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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하던 산에서 송이따는 산으로: 울진군 산촌 경관에 내재한 자연-사회 경계의 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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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장예지
Advisor
채수홍
Major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
Issue Date
2018-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화전농경산림녹화울진금강소나무숲길송이자연과 사회산림경관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 2018. 2. 채수홍.
Abstract
이 논문은 해방정국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산이라는 공간이 자연이 머무는 장소가 되고, 사람들은 그 바깥에 머물게 된 과정, 즉 산이 자연으로 구성되어 가는 과정을 통시적으로 살핀다. 한반도에서 산림은 사람들의 정치․경제․사회적 삶과 밀접한 연관을 맺었다. 산은 인간 사회와 동떨어져 자체의 활동 원리로만 작동하는 원형의 자연의 공간이라기보다, 개인과 지역, 공동체, 국가의 전유의지가 침투하는 사회적 공간의 성격을 내재한다.
본 연구는 금강소나무 군락지로 유명한 두 마을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두천리와 금강송면 소광리를 연결하는 산림을 민족지적 연구 공간으로 정하였다. 연구자는 산림에서 시기를 달리하며 발생한 정치적 사건과 경제․사회 활동이 해당 공간의 생태적 특성과 맞물리며 산에 대한 어떤 인식의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탐구하고자 한다. 다양한 목적으로 산림을 전유한 개인과 마을 공동체, 국가라는 세 주체의 상호작용은 산림 경관의 형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시기를 달리하며 변화하는 세 주체의 상호작용 양상의 의미를 분석하고, 이것이 산림의 생태적 환경을 창안하는 일부가 됨을 밝히고자 했다. 이를 통해 산림 전유의 역사 속에서 포착되는 자연과 사회에 대한 이분법적 인식을 고찰해, 양자 간의 경계가 생성과 해체, 재생성을 일으키는 과정을 살핀다.
연구자는 다음의 연구질문을 통해 195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연구대상지를 관통한 문제의식을 시계열적으로 엮어내고자 했다. 첫째, 화전정리사업부터 산림보호활동에 이르는 국가의 산림정책이 함의하는 정치경제적 특성과 이것이 산림생태계 및 마을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다. 둘째, 주민과 마을 공동체, 국가가 산림을 전유하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소유의식을 근대적 소유권과 비교해 그 특성을 살핀다. 셋째, 세 주체와 산림의 상호작용 가운데 표상되는 산림 생태계의 모습과 사람들의 인식을 통해 자연과 사회의 이분법적 경계의 변동을 그린다.
두천리와 소광리 산림 경관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열쇳말은 여러 갈래의 길이다. 다종다양한 길의 생성과 지속, 소멸은 인간과 자연, 사회 사이의 매개와 단절을 야기했다. 해방정국에서 196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보부상의 십이령길과 도부꾼 여성과 화전 농경자, 산판꾼이 만든 샛길 등 다양한 길이 사라졌다 생기기를 반복했다. 법과 제도로 모습을 드러내는 국가의 힘은 미약했다. 고립된 산간이라는 지리적․생태적 조건과 빈곤한 경제적 현실은 법의 존재를 넘어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결정지었다. 이에 여러 길들로 연결된 평지의 마을과 산림은 그 자체가 총체적 경관을 이루며 하나의 생활세계로 작동했다. 산림 경관의 의미도 인간과 비인간(non-human)이 맺는 연결망(meshwork) 속에서 형성되는 사회-자연적 경관의 성격을 띠는 것이다.
그러나 1968년 울진삼척무장공비침투사건과 함께 산을 이루던 곳곳의 샛길이 사라지고, 국가가 주도하는 길들이 화전정리사업과 산림녹화사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국가 정책과 관료의 권력이 산림생태계를 포함한 마을, 주민 개개인의 삶에 침투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가의 녹화사업으로 푸르고 단순한 산림의 형태가 주조되고, 강력한 법은 주민을 동원하고 통제하는 정책 집행을 정당화했다. 이로써 마을과 산림을 잇는 경관은 점차 분리되고, 경계의 구분이 보다 공고해졌다. 자연의 푸르름과 강대국의 이미지를 동시에 표상하게 된 울창한 삼림 경관은 인간 사회와는 확연히 구분된 자연이 된 것이다. 또한 강력한 법의 현현으로 마을 내 집합의식과 국가가 주입하는 산림에 대한 도덕 사이에는 어긋남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화전정리사업으로 마을 사람끼리 공유한 화전지에 대한 소유 의식보다 근대적 소유 관념이 마을의 질서를 유지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변형을 거듭한 오늘의 산림의 모습은 이전 시기의 산림에서의 변화가 축적된 다층적 경관을 내포한다. 2000년대 들어 개통한 울진금강소나무숲길에서 탐방객이 마주하는 광경이 곧 축적된 경관이었다. 박물관이 된 숲에는 사람의 역사가 묻어 있기 때문이다. 숲과 마을의 구분 가운데 주민은 산의 바깥에서 산의 추억을 구술하는 이중적 위치에 처한다. 울진군의 자랑이 된 송이와 금강소나무 역시 경관의 역동(dynamics)의 소산이다. 송이는 다채로운 종들이 조화와 충돌을 일으키며 교란을 빚어낸 총체적 환경의 산물이었다. 상품이 된 송이를 채취하는 주민은 자신의 경험적 지식과 생태적 감각, 즉 메티스(metis)로 송이를 찾아 나선다.
이는 결국 우리가 하나의 공간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식의 유동성을 보여준다. 공고해 보이는 듯한 안과 밖, 자연과 사회 등의 경계는 인간과 비인간이 빚어내는 아상블라주로 인해 언제나 다른 형태로 변화해 갔다. 경계의 변화는 마을이라는 국지적 공간을 넘어 우리 삶의 방식과 토대도 종전의 그것과 달라져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식민지의 문법과 근대의 조건, 냉전 하 권위주의적 국가 체제의 흔적은 작은 산촌에 축적된 경관으로 남아있는 까닭이다. 이처럼 사회가 언제나 새롭게 구성되는 가운데, 자연은 점차 외부화되는 방식으로 사회적 의미를 획득해 나갔다. 하지만 축적된 경관에서 보듯 자연은 끊임없이 사회 안으로 들어왔다. 사회와 국가가 구축되는 역사와 자연의 역사 간 구분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4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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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ears in Collections:
College of Social Sciences (사회과학대학)Dept. of Anthropology (인류학과)Theses (Master's Degree_인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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