단 차원에서의 미디어 이용 패턴의 변화를 보다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하여 [연구문제 2]에 대한 분석에서는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미디어 플랫폼으로 구성되는 이용자 개인별 미디어 구성체, 그리고 그것에 의해 구성되는 매개 공간(이재현, 2006, 293쪽)인 미디어 매트릭스(media matrix) 유형별로 이용자 분포의 추이가 미디어 세대에 따라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았다. [연구문제 1]과 [연구문제 2]에 대한 분석 결과, 각 미디어별 이용에서 세대 격차를 확인하였다. 먼저 TV의 경우, TV 세대와 모바일 세대 사이의 이용 시간량과 TV를 중심적 미디어로 삼는 미디어 매트릭스 이용자 비중의 차이가 2005년 이후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강조할 점은 TV 세대의 TV 시청량이 2005년 이후에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TV를 중심적 미디어로 삼는 이용자의 비중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TV 세대의 미디어 이용에서 TV의 중요도가 상승하였음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PC 이용에서는 PC 세대와 나머지 두 세대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양상이 확인되었다. PC 세대의 PC 이용 시간량과 PC를 중심적 미디어로 삼는 이용자의 비중이 나머지 두 세대에 비해 현저하게 높게 나타난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바일 미디어의 경우에는 세 미디어 세대 모두 모바일 미디어 이용 시간량과 모바일 미디어를 중심적 미디어로 삼는 이용자 비중이 2005년 이후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모바일 미디어 이용의 보편화를 확인하였다. 특히 모바일 미디어 하나만 중심적 미디어로 이용하는 모바일 단일 미디어 매트릭스 이용자의 비중이 높아, 미디어 이용이 모바일 미디어에 집중되는 양상이 모바일 세대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 마지막 [연구문제 3]에서는 미디어 세대별 서로 다른 미디어 이용 양상의 시간적 변화에서 특정 미디어 세대의 성원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하여 표준 코호트 표를 활용한 코호트 분석(cohort analysis)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세 세대 중에서 모바일 세대의 전체 미디어 이용 시간량이 TV 이용에 집중되는 정도가 감소하는 현상과 모바일 미디어로 집중되는 정도가 증가하는 현상에 대한 코호트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그리고 TV 세대와 PC 세대 내에서는 각 세대별 특성을 강하게 보이는 핵심 집단(core group)인 1962-1966년 생 집단과 1987-1991년생 집단이 관찰되었다. 본 논문에서는 이와 같은 분석 결과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내용을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첫째, 미디어 이용에서 미디어 세대별 격차가 나타나며, 동일한 미디어 세대 내에서도 해당 세대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핵심집단이 존재한다. 그리고 미디어 세대별 격차와 핵심 집단의 형성에는 10대 형성기에 어떠한 미디어 환경을 경험했는지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둘째, PC 이용에서는 미디어 세대 격차가 나머지 두 세대와 동떨어진 PC 세대의 고립이라는 형태로 나타났으며, 업무 수행 목적의 이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PC의 재도구화 현상이 확인되었다. 내 손 안의 PC로 불리며 PC의 많은 기능을 대체하는 모바일 미디어 이용이 증가함에 따라 모바일 미디어가 대체할 수 없는 업무용에 PC 이용이 집중되는 양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는 본래 군사용 도구로서 연구 및 개발되었다가 범용 기기가 된 PC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특정 기능을 위한 기기로 다시 도구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모든 미디어 세대에 걸쳐 모바일 미디어 이용이 증가하면서 모바일 미디어가 전체 미디어 이용 시간의 다수를 차지하는 식민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모바일 미디어를 중심으로 전체 미디어 이용 패턴이 구조화됨에 따라 일상생활 리듬이 변화하거나, 미디어 이용은 물론이고 콘텐츠, 관계망 구조, 정치 참여 등이 모바일 미디어 이용 정도를 기준으로 차이가 나는 모바일 디바이드(mobile divide)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지적하였다. 본 논문은 미디어 세대에 대한 이론적 접근과 경험적 검증을 통하여 미디어 세대적 접근이 유효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이러한 미디어 세대적 접근은 세대별 서로 다른 미디어 이용 양식뿐만 아니라 상호작용 방식이나 가치관 등에서 나타나는 세대 현상에 대한 풍부한 설명을 제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